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과학기술원(지스트‧GIST) 의생명공학과 정의헌 교수팀은 한양대학교 생명공학과 이동윤 교수(일릭사 파마텍)팀과 공동연구를 진행해 스마트 콘택트렌즈를 이용한 비침습적 당뇨병 자가 진단 시스템을 개발했다. 안구 착용 후 스마트 콘택트렌즈의 눈물 속 포도당에 의한 발색 변화 모식도. (사진=지스트 제공).
광주과학기술원(지스트‧GIST) 의생명공학과 정의헌 교수팀은 한양대학교 생명공학과 이동윤 교수(일릭사 파마텍)팀과 공동 연구를 진행, 스마트 콘택트렌즈를 이용한 비침습적 당뇨병 자가 진단 시스템을 개발했다. 사진은 안구 착용 후 스마트 콘택트렌즈의 눈물 속 포도당에 의한 발색 변화 모식도. (사진=지스트 제공).

눈물을 이용해 혈당을 측정하고 관리할 수 있는 기술이 국내 연구진의 손에서 탄생했다. ‘바늘공포증’, ‘주사공포증’, ‘모서리공포증’, ‘첨단공포증’ 등 날카롭거나 뾰족한 물질을 보고 감정적 동요나 공포를 느끼는 이들에게는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지금까지 당뇨병 진단을 위해서는 손가락 끝을 바늘로 찔러 혈액을 채취해 포도당 농도를 측정해야만 했다. 이처럼 혈당 측정 시 매번 침으로 손가락을 찌르는 것은 환자들에게 굉장한 심리적 스트레스를 유발해왔다. 뿐만 아니라 침을 통한 감염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있다.

당뇨병은 전 세계적으로 19명 중 1명 꼴로 걸릴 만큼 매우 흔하지만 심각한 질병 가운데 하나다. 크레디트스위스 연구기관(CSRI)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약 4억 명에 달하는 환자들이 제2형 당뇨병으로 고통 받고 있으며, 환자의 수는 날로 늘어나는 추세다. 우리나라 역시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함에 따라 식습관 변화와 수명 증가 등으로 당뇨병과 같은 만성질환의 발병률이 빠른 속도록 증가하고 있다. 

지금까지 당뇨병 진단을 위해서는 손가락 끝을 바늘로 찔러 혈액을 채취해 포도당 농도를 측정해야만 했다. (사진=셔터스톡).
지금까지 당뇨병 진단을 위해서는 손가락 끝을 바늘로 찔러 혈액을 채취해 포도당 농도를 측정해야만 했다. (사진=셔터스톡).

이에 광주과학기술원(지스트‧GIST)의 정의헌 의생명공학과 교수팀과 한양대학교의 이동윤 생명공학과 교수(일릭사 파마텍)팀이 손을 맞잡았다. 일릭사 파마텍(Elixir Pharmatech)은 이동윤 교수가 연구실에서 개발한 면역·염증억제 관련 기술을 상용화하기 위해 창업한 실험실 회사다.

정의헌 교수는 몇 년 전에 이동윤 교수에게 공동 연구를 제안받아 이번 연구를 시작하게 됐다. 공동 연구팀은 인체에 무해하고 전극이 필요 없는 스마트 콘택트렌즈를 개발해 기존 침습적인 방법 대신 비침습적 방법으로 당뇨병을 관리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채혈 시 발생할 수 있는 통증에 대한 당뇨병 환자의 부담감을 크게 줄일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 것이다.

◆ 눈물로 혈당 수치 측정…비침습적 당뇨병 진단‧관리 가능해

공동 연구팀은 혈액을 대신할 인체의 주요 체액(體液) 가운데 질병 상태와 상관성이 높은 눈물을 이용해 눈물 속 포도당 농도로 당뇨 진단 가능성을 확인하고, 스마트 콘택트렌즈 개발을 진행했다. 당뇨병 환자의 경우 혈중 포도당 수치가 높아지면, 다른 체액에서도 포도당 수치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정의헌 교수는 "한양대에서 포도당 농도에 따라 색깔이 달라지는 나노입자를 함유시킨 콘택트렌즈를 개발했고, 지스트에서는 이를 광학적인 방법으로 실시간 정량 측정하는 시스템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때 안구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에 추적 알고리즘도 함께 개발했다"고 덧붙였다.

스마트 콘택트렌즈의 발색 변화를 통한 눈물 속 포도당 농도 측정 시스템의 전체 구성도 및 렌즈의 발색 변화 화학적 반응 모식도. (사진=지스트 제공).
스마트 콘택트렌즈의 발색 변화를 통한 눈물 속 포도당 농도 측정 시스템의 전체 구성도와 콘택트렌즈의 발색 변화 화학적 반응 모식도. (사진=지스트 제공).

공동 연구팀이 개발한 콘택트렌즈는 눈물 속 포도당 수치에 따라 색이 변하고 이를 스마트폰과 연계해 혈당 수치를 측정할 수 있다. 연구팀은 눈물 속 포도당 농도에 따라 렌즈 속 나노입자가 발색되고 색 변화 정도를 정밀하게 촬영할 수 있는 시스템을 선보였다.

아울러 안구의 흔들림에 따른 측정 오차를 최소화할 수 있는 안구 추적 알고리즘도 개발했다. 해당 안구 추적 알고리즘은 보다 정밀한 측정과 당뇨병의 자가 진단이 가능하도록 고안됐다. 특히 연구팀은 이 스마트 콘택트렌즈가 전극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인체에 무해한 나노입자의 발색 변화를 카메라를 통해 정량적으로 분석함으로써 신체에 미치는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국연구재단 바이오의료기술개발사업 등의 지원을 받은 이번 연구는 정의헌 교수(교신저자)와 이동윤 교수(교신저자)의 주도 하에 전희재 지스트 의생명공학과 박사(제1저자)가 수행했다. 연구 논문은 나노기술 분야 국제 학술지인 나노레터스(Nano Letters)에 지난 20일 온라인 게재됐다. 향후 프린트판 속표지논문(Supplementary cover)으로도 실릴 예정이다.

물론 공동 연구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어려움도 있었다. 정 교수는 "발색하는 콘택트렌즈의 정량화 실험을 위해 한양대와 지스트를 오가며 실험해야 했고, 환자의 임상 눈물 검체의 양이 너무 적어 실험을 하는 데 애를 먹었다"고 연구 당시 겪었던 애로사항을 전했다. 하지만 그는 지스트와 한양대, 강동경희대병원 간 협력이 잘 이뤄져 결과적으로 좋은 성과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밝혔다.  

스마트 콘택트렌즈의 자동 추적과 발색 변화를 정량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알고리즘 구성도. (사진=지스트 제공).
스마트 콘택트렌즈의 자동 추적과 발색 변화를 정량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알고리즘 구성도. (사진=지스트 제공).
(a) 눈물 속 포도당 농도 산출을 위한 검량선 피팅(Calibration curve fitting). (b) 실험 이미지 및 실제 포도당의 농도의 변화에 따른 스마트 콘택트렌즈의 발색 변화. (c~e) 제작된 포도당 농도 변화에 따른 스마트 콘택트렌즈의 RGB 변화 정도 측정과 선형 피팅(Linear fitting) 결과. (사진=지스트 제공).
(a) 눈물 속 포도당 농도 산출을 위한 검량선 피팅(Calibration curve fitting). (b) 실험 이미지 및 실제 포도당의 농도의 변화에 따른 스마트 콘택트렌즈의 발색 변화. (c~e) 제작된 포도당 농도 변화에 따른 스마트 콘택트렌즈의 RGB 변화 정도 측정과 선형 피팅(Linear fitting) 결과. (사진=지스트 제공).
동물 실험을 통해 스마트 콘택트렌즈와 시스템의 유효성 확인. 혈중 농도 변화에 따른 눈물 내 포도당 농도의 검출 결과. (a~b) 정상 쥐와 수면 마취 쥐의 눈물 내 포도당 농도 비교. (c~d) 정상 쥐와 전신 마취 쥐의 혈중 포도당 농도 결과. (e) 혈중 포도당 농도와 눈물 속 포도당 농도의 상관성 분석 결과. (사진=지스트 제공).
동물 실험을 통해 스마트 콘택트렌즈와 시스템의 유효성 확인. 혈중 농도 변화에 따른 눈물 내 포도당 농도의 검출 결과. (a~b) 정상 쥐와 수면 마취 쥐의 눈물 내 포도당 농도 비교. (c~d) 정상 쥐와 전신 마취 쥐의 혈중 포도당 농도 결과. (e) 혈중 포도당 농도와 눈물 속 포도당 농도의 상관성 분석 결과. (사진=지스트 제공).
(a) 임상검체에서 스마트 콘택트렌즈, 혈당계, 마이크로플레이트 분광광도계를 이용한 당뇨환자와 정상인의 포도당 농도 측정. (b) 임상 검체에서 미세관을 이용한 눈물 채취 방법. (c~e) 채집된 눈물 속 포도당 농도 측정 방법 및 혈중 농도 측정 방법. (f~h) 각 방법에 따른 임상검체 결과와 각 시스템간의 상관성 분석 결과. (사진=지스트 제공).
(a) 임상검체에서 스마트 콘택트렌즈, 혈당계, 마이크로플레이트 분광광도계를 이용한 당뇨환자와 정상인의 포도당 농도 측정. (b) 임상 검체에서 미세관을 이용한 눈물 채취 방법. (c~e) 채집된 눈물 속 포도당 농도 측정 방법 및 혈중 농도 측정 방법. (f~h) 각 방법에 따른 임상검체 결과와 각 시스템간의 상관성 분석 결과. (사진=지스트 제공).

추후 딥러닝 기술과 바이오 빅데이터를 활용한다면,

일상에서 보다 정밀한 비침습적 방법이 될 수 있을 것

정의헌 지스트 교수는 “이번 성과는 기존 당뇨진단 방식의 가장 큰 단점인 침습형 측정을 줄일 수 있는 기술”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연구를 통해 혈액에서 주로 봐왔던 포도당 농도를 체액에서도 비침습적으로 모니터링하는 방법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정 교수는 “추후 딥러닝 기술과 바이오 빅데이터를 활용한다면 일상에서 보다 정밀한 비침습적 방법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현재 국내외 특허 출원‧등록을 진행 중인데, 기회가 된다면 상용화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왼쪽부터) 정의헌 지스트 의생명공학과 교수, 이동윤 한양대 생명공학과 교수, 전희재 지스트 의생명공학과 박사. (사진=지스트 제공).
(왼쪽부터) 정의헌 지스트 의생명공학과 교수, 이동윤 한양대 생명공학과 교수, 전희재 지스트 의생명공학과 박사. (사진=지스트 제공).

초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현대사회에서 당뇨병과 고혈압 등 만성질환도 급격히 늘어가고 있다. 정 교수는 "만성질환은 한 가지 전문분야뿐만 아니라 다양한 그룹 간의 융합연구로 해결해 나아가야만 한다"며 "각자의 전문성 못지않게 소통과 배려 등의 능력도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연구는 훌륭한 공동 연구자를 만났기 때문에 결실을 이루게 됐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정의헌 교수와 함께 연구를 수행한 이동윤 한양대 교수는 “추후 임상실험을 통한 안전성 평가를 거친다면, 기존의 진단 방식보다 환자의 부담을 최소화하고 간편하게 당뇨 자가 진단이 가능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AI타임스 윤영주 기자 yyj0511@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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