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후된 광주가 글로벌 선도도시로 도약할 수 있는 유일한 돌파구는 인공지능(AI)입니다. 지역 미래 인재를 양성하고, 유수의 기업을 유치하고, 최고의 인프라를 구축하겠습니다." 광주시가 카카오엔터프라이즈, 아주산업과 체결한 ‘광주형 인공지능 비즈니스’ 100번째 업무협약식에서 이용섭 광주광역시장은 자신감이 넘치는 목소리로 힘주어 이 같이 말했다.
100개 기업 유치는 광주 AI 생태계 조성에 있어 상징성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부분에서 큰 의미를 지닌 것으로 평가된다. 사실상 무(無)에서 유(有)를 만들어냈다고 본다. 이는 이용섭 시장을 필두로 광주시 공무원들의 땀과 노력이 깃든 귀한 결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축배를 든지 며칠 되지도 않은 시점에서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이 들려왔다. 과기정통부가 '지역 거점 중심 인공지능 확산 계획'을 골자로 한 '디지털 뉴딜 2.0'의 주요 정책 방향을 발표한 것. 이는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의 하나로 예비타당성조사까지 면제받고 향후 10년 간 1조원을 투입하겠다는 광주시의 AI 집적단지 조성계획과 궤를 완전히 달리한 AI 분산전략이다.
광주시는 그야말로 '멘붕' 상태에 빠졌다. 이 시장은 9일 기자들과 차담회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AI 전국 거점화 전략은 3가지의 큰 문제점을 안고 있다"며 조목조목 지적했다. 그는 "정부가 광주를 AI융합집적단지로 육성하겠다고 약속했고 인공지능 인프라와 연구개발, 인재 양성과 기업유치, 이를 통해 AI 생태계를 조성해 미국의 실리콘밸리마냥 시너지 효과를 내겠다고 공언했음에도 인프라는 호남, 연구개발은 충청 등으로 분산시킨다면 안될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 시장은 "광주가 혁신적으로 4000억원 짜리 미래전략사업인 인공지능 집적화를 제기했을 때 정부도 고마워했음에도 이제와서 이를 급선회한다는 건 수도권 집중화 방지와 지역균형 발전이라는 당초 취지와 계획에 상충하는 것"이라며 "정부가 바뀐 것도 아닌데 분산화로 전환하면 씨를 뿌릴 수도, 열매를 맺을 수도 없다"고 주장했다.
코끼리가 크다고 2개로 쪼개면 모두 다 죽는다는 이야기다. 그렇다. 현재 국내 AI 산업은 실리콘밸리처럼 AI 인프라 등 관련 지원이 집중돼야 하는 시기다. 그런데 현 정부의 계획과 같이 지역 분산화가 이행된다면 결국 국가 AI 경쟁력만 추락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도 걸음마 상태인 'K-인공지능 사업'은 주저 앉아버릴 것이다. 지금은 광주 중심의 AI 성장에 집중할 때임을 정부는 명심하기 바란다.
앞서 이 시장은 하계 휴가 중임에도 불구하고 서울로 향했다. 지난 5일 서울에서 임혜숙 과기정통부 장관을 만나 '광주 AI 산업 집중 지원'을 요청했다. 이에 임 장관은 "광주 AI 집적단지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과 투자는 앞으로도 계속돼야 하고, AI산업이 안착할 수 있도록 광주시와 지속적으로 협업하고 지원해 나가겠다"고 원론적 수준에서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이 시장의 휴가기간 행보를 놓고 지역민들 사이에서 각종 이야기 흘러나왔다. 어찌 보면 휴가 기간에는 온전히 쉬는 것이 시정 운영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최근 여론을 살펴볼 때 '광주시장이 휴가 중임에도 직무에 충실하구나'라는 믿음과 감사를 전하는 목소리가 큰 것 같다. 정부가 '선택과 집중'을 통한 AI 산업 육성에 힘쓰길 바라며, 지역민들에게 희망과 자긍심을 심어준 이 시장과 시 공무원들에게도 일찌감치 격려와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AI타임스 유형동 기자 yhd@aitime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