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자가 없는 자동차가 현실로 다가온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자율주행차가 널리 보급되기까지는 10년이 채 걸리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그러나 어떻게 보험에 들 것인가 하는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난제로 남아 있다. 한 가지 근본적인 문제는 자율주행차 소유주에게 보험이 필요한지 여부다. 디자인의 결함으로 사고가 발생했다고 판단될 경우 제조사에 책임이 돌아갈 수 있다.
이와 관련해 미국에서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스타트업들이 등장하고 있다. 벤처비트가 지난 23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에 본사를 둔 쿱테크놀로지스(Koop Technologies)가 한 예로 급부상하고 있다.
쿱은 자율주행차, 로봇공학 등 기계로 인한 위험에 대비하는 ‘API 기반’ 보험 플랫폼을 개발 중이다. 업체는 자율주행차와 로봇 제조회사로부터 데이터를 수집해 보험 인수를 비롯한 위험 비용, 보험금 청구 처리 방식 구축에 사용한다.
세르게이 리트비넨코(Sergey Litvinenko) 최고경영자(CEO)는 “방대한 양의 각종 자료를 모아 데이터셋을 개발하고, 머신러닝 모델을 구축해 무인 차량의 위험 비용을 책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머신러닝의 장점에 대해 “기존 텔레매틱스 접근 방식에 비해 별도의 하드웨어 없이도 규모에 맞게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라고 덧붙였다.
또 머신러닝은 플랫폼을 통해 로봇 리스크의 가격을 더 높일 수 있고, 자율트럭이나 로봇축 등에 연결된 센서 하드웨어를 활용하기 때문에 클레임 처리 속도를 크게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쿱은 이미 대형 보험사들과 제휴를 맺고 자율주행차와 로봇 고객을 위한 특별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벤처캐피털 회사인 유비쿼티 벤처스도 쿱의 성과를 주목해 250만 달러(약 28억 9250만원)의 시드펀드를 확보한 상태다.
리트비넨코 대표는 “운송, 드론, 창고, 농업, 건설 등 여러 분야에서 자동화 전환이 증가하고 있다”며 “자동화의 보편화는 곧 새로운 비즈니스 창출 기회의 장”이라고 말했다.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둔 또 다른 인슈어테크 회사 애비뉴(Avinew)는 자율주행 안전 기능이 탑재된 자동차 소유주와 차량 운전자에게 커버리지를 제공한다.
애비뉴의 보험 프로그램은 모바일 앱을 사용해 테슬라 오토파일럿, GM 슈퍼크루즈, 포드 코파일럿360·블루크루즈, 닛산 프로파일럿 어시스트 등 각 자동차 제조업체 별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을 조건으로 가입자가 보험료 할인을 받을 수 있는지를 검토한다.
애비뉴와 달리 트로브(Trov)라는 이름의 스타트업은 알파벳의 웨이모 탑승객의 안전을 보장하는 보험 상품을 제공한다. 웨이모에 타고 있던 도중 사고가 발생하면 의료비를 지원하는 식이다.
스콧 월첵 애비뉴 CEO는 “운전자 없는 자동차를 이용하는 사람들을 위해 보다 정밀한 보험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또 자사 보험 전문가들이 독일 뮌헨에 위치한 Re와 파트너십을 맺고 “마일 단위로 차내 분실물부터 사고 발생 시 의료복지 혜택까지 포괄적인 보호 장치를 개발했다”고 부연했다.
이처럼 미국 소규모 보험사가 자율주행차 관련 보험을 개발하는 가운데, 국내에서는 삼성화재가 비슷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삼성화재는 내년 1분기 출시를 목표로 개인용 자율주행차 보험상품을 연구 개발 중이다.
삼성화재는 지난 2017년 시험용 레벨3 자율주행차량에 한정해 보험을 선보인 적이 있다. 그러나 이후 현재까지 레벨2 자율주행차량만 개발·출시되면서 이 같은 시도는 상용화가 될 수 없었다. 업체는 기존 운행자책임과 자동차 의무보험 체계를 동일하게 적용하는 레벨3 자율주행차 특약보험을 준비하겠다는 목표다.
그러나 아직까지 레벨3 자율주행차 출시도 더딘 상황에서 관련 보험이 먼저 등장하는 것이 맞는가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자율주행차량의 상용화 시기에 맞춰 적절한 보험상품이 선보여야 한다는 것. 이 때문인지 삼성화재를 제외한 국내 어떤 손해보험사도 자율주행차 보험을 개발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여전히 불분명한 책임소재와 과실 판단에서 다양한 변수가 작용하는 게 이유로 분석된다.
AI타임스 박혜섭 기자 phs@aitime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