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통통" 탁구공이 경쾌하게 튕기는 소리가 들리는 곳에는 학생과 로봇 간 이색적인 탁구 경기가 펼쳐지고 있었다. 광주과학기술원(지스트‧GIST) 융합기술원이 개최한 ‘2021 창의융합경진대회’의 현장이다.
최근 지스트 융합기술원은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요구하는 실질적 융합교육을 위해 협동심과 집단 창의력을 키울 수 있는 창의융합경진대회를 열었다. 지난 2017년 첫 대회 막이 오른 이후 올해로 5회째를 맞았다.
이번 경진대회 행사는 7월부터 8월 20일까지 두 달 동안 지스트에서 진행됐다. ‘탁구 로봇 콘테스트’와 ‘캠퍼스 에너지 관리 시스템(EMS) 개발 콘테스트’ 등 2개 트랙으로 나뉘어 열린 창의융합경진대회에서는 총 32명의 학생들이 11개 팀을 꾸려 여름방학까지 반납하고 탁구 로봇과 알고리즘 개발에 몰두했다.
대회에 참가한 학생들은 2명 이상의 팀을 구성해 공동 연구를 수행했다. 융합기술원 교수들과 대학원생들도 각 팀의 멘토를 맡아 현장 지도와 조언 등 적극적인 지원에 나섰다. 그리고 지난 20일 개최된 결승전. 이날 학생들은 두 달 가까이 대회를 준비하며 갈고닦은 실력을 마음껏 뽐냈다.
‘탁구 로봇 콘테스트’는 도전문제를 수행해 순위를 경쟁하는 방식으로 탁구머신에서 나오는 탁구공을 탁구 로봇이 맞히는 것과 탁구 로봇과 참가 학생 간의 탁구경기를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캠퍼스 EMS 개발 콘테스트’의 경우 주최 측에서 제공하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부하 예측 알고리즘과 태양광 발전량 예측 알고리즘, 전기요금 최소화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내용이 골자다. 부하 예측 오차율과 태양광 발전량 오차율, 사용 전기요금을 계산해 순위가 결정되는 방식이다.
치열한 결승전을 거쳐 가려진 2개 트랙 최종 우승은 ‘탁구왕 김탁구’ 팀에 돌아갔다. 김이룸‧송채훈 학생으로 구성된 ‘탁구왕 김탁구’ 팀은 ‘탁구 로봇 콘테스트’ 부문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아 대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대상 팀에게는 상장과 200만원의 문화상품권이 전달됐다.
우수상은 ‘기계공학생이 제일 좋아하는 치킨은 위잉치킨’ 팀(이준영‧임부용‧ 정송민‧양예진 학생)이 차지했다. 장려상 3개 팀에는 ‘광주전력공사’ 팀(김동훈‧구교준‧김태현‧안유진 학생)과 ‘마롱의 수제자들’ 팀(박진혁‧심영빈‧박창은‧김재원 학생), ‘무게는 2.7g’ 팀(박하림‧조부남 학생)이 선정됐다.
창의융합경진대회의 책임자인 윤정원 지스트 융합기술학제학부 교수는 “본 행사가 인공지능과 하드웨어(로봇)가 결합된 융합연구 주제를 이용한 경진대회 방식으로 진행돼 학생들의 참여 열의와 흥미가 매우 높았다”고 말했다. 이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로 하는 도전정신을 갖춘 융합형 인재를 육성할 수 있는 새로운 교육 플랫폼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 ‘2021 창의융합경진대회’ 여름방학 반납한 학생들의 후일담
Q. 창의융합경진대회에 참여한 계기는.
평소 로봇공학 분야에 관심이 많기도 했고, 아이디어를 원하는 대로 구현할 수 있는 대회였기에 참여하게 됐다.
모든 플랫폼을 제공하는 다른 대회들과 달리 최소한의 로봇 부품들만 제공받았기 때문에, 나머지는 모두 알아서 구축해야 한다는 점에서 오히려 자유로웠던 것 같다.
Q. 이번 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특히 ‘탁구 로봇 콘테스트’에서 가장 우수한 성적을 거뒀는데, 대회 진행 방식과 탁구로봇 개발에 적용한 기술이 궁금하다.
먼저 대회 진행 방식에 대해 말하자면, 예선에서 기본 검증을 통과한 로봇들만 결승에 올라토너먼트를 진행했다. 결승에서는 한 라운드마다 로봇과 사람이 랠리를 더 많이 수행한 팀이 점수를 얻어, 5점에 먼저 도달하는 팀이 이기는 방식이었다.
우리 팀은 OpenCV(실시간 컴퓨터 비전을 목적으로 한 프로그래밍 라이브러리)를 이용한 카메라 비전 시스템을 구축해 공을 인식하도록 하고, 로봇 팔을 비롯한 매니퓰레이터는 ROS(로봇운영체제) 상에서 구동하도록 개발했다.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탁구공의 특성상 높은 FPS(초당 프레임 수)에서 인식할 수 있게 실시간 영상에서의 RGB 검출 및 이진화 전처리 과정을 거쳤다.
우선 2대의 카메라에서 인식한 정보로 삼각측량법을 통해 공의 3차원 좌표를 계산하고, 이후 공기 저항과 탄성을 고려한 포물선 궤도를 예측해 탁구공을 받아칠 최종 위치와 도달 시간을 계산하는 것이다. 최종적으로 ROS 통신을 통해 전달받은 값에 맞게 모터가 작동하며 공을 받아치게 되는 구조다. 이 모든 과정은 한 번 받아칠 때마다 1초 미만으로 수행된다.
Q. 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나.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대회의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문제는 항상 있었던 것 같다. 3차원 환경을 구축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로봇의 하드웨어가 갑자기 고장나거나 역기구학 문제를 풀지 못해 오류 코드가 가득한 실행 화면을 수없이 봤었다.
특히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있어서 몇 날 며칠 동안 고생했는데, 컴퓨터와 로봇을 껐다가 다시 켜니 멀쩡해지기도(?) 했었다. 해결된 것이 좋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고생한 보람이 없어서 어이가 없었는데, 나중에 뭔가 잘못되었다 싶으면 무조건 껐다 켜는 것이 습관이 되어버린 게 기억에 남는다.
Q. 이번 대회 성과가 향후 구체적으로 어떻게 활용될 수 있을지.
탁구 로봇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로봇 기구학뿐만 아니라 컴퓨터 비전 분야가 매우 중요하다. 빠른 속도의 물체를 인식하고 오차율을 최소화하기 위한 캘리브레이션(calibration) 과정을 연구하면서 컴퓨터 비전 분야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Q. 향후 계획은.
현재 탁구 로봇은 사람과의 랠리를 할 수 있는 정도지만, 하드웨어의 성능을 향상시킨다면 사람 혹은 로봇과의 경기까지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 만약 다음 대회에도 참가하게 된다면 성능을 향상시키는 데 집중해서 로봇끼리의 경기까지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이자 계획이다. 또 이번 경진대회에서 탁구 로봇을 구현했던 경험을 토대로 실제 세계에서 활용 가능한 다른 로봇들도 개발하고 싶다.
Q. 강조하고 싶은 한 말씀.
뭐든지 부딪혀봐야 안다는 말을 대회를 준비하면서 크게 깨달았다. 백지부터 시작하면 고생하는 것도 많지만, 그만큼 얻어가는 것도 많다. 망설이지 말고 참가하는 사람들이 많아져대회가 더욱 활성화됐으면 좋겠다.
Q. 창의융합경진대회에 참여한 계기는.
사실 우리 팀은 인공지능(AI)이나 기계학습(ML)과 관련된 프로그래밍을 해본 경험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이번 대회가 관련 지식을 쌓을 수 있는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대회 결과물을 목표로 팀원들과 다 함께 스터디를 하면서 해당 분야를 공부하고 싶어 참여하게 됐다.
Q. ‘캠퍼스 에너지 관리 시스템(EMS) 개발 콘테스트’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아 장려상을 수상했다. 콘테스트는 어떻게 진행됐는지 궁금하다.
캠퍼스 EMS 개발은 크게 2가지 과정으로 나뉜다. 첫 번째로는 태양열 발전량 및 부하량을 예측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것, 그리고 두 번째는 그 정보를 토대로 캠퍼스 전기 요금 절감을 목적으로 하는 에너지 저장장치의 충‧방전 스케줄링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것이다.
태양열 발전량 및 부하량을 예측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할 때 DNN(Deep Neural Network)을 사용했다. DNN을 사용한 이유는 태양광 발전량은 비선형성을 띠는데 인공신경망이 비선형적인 모델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충‧방전 알고리즘의 경우 강화 학습을 사용했다.
DNN과 강화 학습의 가장 큰 차이는 DNN은 입력 값과 출력 값이 정해진 데이터를 통해 학습하는 지도학습이고, 강화 학습은 출력 값은 정해져 있지 않은 대신 보상 함수(본 프로젝트의 경우 비용의 최소화)에 따라 보상을 최대화하는 결과를 얻어내는 학습이다. 이 때문에 두 가지 과정에서 서로 다른 기술을 사용했다.
Q. 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나.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팀원들 모두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프로그래밍을 하는 전체적인 과정이 쉽지 않았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라면 대회 초반에 캠퍼스 EMS 트랙을 담당하신 조교님이 간단한 교육을 진행해 주셨는데, 우리 팀원들 대부분이 이해하는 데 힘들어했다. 그래서 교육 중 조교님이 추천해준 책을 선점하기 위해 도서관으로 뛰어갔던 기억이 난다.
Q. 이번 대회 성과가 향후 구체적으로 어떻게 활용될 수 있을지.
우리 팀이 '캠퍼스 EMS 개발 콘테스트'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는 하지만, 오차가 생각보다 작지 않았다. 학습 변수의 문제일 수도 있고 학습 데이터가 부족해서 나타난 문제일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고려하지 못한 다양한 변수들을 추가하고 학습 데이터도 많이 쌓이게 된다면, 실제로 우리의 알고리즘을 적용해 캠퍼스 EMS로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Q. 향후 계획은.
프로젝트가 끝나도 새로운 목표를 정해 이 팀 그대로 스터디를 이어나가고 싶었으나, 군대를 가는 친구도 있고, 방학이 끝나면 당분간은 학업에 좀 더 집중하게 될 것 같다. 그래도 개인적으로는 이번 대회와 같은 다양한 기회가 있다면 AI에 대해 더 공부해 나가고 싶다.
AI타임스 윤영주 기자 yyj0511@aitime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