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철마다 유권자들의 손을 맞잡던 ‘악수 정치’가 사라지고, 이제는 메타버스 정치가 시작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전례 없는 언택트(비대면) 선거운동이 본격화되면서 메타버스 기술이 주요 선거 전략으로 자리잡은 것. 가상세계 안에서 예비후보들의 모습을 한 아바타가 유권자들을 만나고, 공약 발표도 나서고 있다. 정가에서는 MZ세대의 참여를 얼마나 이끌어 내느냐가 메타버스 정치의 성공 여부를 좌우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메타버스는 가상과 추상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현실 세계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온라인을 활용해 경제·문화·사회 활동이 가능한 3D 가상세계를 뜻한다. 최근 방탄소년단(BTS), 블랙핑크 등 케이팝 스타들이 자신들의 세계관을 담은 제페토 캐릭터를 제작하고, 가상 공간도 운영하고 있다.
여야 대선 예비후보들은 일찌감치 메타버스를 활용해 소통에 나서고 있다. 이낙연 후보는 다른 대선 후보들보다 메타버스를 가장 잘 활용하는 주자로 꼽힌다. MZ세대와의 소통을 위해 적극 나서겠다는 전략이다. 이낙연 후보는 지난 6월 22일 메타버스 플랫폼인 ‘제페토'에서 ‘내 삶을 지켜주는 나라’를 개설하고 다양한 국민들과 소통에 나서고 있다. 이 후보의 제페토 맵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휴대폰 앱 설치 후 제페토 캐릭터를 생성하고 ‘이낙연 계정’을 친구로 추가하면 된다.
지난달 16일에는 제페토를 통해 팬미팅을 개최하기도 했다. 특히 이 후보의 아바타와 셀카를 촬영하는 ‘포토부스’ 공간이 방문자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엄근진`(엄중·근엄·진지) 이미지 대신 푸근한 이웃 아저씨 느낌을 받았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방문자들은 이 후보 아바타와 함께 하는 이미지와 영상 등을 제작해 공유하고, 제페토 맵 내에서 별도 지지 모임을 가지고 있다. 각종 SNS를 통해 이 후보의 아바타와 찍은 사진을 공개하는 등 가상세계 밖에서 활발한 응원전도 펼쳐지고 있다.
앞서 박용진 후보도 제페토를 통해 대선 캠프 출정식을 열었다. 박 의원은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대한민국의 시대교체와 정치의 세대교체 상징과 같은 첫 출범”이라며 “메타버스 대선캠프라는 공간 안에서 박용진의 도전을 보여드리고, 국민들의 관심 속에서 한국 정치의 대 파란을 만들어 내보겠다”고 했었다.
김두관 후보는 메타버스에 독도를 구현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메타버스 독도에는 동도와 서도로 나뉜 독도 지형과 도로명주소 현판, 괭이갈매기, 독도경비대 등 실제 독도의 모습을 최대한 구현했다는 게 김 후보 측 설명이다. 김 후보는 "30년 전, 남해 이어리 마을 이장이었는데, 다시 이곳 독도에서 이장이 되었다"며 '메타버스 내 독도이장'을 자처했다.
야권 대선 주자들도 메타버스 열차에 올라타고 있다. 원희룡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도 사이버 대선 캠프를 열었다. 지난달 25일 대선출마 선언식에서 원 후보는 메타버스를 통한 질의응답 도 진행했다. 최재형 후보도 최근 메타버스 관련 세미나에 참석해 “국민과 기업이 현실과 메타버스 세계 어디에서든, 마음껏 활동하고, 자유와 창의가 넘치는 대한민국을 만들어나가겠다”며 관심을 보였다.
정당 차원에서도 메타버스 도입이 가속화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정당 사상 처음으로 메타버스 최고위원회의를 연 데 이어 20일에는 대선 예비후보 6명에게 메타버스 사무실을 내어주고 공식 입주식을 가졌다. 민주당은 가상공간에서 회의 등을 진행하는 등 활용범위를 대폭 넓힐 계획이다.
강훈식 기획단장은 "메타버스를 활용하면 벽면에 광고나 홍보도 하고 캠프에 따라 활용 역량도 차이가 날 것"이라며 "지지자들을 가상공간에서 만나면 후보도 편안하게 느끼고 다른 의미의 선거도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감에서 시작하게 됐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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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타임스 유형동 기자 yhd@aitime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