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많은 사람들이 스포츠에 열광한다. 스포츠를 통해 에너지를 분출하고 공동의 감정을 나누어 가진다. 테크놀러지는 이러한 스포츠의 생동감을 더 잘 살리고 사람들이 스포츠를 더욱 잘 즐길 수 있도록 하는 핵심적인 도구로 자리잡았다.
인공지능(AI) 기술 발전은 스포츠 환경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 것이라 많은 전문가들이 예상한다. 또, 잘못된 심판 판정도 줄어들고, 선수 훈련도 더욱 정교해질 것으로 예측한다. 일반인들도 좋아하는 스포츠를 더 정교하게 즐길 수 있다고 한다. ‘AI가 있는’ 스포츠 현장의 모습을 살펴보았다.
코로나19로 인해 스포츠 중계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백신 예방 접종과 여러가지 방역 대비를 통해 서서히 입장 관객수를 늘리고 있지만 아직도 경기장을 직접 찾는 것은 부담스러운 일이다. 대신 지난 몇 년 동안 여러 가지 기술들을 기반으로 경기장을 찾지 않아도 스포츠를 생동감있게 즐기는 기술들이 등장하고 있다.
지난해 엔씨소프트는 야구 중계에 인공지능 기술을 도입하는 과정을 소개한 바 있다. 경기의 흐름을 인식하고, 적절한 해석을 통해 상황을 음성 합성 기반의 음성으로 전달하는 것이다. 라디오처럼 상황을 전달하는 중계 캐스터의 역할을 인공지능에 맡기는 것이다.
이는 경기를 해석하는 컴퓨터 비전 기술이 중요하겠지만 엔씨소프트가 주목한 것은 경기의 흐름을 인식하는 데에 있다. 4회초 첫 타석의 안타와 9회말 끝내기 안타는 데이터상으로는 모두 1루타로 기록되지만 경기장의 분위기는 전혀 다를 수밖에 없다. 각 기록의 의미, 그러니까 경기의 흐름과 기록의 맥락을 읽어내는 데에 집중한다는 이야기다.
엔씨소프트는 이 경기의 흐름을 음성 합성의 톤으로 연결 지었다. 실제 경기 중계에서도 캐스터의 목소리가 달라지고, 때로는 과장되게 흥분된 톤으로 상황을 전달하는 것처럼 음성 합성을 맡는 AI 모델이 상황을 반영하는 것이다.
엔씨소프트는 이를 통해 개개인의 맞춤 중계를 내다보고 있다. 응원하는 팀, 혹은 싫어하는 팀의 정보를 바탕으로 동시에 서로 다른 중계가 이어지고, 때로는 편파적인 분위기의 중계를 만들어낼 수도 있는 것이다. 실제 중계 방송에서는 한쪽의 입장에 쏠린 중계가 논란의 대상이 될 수 있지만 인공지능 기술로 지나치게 선을 넘지 않는 선에서 개개인에 맞춰 즐겁게 야구를 볼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경기의 결과를 해석하는 뉴스는 이미 오래 전부터 이어져 왔다. 국내에서도 2015년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 이준환 교수가 프로야구 중계를 하는 뉴스로봇을 개발해 트위터와 페이스북으로 서비스를 한 바 있다. 실제 경기를 보고 기사를 쓰는 것은 아니고, 경기 결과 데이터를 해석해서 중요한 순간을 뽑아내서 상황을 전달하는 것이다.
고도의 분석과 통찰력보다는 속보에 가까운 형태지만 경기 결과를 전달하는 뉴스라는 관점에서 보면 사람이 생산하는 정보보다 속도가 훨씬 빠를 뿐 아니라 정확도도 높다. 벌써 6년 전의 일이지만 알파고의 공개 전이었고, 직업이 인공지능에 끼치는 영향들 중에서 정보를 전달한다는 기본 역할로서의 기자라는 직업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 바 있다.
우리나라 스타트업인 비프로일레븐은 이미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축구 분석 서비스다. 이미 유럽에서는 여러 리그 뿐 아니라 아마추어 리그, 심지어 취미로 축구를 하는 이들에게까지 서비스되고 있다. 경기장 곳곳을 비추는 카메라로 상황을 받아들여서 점수 뿐 아니라 개별 선수들의 움직임을 모두 기록해 준다. 따로 중계나 해설자, 그리고 전문 기록원이 따라 붙기 어려운 아마추어 경기에서도 통찰력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하지만 인공지능 기술이 아직 완벽한 것은 아니다. 지난해 스코틀랜드에서는 프로 축구 2부 리그에 AI 기반의 중계 카메라를 시범 운영했다. 컴퓨터 비전 기술로 축구공을 인식해서 카메라가 공을 놓치지 않고 실시간으로 따라다니는 중계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 이를 통해 수익이 많이 나는 1부 리그의 경기 외에도 2부 리그를 비롯해 청소년, 아마추어 등의 경기를 기록하는 것까지 염두에 두었다.
하지만 한 경기에서 이 AI 중계 카메라가 공 대신 심판의 머리를 따라 다니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해당 경기의 심판은 대머리였는데, 공이 심판을 스쳐 지나가면 컴퓨터 비전이 이를 헷갈린 것이다. 2015년 구글이 사진첩 서비스인 구글 포토를 내놓았을 때 한 흑인 여성의 사진을 침팬지라고 해석해서 윤리적으로 논란이 일었던 것과 비슷한 상황이다. 당연히 서비스 제공업체가 직접 대머리를 축구공으로 인식하라고 만들지는 않았다.
하지만 학습 데이터가 부족하고, 경기를 받아들이는 카메라의 해상도, 그리고 사람의 눈으로도 다르기 어려울 만큼 빨리 움직이는 공의 이미지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해석하는 이미지 프로세싱의 복합적인 문제가 엉뚱한 해석을 내놓은 셈이다. 당연히 이 문제는 학습과 카메라, 프로세서의 개선으로 풀릴 문제다.
스포츠의 중계, 해설은 인공지능 기술이 가장 적극적으로 뛰어들어 여러가지 실험이 이어지는 분야다. 사실상 경기의 데이터는 공개되어 있는 정보이고, 이를 체계적으로 해석하는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다.
그 결과는 특별히 치명적이지도 않고, 사람이 만들어낸 결과물과 비교하기도 쉽다. 또한 데이터 해석의 맥락은 어느 영역에서나 비슷하기 때문에 결국 스포츠 데이터를 바탕으로 통찰력을 얻게 되면 주식 시장, 경제 지표처럼 정형화된 데이터의 해석은 물론이고 사건 사고, 기자회견 등 사실 전달이 중심인 분야로 확장하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미국의 인공지능 스타트업 오토메이티드 인사이트는 바로 이 경기 중계를 바탕으로 사실을 빠르게 전달하는 기술로 빠르게 성장하는 기업이다. 시스코 출신의 엔지니어가 세운 이 회사는 야구, 풋볼 등의 경기 맥락을 읽어내서 개별화된 중계를 하는 것을 주요 비즈니스로 성장했다.
이 중계 시스템이 자리를 잡으면서 오토메이티드 인사이트는 워드스미스라는 서비스를 통해 비즈니스의 방향성을 정형화된 데이터의 맥락을 문자로 만들 수 있는 모든 영역으로 확대했다.
야후는 이 회사의 솔루션을 바탕으로 스포츠 게임을 만들어 각자의 게임 진행에 대해 생동감 있게 전달하기도 했고, 마이크로소프트의 엑셀과 구글 시트 등 데이터를 분석하는 소프트웨어에 적용돼 데이터의 흐름을 읽어내는 데에 쓰이고 있다. 스포츠는 결국 막대한 데이터를 만들어내고, 통계와 밀접하게 연결된다. 이를 바탕으로 통찰력을 읽어내는 것은 이미 중계 뿐 아니라 트레이닝 등에도 많이 쓰이고 있다.
하지만 이 다양한 시도들은 스포츠를 더 재미있고 풍성하게 만들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사람의 자리를 꿰차지는 못하고 있다. 기술이 아직 모두를 만족시킬 만큼 완성되지 않았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겠지만 그 안에서도 사람만이 읽어낼 수 있는 재미를 이해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근본적인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이 스포츠 경기를 받아들이는 방법은 철저히 데이터에 기반한다. 하지만 골 몇 개, 홈런 몇 개 같은 데이터가 전부가 아니라 부상을 딛고 일어난 선수의 끝내기 안타 하나, 팀 경기 속에 숨어 있는 선수 개개인간의 팽팽한 라이벌 대결, 개인적인 고민을 겪고 있는 선수의 기복 등 스포츠는 한 경기 한 경기가 그 자체로 수많은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식상한 말이지만 ‘각본 없는 드라마’라는 수식어가 끊이지 않는 이유다.
스포츠 경기라는 것이 품고 있는 큰 의미를 읽어내는 것은 결국 사람의 지성이 해야 할 일이다. 알파고와 치열한 대결을 끝낸 이세돌 9단은 모든 대국을 마친 뒤 꺼냈던 “알파고가 바둑은 이겼어도 인간이 두는 바둑의 아름다움은 이해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승부와 지성의 힘은 전혀 다르다는 이야기다. 인공지능으로 이 말이 부정되기 전까지 스포츠는 여전히 인간의 신체적, 그리고 지적 활동의 중요한 무대가 될 것이다. 그리고 인공지능 기술은 스포츠 속 인간의 활동을 더 풍성하게 만드는 도구로서 이전과는 전혀 다른 촉매제로 성장을 이어갈 것이다.
AI타임스 최호섭 기자 work.hs.choi@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