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가 ARM 인수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양측 최고경영자(CEO)는 6월 14일 열린 '더 식스 파이브 서밋(The Six Five Summit)'에서 "기술 업계가 다양한 측면에서 여러 기회를 맞이하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엔비디아가 ARM을 인수할 적절한 시기"라고 평가했다. 브로드컴, 마벨, 미디어텍 등 주요 팹리스 업체도 두 회사의 입수합병(M&A)을 지지한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엔비디아·ARM CEO "양사 합병, AI 기술 발전에 긍정적"
젠슨 황(Jenson Huang) 엔비디아 CEO와 사이먼 시거스(Simon Segars) ARM CEO는 더 식스 파이브 서밋 행사에서 만나 양사 합병을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양사 합병으로 많은 기업에서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인공지능(AI) 플랫폼을 개발할 수 있다고 보았다. 급속도로 변화하는 디지털화에 부합한 포트폴리오 구축도 가능하다고 평가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엔비디아와 ARM의 합병이 기대를 한껏 모으는 이유는 엔비디아의 AI 기술이 그동안 ARM이 입지를 잘 다져온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사물인터넷(IoT)과 엣지(edge) 등 AI 기술은 점점 발전하겠지만, AI 원천기술이 나아가야 할 길은 아직 멀다"면서 "양사 합병으로 고객들은 더욱 향상된 설계자산(IP), 더욱 가속화된 로드맵의 이점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이먼 시거스 ARM CEO는 "엔비디아와의 합병으로 우리는 기업들이 경쟁력 있는 제품을 위해 혁신할 수 있는 풍부한 IP 포트폴리오를 구축함으로써 시장을 더욱 확대해 가는 동시에 기술력을 한층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5G 셀룰러 네트워크 구축, 교통수단의 전기화, 코로나19로 인한 디지털 가속화에서 알 수 있듯 우리가 수행해야 할 일들은 한계치를 벗어나고 있다"면서 "ARM이 자체적으로 모든 것을 해낼 수는 없지만, 엔비디아와의 합병을 통해 우리는 보다 많은 리소스를 확보해 더욱 광범위한 IP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사 CEO는 대표 사례로 풀스택(full-stack) 접근 방식을 꼽았다. 풀스택은 관련 운영 시스템과 소프트웨어를 모두 다룰 수 있는 기술을 의미한다. 많은 알고리즘과 소프트웨어, 프로세서 설계를 아울러야 하는 AI에 필수 기술로 꼽힌다.
젠슨 황 CEO는 "풀스택(full-stack) 접근 방식은 새로운 컴퓨팅 세계에서 필수"라며 "양사의 결합으로 많은 이용자가 사용할 수 있는 풀스택 기술이 개발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이먼 시거스 CEO도 "합병은 풀스택에 필요한 모든 걸 해결해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3사 팹리스, 엔비디아-ARM 합병 찬성
양사 CEO가 더 식스 파이브 서밋 행사에서 M&A 필요성과 시기를 강조한 가운데, ARM 주요 고객사인 미국 브로드컴, 마벨과 대만 미디어텍이 최근 엔비디아와 ARM 인수에 지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경제지 CNBC에 따르면 혹 탄(Hock Tan) 브로드컴 CEO는 "엔비디아가 공정하고 합리적인 수준에서 기술을 제공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며 "이번 인수합병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매트 머피(Matt Murphy) 마벨 CEO도 "엔비디아와 암홀딩스의 결합을 통해 여러 가지 이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릭 차이(Rick Tsai) 미디어텍 CEO는 "엔비디아와 ARM이 결합하면 반도체 업계가 혜택을 누릴 것"이라며 "양사 합병으로 미디어텍과 다른 업계 참여자들간 경쟁이 더 치열해지고, 시장에서는 포괄적인 제품들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타 팹리스 업체의 M&A 찬성 소식은 엔비디아와 ARM의 합병에 긍정 요소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
양사 합병은 타 팹리스 업체의 거센 반대를 받아왔다. 엔비디아의 ARM 인수가 반도체 시점 독점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이미 퀄컴은 미국, 영국, 중국 등 규제 당국에 엔비디아와 ARM 합병을 반대한다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도 ARM과 반도체 설계 라이선스 계약을 맺어왔는데 엔비디아가 ARM을 인수하게 되면 경쟁사와 계약을 체결하는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다"면서 "팹리스 업체가 엔비디아와 ARM M&A를 우려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팹리스 업체 3개사의 지지로 엔비디아와 ARM의 M&A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최근 더 식스 파이브 서밋에서 양사 CEO가 M&A에 대해 진지한 대화를 나눈 것도 M&A가 긍정적으로 가고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함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엔비디아 ARM 인수하면? AI·자율주행에 필요한 모든 반도체 포트폴리오 갖추게 돼
엔비디아가 ARM을 인수한다고 발표한 건 지난해 9월이다. 엔비디아는 영국 팹리스 업체 ARM을 400억달러(약 45조 2000억원)에 인수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반도체 업계 사상 최대규모 M&A 금액이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양사의 합병을 두고 '거대한 공룡'의 탄생이라고 보고 있다. 엔비디아는 그래픽처리장치(GPU) 분야 절대 강자이고, ARM은 팹리스계의 팹리스라 불리는 기술 강자여서다.
실제로 전 세계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의 95%가 ARM의 설계도를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AI 기술에 필수인 AI 반도체와 서버용 반도체 설계도 상위권 기술을 갖추고 있다.
엔비디아는 ARM을 정상적으로 인수하게 되면 차세대 핵심 기술로 꼽히는 AI, 데이터센터, 자율주행에 필요한 CPU와 GPU를 아우르는 반도체 포트폴리오를 모두 갖추게 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엔비디아는 AI 컴퓨팅 등 차세대 기술에 깊이 매진하고 있다"면서 "ARM을 인수하게 되면 장기적으로 반도체 시장에서 확고한 힘을 갖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엔비디아, 애리얼 5G 플랫폼에서 ARM CPU 지원 확대하는 솔루션 공개
엔비디아는 이미 ARM과 다양한 솔루션을 구축해 고객사에 전달하고 있다. 최근에는 '엔비디아 애리얼(Aerial) A100 AI-on-5G' 플랫폼을 통해 ARM 기반 CPU 지원을 확대하고 5G 생태계 지원도 강화한다고 밝혔다.
엔비디아 주문자상표부착생산자(OEM) 파트너들은 애리얼 플랫폼을 통해 ARM 기반 CPU가 탑재된 업계표준 서버와 엔비디아 AI 엔터프라이즈(NVIDIA AI Enterprise) 소프트웨어를 고객사에 제공하게 된다. 고객사는 해당 서비스를 공급받아 엣지단에서 지능형 서비스를 손쉽게 구축할 수 있다.
로니 바시스타(Ronnie Vasishta) 엔비디아 텔레콤 담당 수석 부사장은 "우리는 컴퓨팅의 AI와 통신의 5G라는 두 분야를 한데 묶어 AI-on-5G를 위한 소프트웨어 정의 플랫폼을 구현하고 있다"면서 "이제 ARM에 대한 지원으로 엔비디아 애리얼 플랫폼은 어디서나 AI-on-5G를 가속화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M&A까지 넘어야할 산 많아...규제 당국과 공정거래위원회 승인 필요
엔비디아와 ARM의 M&A는 AI 업계에 상당한 소프트웨어와 플랫폼을 공급할 기회로 보이지만, 합병 완료까지는 넘어야할 산이 많다. 공정거래위원회와 규제 당국의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엔비디아가 ARM을 인수하기 위해서는 미국, 영국, 중국으로부터 독점규제 승인을 받아야 한다. ARM이 팹리스 1위 업체이고, 거래 규모가 큰 만큼 각국 정부의 승인이 필요하다. 심사에만 18개월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승인이 되지 않으면 M&A는 어렵게 된다.
영국 규제 당국은 엔비디아의 ARM 인수가 실제로 국가 안보에 영향을 미칠 여부를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변수는 중국이다. 미국 기업인 엔비디아의 경쟁력 강화를 중국이 달가워할 가능성은 낮다.
아티프 말리크(Atif Malik) 시티그룹 애널리스트는 27일 보고서에서 "중국은 자국 업체들의 ARM 접근이 차단될 가능성이 높은 엔비디아의 ARM 인수를 지지할 가능성이 낮다"고 보았다. 이어 "엔비디아가 ARM 중국 지사를 별도의 법인으로 유지하는 방안을 찾아낸다면 미국과 중국 규제 당국 모두로부터 승인을 받을 길이 열릴 것"이라고 조언했다.
공정거래위원회 심사도 통과해야 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시장 봉쇄 가능성을 중점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엔비디아는 이 M&A를 통해 ARM의 CPU 설계 기술을 자사의 GPU와 결합해 데이터센터, 자율주행차, 로봇 공학 등 분야에서 AI 컴퓨팅 역량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며 "시장 경쟁을 제한할 우려가 있는지 등을 분석할 것"이라고 밝혔다.
AI타임스 김동원 기자 goodtuna@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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