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미국과 캐나다, 북미가 AI 뉴스의 중심입니다. 그러나 중국과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와 유럽, 그리고 중동 각국 모두 치열하게 인공지능 연구개발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에 AI타임스는 [세계 속 AI] 기획연재를 통해 AI선진국의 폭넓은 시각을 전하고자 합니다.
◇특별취재팀=팀장 권영민, 박혜섭ㆍ정윤아ㆍ박유빈 기자
지난 2017년 프랑스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의 ‘EU 디지털경제·사회발전 지수’ 조사에서 29개국 가운데 17위를 기록했다. ▲디지털 공공 서비스 ▲디지털 기술 통합 ▲인터넷 사용 ▲인적 자본 등 항목에서 프랑스는 덴마크, 핀란드, 네덜란드, 영국 등 타 국가와 비교해 꽤 낮은 순위에 안착한 것.
그러나 이듬해인 2018년 프랑스 정부가 ‘AI 국가전략’을 발표하고 구글·페이스북·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글로벌 기업이 프랑스로 몰려들면서 ‘디지털 후진국’이라는 오명은 점차 사라진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그해 3월 ‘인류를 위한 AI’ 행사를 개최하며 세계적 IT 대기업 임원들과 AI 연구원들을 초대했다. 이 자리에서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의 ‘유럽 내 AI 주도권’을 강조하며 이들 기업과 상생을 약속한다.
프랑스 정부가 지난 2018년 3월 개최한 '인류를 위한 AI' 행사 영상. (출처=AI for Humanity 유튜브 채널).
‘인류를 위한 AI’ 이후 구글은 파리에 ‘딥마인드 연구소’를 설립했다. 구글이 자회사 딥마인드를 본사가 위치한 영국 외 EU 국가에 유치한 것은 프랑스가 처음이다. 구글은 프랑스 AI 연구진과 공동으로 머신러닝·강화학습 연구는 물론 의료·과학·예술·환경 분야에 접목되는 AI를 개발할 것을 밝혔다. 이외에도 구글은 파리에 AI센터를 개소해 인력을 50% 이상 충원했다.
페이스북도 이즈음부터 프랑스에 투자액을 늘리기 시작했다. 2015년 ‘프랑스 AI 연구소’를 설립·운영하고 있던 페이스북은 2023년까지 1000만유로(약 136억원)를 투자하며 AI 연구원을 두 배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세계적인 AI 석학이자 페이스북 AI 연구 총책임자인 얀 르쿤 박사도 프랑스 출신이다.
MS는 2022년까지 2300만유로(약 316억원)를 투자하며 악사(AXA)·알트란·에어프랑스 KLM 등 프랑스 대기업들과 AI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MS는 또 프랑스 국민 40만명에게 AI 교육을 제공해 일자리 3000개를 창출하겠다는 목표다.
삼성전자도 2018년 파리에 AI 연구개발 센터를 건립했다. 해외에서는 실리콘밸리에 이은 두 번째 AI 연구소로, 현재 100명 이상이 근무하고 있다. 유럽 내 연구 거점으로 프랑스를 택한 이유에 대해 삼성 측은 “마크롱 정부의 AI 창업·인재 육성 의지가 강하고, AI 분야에 우수한 인력이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네이버는 이보다 앞선 2017년 그르노블에 위치한 ‘제록스리서치센터 유럽’을 인수, ‘네이버랩스 유럽’을 새로 오픈했다. 제록스리서치는 1993년 설립돼 유럽 최대 AI 연구소로 평가받으며 각종 국제 학술대회에서 AI 분야 연구로 수상이력이 있는 곳. 네이버는 제록스 인수 이후 인력을 기존 80여명에서 110명 이상으로 늘리고, 머신러닝·컴퓨터 비전·자연어처리 분야에 연구 스펙트럼을 더욱 넓혔다. 그 결과 2019년에는 국제 컴퓨터 비전 및 패턴인식 학술대회인 CVPR에서 ‘이미지 기반 측위’ 부문 1위를 차지했다.
네이버랩스 유럽 소개 영상. (출처=PLAY NAVER 유튜브 채널).
국가 차원의 대대적 투자에 힘입어 현재 프랑스에는 약 400개 이상의 AI 스타트업이 있다. 국영 투자은행 BPI프랑스가 2019년 한해에만 전체 스타트업에 투자한 금액은 무려 3억6800만유로(약 5011억9800만원).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프랑스 스타트업은 국제무대에서도 이름을 날리고 있다.
2020년 세계 최대 가전제품 박람회인 CES에서 ‘케어OS(CareOS)’는 스킨 케어·웰빙에 중점을 둔 화장실용 스마트 거울을 선보여 혁신기술상을 수상했다.
데이터 분석 플랫폼 업체 콘텐츠스퀘어(Contentsquare)는 AI 기반 플랫폼 개발업체다. 웹사이트와 어플을 이용하는 사용자 패턴을 분석하고, 그에 맞는 소프트웨어를 추천한다. 지난해에는 1400개 이상 사이트에서 210억 페이지의 데이터를 수집·분석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헬스케어 부문 인터넷 트래픽이 빠르게 증가한 사실을 알리며 트래픽 과부하를 경고하기도 했다.
2016년에 창업한 오킨(Owkin)은 의학·생물학 연구에 머신러닝을 적용한 플랫폼을 개발한 신생기업. 바이오메디컬 이미지, 의학 데이터를 통합적으로 분석한다. 파리 외 뉴욕에도 지사를 두면서 AI를 활용한 정밀 의학을 가속화하고 있다.
자율주행차 개발업체 나브야(Navya)는 개발, 제조, 산업화 과정의 모든 단계에서 로보틱스 및 디지털 드라이빙 기술을 도입했다. 2018년 판교자율주행모터쇼를 통해 국내에도 레벨4 수준의 15인승 자율주행 버스를 선보였다. 지난해에는 세종시에서 시범운행을 했다.
◆ 그 외 주목할 만한 스타트업
딥러닝 대안으로 ‘유기농AI’ 개발기업. 인간의 뇌에서 영감을 받아 데이터와 에너지를 절약하고 사생활을 보호하는 기술을 개발한다.
계약서 작성, 서명, 분석 등 법률분야에 활용하는 AI 플랫폼 개발기업. 문서의 핵심 정보를 파악하고 해석하는 자체개발 자연어처리 모델을 보유하고 있다.
자체 자연어처리 기술로 챗봇을 개발했다. 페이스북·구글·MS 등과 파트너십을 맺고 기술을 공유하고 있다.
인간의 눈과 뇌를 흉내내는 AI 기반 신경공학 기술을 개발한다. 창업 초기에는 시각장애인의 시력을 회복시키는 의료기기 개발에 주력했다. 현재는 이와 더불어 자율주행차, 산업자동화, 사물인터넷(IoT) 등 증강현실과 가상현실에 접목하는 방법을 구상 중이다.
AI타임스 박혜섭 기자 phs@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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