광주과학기술원(GIST‧지스트) '지스트 과학톡톡' 행사에서 최근 '아이언맨 같이 힘이 강해지는 입는 로봇'을 주제로 강연이 열렸다. 이날 강연을 듣기 위해 모인 광주 금호고등학교 학생들은 옷처럼 입을 수 있는 '웨어러블 로봇(wearable robot)'이라는 흥미로운 주제에 대한 기대감으로 들뜬 모습이었다.
2021 지스트 과학문화주간 둘째 날 열린 지스트 과학톡톡 행사에서는 윤정원 지스트 융합기술학제학부 교수의 강연이 줌(Zoom)을 통해 비대면으로 진행됐다. 윤 교수는 전반적인 로봇 개론을 비롯해 ▲입는 로봇의 개념 ▲입는 로봇의 연구 현황 ▲입는 로봇 적용 사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다양한 영상 자료를 활용해 알기 쉽게 풀어갔다.
◆ "힘은 키워주고 신체적 결함은 보조해주고"
인간의 육체적 한계를 극복하거나 신체 결함을 보조하기 위해 입는 로봇을 외골격(外骨格)이란 뜻의 엑소스켈레톤(Exoskeleton)이라고도 부른다. 윤정원 교수는 입는 로봇을 "신체에 착용해 증강‧보조 또는 인간 사지 기능 복원 기능을 제공하는 인간 공생 로봇"이라 정의했다. 로봇과 인간이 공생하려면 로봇이 사람의 의도를 파악해 사람이 원하는 대로 움직여야 한다는 이야기다.
'아이언맨'은 입는 로봇의 대표적인 예다. 다만 실제 아이언맨과 같은 로봇이 제대로 구현되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게 윤정원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입는 로봇의 발전 과정을 다양한 사례를 들며 적용 신체 부위와 구조, 구동 기술, 목적, 적용 분야 등으로 구분한 로봇 분류 기준 표를 제시해 학생들의 이해를 도왔다.
입는 로봇 개발 초창기에 미국 버클리대학 연구팀이 국방용으로 개발한 입는 로봇을 보면 장치가 무겁고 반응속도가 느리다. 당연히 이를 실제 사용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이후 이 같은 단점을 보완‧개선한 미국 방위산업체 '록히드 마틴'의 입는 로봇 '헐크 엑소스켈레톤(HULC Exoskelton)' 역시 여전히 상용화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인간의 자연스런 움직임을 방해해 에너지 소모를 증가시킨다는 점 때문이다. 인간의 몸이 약 206개의 뼈와 640개의 골격근으로 이뤄져 있다는 것을 감안할 때, 당시 입는 로봇은 인간의 유연한 움직임을 제한해 편하게 걷기 힘들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그런데 최근 입는 로봇의 개발 방향이 바뀌었다. 기존의 딱딱한 외골격 로봇은 운동학적 구조에서 사용자의 움직임을 부자연스럽게 만들기 때문에 기술 확산에 걸림돌로 작용했었다. 하지만 이제 입는 로봇이 기술의 진보와 함께 전신 제어에서 인간의 움직임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에너지 소비 감소, 피로도 감소, 부상 방지를 가능하게 하는 단순화된 제어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
로봇 기술이 날로 진화함에 따라 지속적인 개선과 보완을 거쳐 착용 시 효과적이고 편하게 입을 수 있는 로봇이 등장했다. 예를 들어 록히드 마틴이 최근 개발한 ONYX 외골격 로봇은 적용 부위가 무릎에 국한됐다. 무릎 단일 조인트의 능동 제어인 데다 하드 소재와 소프트 소재의 조합으로 좀 더 유연하게 움직임을 제어할 수 있게 됐다.
하버드대학 연구진이 개발한 웨어러블 로봇 '소프트 엑소수트(Soft Exosuit)'의 경우 골반만 제어하는 로봇으로 다양한 환경에서 활용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이 밖에도 에너지 효율이 높은 무동력 외골격 로봇 역시 등장했다.
또 소프트 로봇의 개발로 하드 타입의 문제점을 극복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소프트 로봇은 인간의 팔다리를 구동부로 연결하기 위해 소프트 재료로 구성, 인간의 근골격계에 대한 힘 지지가 가능하다. 아울러 간단한 입력장치와 인간의 두뇌를 이용해 입는 로봇의 성능을 극대화할 수 있는 기술도 개발되고 있다.
덕분에 초반에는 군사용 근력 증강에 주로 활용됐던 입는 로봇이 재활과 운동 보조, 산업현장으로까지 확장 적용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삼성과 현대자동차, LG 등 대기업을 중심으로 입는 로봇에 대한 투자가 활발히 이뤄지며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또 엔지니어는 물론 생리학자, 임상의, 심리학자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노력이 결합돼 인간과 기계 및 환경 간 상호작용을 연구하는 데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고 있다.
윤 교수는 "앞으로 인간의 신경 기계적 구조와 기능을 조종할 수 있는 새로운 종류의 장치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현재 의료 헬스케어 분야에서 웨어러블 로봇의 파급력이 커지고 있고, 제조현장의 자세 보조용 제품시장으로 점차 확대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2030년에는 산업 전반에 걸쳐 현장 근로자 작업 지원을 위한 웨어러블 로봇 시장이 급격히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 '내 몸처럼 자연스럽게' 맞춤옷 같은 로봇 나올까
웨어러블 로봇의 주요 역할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인간 사지 기능 복원‧훈련 기능이다. 윤정원 교수는 이날 강연에서 휴 허(Hugh Herr)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 교수를 소개했다. 암벽 등반가이기도 한 휴 허 교수는 조난 사고로 두 다리를 잃었다. 휴 허 교수는 자신이 개발한 엑소스켈레톤을 직접 착용해 암벽 등반에 성공하기도 했다.
윤 교수는 휴 허 교수의 사례를 들면서 "장애로 인한 불편함이 해소된다면 더 이상 장애가 아니라고 볼 수 있다"며 "로봇 기술이 장애를 가진 이들의 불편함을 해결해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값어치 있는 기술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정원 교수에 따르면 재활로봇에는 ▲일상생활 보조로봇 ▲신체기능 대체로봇 ▲재활치료로봇 ▲사회심리 재활로봇 등이 있다. 이 가운데 신체기능 대체로봇은 로봇 의수‧의지 보행보조로봇와 같이 절단되거나 손상돼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신체를 대신하는 로봇을 말한다.
또 재활치료로봇은 뇌졸중 등의 질병이나 사고로 저하된 신체의 기능을 향상시키기 위해 재활치료를 수행하는 로봇으로 상‧하지 재활로봇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윤정원 교수 연구팀이 집중하고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초고령사회 진입에 따라 노령인구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뇌졸중 환자는 연평균 54만 건(2015년) 발생하고 골관절염 환자의 경우 국내 600만 명에 육박한다. 특히 보행 장애는 뇌졸중 후 장기적 신체 장애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며 뇌졸중 재활 치료에 있어 주요 과제 가운데 하나다. 로봇 기술 적용을 통한 뇌졸중 후 보행 훈련은 치료사의 육체적 부담을 경감시키고 환자의 반응 측정을 통해 치료의 양과 강도를 증가시킬 수 있다.
이날 강연을 듣는 학생들도 윤정원 교수가 지능의료로봇연구실에서 개발하고 있는 다양한 형태의 햅틱 기반 하지 재활로봇이 소개되자 큰 호응을 보냈다. 현재 윤 교수 연구팀은 입는 로봇을 재활에 적용하는 연구를 지속적으로 수행해오고 있다. 지스트 지능의료료봇연구실에서는 인간과 로봇 간의 인터페이스 기술을 통해 인간 복지를 증진시키는 것을 목표로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한편 이날 윤정원 교수는 "로봇에 필요한 환경을 인지할 수 있는 기술 등이 인공지능(AI)을 통해 지능형 행동을 할 수 있도록 많이 발전하고 있다"며 "AI 기술이 로봇에 접목되면 훨씬 적용 분야가 많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공지능 중심도시 광주에서 추진 중인 AI 기반 산업융합 집적단지 조성사업과의 시너지가 기대되는 대목이다.
윤정원
현) 광주과학기술원 융합기술학제학부 교수
현) 광주과학기술원 뇌 나노로봇 연구센터장
전) 국립경상대학교 기계항공공학부 교수
전) 미국 휴스턴대학교 교환교수
전) 미국립보건원(NIH) 재활의학과 박사후연구원
전)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지능형로봇단 선임연구원
AI타임스 윤영주 기자 yyj0511@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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