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대응과 탄소중립 실현은 이제 시대적 과제가 됐다. 이를 위한 전 세계적인 노력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가정 내의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기술이 광주과학기술원(지스트‧GIST) 연구진의 손에서 탄생했다.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전력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전력 수급 안정화와 청정 에너지로의 전환을 위한 효과적 수단으로 꼽히는 '전력 수요반응(DR) 제도'가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수요반응(DR: Demand Response) : 전력량 수요에 맞추고자 전기 사용자가 사용량을 변화시키는 것을 말한다. 즉 공급 대신 수요를 조절하는 개념이다. 특히 전력 피크시간과 풍력‧태양광 등 재생에너지의 급격한 발전 변화 상황에서 효과적이다.
이에 최근 김진호 지스트 에너지융합대학원 교수 연구팀은 주택‧아파트에 거주하는 가정용 에너지 사용자의 소비 패턴을 감지‧추출하는 AI 기반 분석 기술을 개발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수요반응 시장에서 거시적 환경 대응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시장 인센티브 설계 방향을 직관적으로 제시했다.
연구팀은 가정에서 사용되는 가전제품의 초 단위 전력사용량 계측 데이터를 활용해 새로운 확률적 접근 방법론으로 가전제품의 사용과 사용자의 재실 패턴을 추출하는 데 성공했다. 여러 가지 차원(요일‧날씨‧계절)에서 부하 데이터를 분석하고 패턴화된 결과를 학습시켜 특성(feature)을 도출, 이를 활용해 예측일에 대한 확률적 시나리오를 구성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수요반응 자원의 실질적 참여 잠재량을 추정하기 위해서는 정보 데이터를 기반으로 사용자 행동을 포함한 에너지 부하 특성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 수요반응 잠재량 추정을 위한 모의운영 알고리즘에서는 가전제품의 동특성(dynamics)과 연관된 사용자의 불편도가 정량화돼 반영됐다.
연구팀은 에어컨 작동과 실내 열 관성에 따른 온도 변화에 인간이 느끼는 편안함의 정도를 국제표준화기구(ISO) 척도에 따라 제약하며, 조명의 조도 변화가 눈의 피로를 유발하지 않도록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 규격을 기반으로 측정‧제어했다. 이에 따라 거주 중인 사용자의 에너지 사용 만족도를 충족하는 범위 안에서 자원 잠재량 추정이 가능하도록 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한 가구가 250일 동안 수요반응 자원으로 참여했을 때 약 10MWh 수준의 에너지를 전력망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이에 따른 이산화탄소 감축 효과는 약 7.7톤 규모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광주과학기술원(GIST) 연구팀은 이번에 개발한 기술을 적용해 주택 및 아파트 거주 고객의 수요반응 자원을 매집했을 때 기대할 수 있는 환경 편익을 도식화했다. 하루 기준 시간대별 한계발전기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산정해 대규모 가정용 수요반응 자원이 화석연료를 대체했을 때의 탄소 저감을 정량화했다.
연구에 따르면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발전기 출력의 일부를 수요반응 자원으로 대체할 경우에 탄소 저감으로 인한 환경 편익을 소비자에게 돌려줄 수 있는 새로운 시장 인센티브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연구는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연구 논문은 전기전자공학 분야의 국제 학술지인 'IEEE Transactions on Smart Grid' 2021년 9월호에 실렸다.
김진호 교수는 "본 연구 성과를 통해 가정의 에너지 수요를 대형 통합자원으로 전환할 수 있는 빅데이터 기반의 분석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이 기술의 적용 대상 섹터를 확장해 물‧열‧가스‧전기차 등 다방면의 섹터 커플링 효용성 향상과 이를 위한 정책 마련에 기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섹터 커플링 : 가변적인 재생에너지 전력을 다른 에너지 형태로 변환해 사용‧저장하는 형태로서 에너지 부문(물‧열‧가스‧수송) 간 결합하는 기술 및 시스템을 말한다.
◆ 광주형 AI-그린뉴딜 실현에 힘 보태는 지스트
친환경 에너지를 중심으로 광주광역시가 광주형 AI 그린뉴딜 정책에 속도를 높이고 있는 상황에서 지스트 연구진도 탄소중립을 위한 에너지 분야 연구에 몰두하며 힘을 보태고 있다. 특히 지난해 지스트는 에너지 관련 석·박사급 융합 인재 양성을 위해 '플렉스(FLEX) 에너지융합대학원'을 설립했다.
지스트 FLEX 에너지융합대학원은 에너지 전환과 그린뉴딜 정책에 발맞춰 계통 유연성을 향상시키는 기술‧제도 개발을 위해 에너지 융합 전문인재를 배출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김진호 교수는 "국내 에너지 전환 패러다임을 선도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에너지, 환경, 인공지능과 경영모델이 결합된 글로벌 신산업에서 핵심 역할을 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또 지난 3월에는 황의석 지스트 교수 연구팀이 AI 기술을 활용해 빌딩 내부의 세부적인 전력 사용량을 모니터링하고 조절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기도 했다. 에너지 자립형 스마트 빌딩의 핵심 기술을 제시한 셈이다.
황 교수팀이 제안한 'AI 기반 시간-주파수 마스크 방식의 비접촉식 세부 전력 사용량 모니터링 기술'은 심층신경망(DNN) 모델을 기반으로 전력 사용량의 시간-주파수 특성을 동시에 고려하기 때문에 대상 특성을 갖는 세부 부하 신호를 효과적으로 분리해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기존 비접촉식 전력 사용량 모니터링 기술에서는 식별하기 어려웠던 복잡한 패턴의 전력 부하 모니터링을 가능하게 함은 물론 부하 분해의 정확도도 높였다.
황의석 교수는 해당 기술이 공기조화시스템처럼 사용에 유연성이 있는 부하 정보를 신뢰성 있게 추정함으로써 수요반응 등 스마트 그리드 서비스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당시 황 교수는 이 기술을 기반으로 빌딩 전력 사용 패턴을 지능화하고 유연화함으로써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효율적인 에너지 관리 시스템 연구를 계속 진행할 계획임을 밝혔다.
AI타임스 윤영주 기자 yyj0511@aitime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