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숙주 영정. 나주 출신 신숙주는 세종대왕과 함께 훈민정음 창제와 보급에 기여한 인물이다. 
신숙주 영정. 나주 출신 신숙주는 세종대왕과 함께 훈민정음 창제와 보급에 기여한 인물이다. 

한글날을 맞아 훈민정음을 탄생시킨 주역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광주‧전남 지역 출신인 신숙주는 한글 창제에 큰 공을 세운 인물이다. 세종의 총애를 받았던 인물로 최항, 박팽년, 성상문 같은 집현전 정 6품 이하의 학자들과 함께 훈민정음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백성들이 쉽게 쓰고 읽을 수 있는 ‘한글’을 만들고 널리 알리는 데 대단한 공을 세운 신숙주. 하지만 나주 노안면 금안마을에 있는 그의 생가는 전혀 관리가 되지 않은 채 방치돼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역사적 자원을 메타버스를 활용해 새로운 관광 자원화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신숙주는 세종대왕을 도와 훈민정음 창제와 보급에 헌신했다. 최항, 박팽년, 성상문과 함께 3년 동안 훈민정음 프로젝트에 전력을 다했다. 집현전 학자출신으로 뛰어난 언어학자였다. 세종은 신숙주와 성삼문을 중국의 음운학자 황찬(黃瓚)에게 보내 중국의 음운을 연구하게 했으며, 신숙주는 13차례 요동을 방문하며 음운에 대한 지식을 배웠다. 언어학자인 황찬도 신숙주의 뛰어난 언어 이해력에 감탄을 했다.

이 밖에 신숙주는 중국어‧일본어‧몽골어‧여진어에 능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어, 아라비아어에 대한 이해도도 높았다. 탁월한 그의 언어학적 지식이 그대로 과학적이고 실용적인 한글을 만드는 데 녹아들었다. 남다른 외국어 능력은 그 나라의 말본 제작을 가능케 할 정도였다. 각종 불경을 번역해 출간하기도 했다. 

신숙주 선생이 세종의 명을 받아 서장관으로 일본에 방문할 당시 일본의 나라 사정을 자세하게 엮은 ‘해동제국기’. 
신숙주선생이 세종의 명을 받아 서장관으로 일본에 방문할 당시 일본의 나라 사정을 자세하게 엮은 ‘해동제국기’. 

아울러 그는 유능한 외교관으로 조선의 국위를 높였다. 세종의 명을 받아 서장관으로 일본에 방문할 당시 일본의 나라 사정을 면밀하게 살핀 뒤 이를 ‘해동제국기(海東諸國記)’에 담아 일본 외교의 교과서로 사용케 했다. ‘해동제국기’는 일본의 지리와 문화, 국방에 관한 지리서로 신숙주가 일본에 대한 정보를 자세하게 책으로 엮어낸 것이다. 일본 영주들의 속사정, 대신들의 가족 계보, 지역의 제도와 풍속 등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볼 수 있다.

또 “당태종에게는 위징, 나에게는 숙주”라고 할 정도로 세조의 신임을 한 몸에 받았다. 1472년 ‘세조실록(世祖實錄)’·‘예종실록(睿宗實錄)’의 편찬에도 참여했다. 이어 세조 때부터 이어오던 ‘동국통감(東國通鑑)’의 편찬을 성종의 명에 의하여 신숙주의 집에서 총관했다. 세조와의 관계를 유교적 가치관 아래서 비난하는 평가도 있지만, 신숙주가 한글 창제뿐만 아니라 당대 정치적‧학문적 영향력과 업적을 남긴 사실은 분명하다.

나주시 노안면 금안마을에 위치한 신숙주선생 생가의 대문. 신숙주선생의 생가라는 낡은 표지가 눈에 띈다. (사진=전남 역사이야기).
나주시 노안면 금안마을에 위치한 신숙주선생 생가의 대문. 신숙주선생의 생가라는 낡은 표지가 눈에 띈다. (사진=전남 역사이야기).
나주시 노안면 금안마을에 위치한 신숙주선생 생가가 방치된 채 잡초만 무성한 모습이다. (사진=전남도 역사기행문 전남역사이야기).
나주시 노안면 금안마을에 위치한 신숙주선생 생가가 방치된 채 잡초만 무성한 모습이다. (사진=전남도 역사기행문 전남역사이야기).

한글 창제 등 많은 업적을 남기고 1474년 일생을 마친 신숙주. 하지만 그를 기리는 지자체의 태도는 형편없다. 나주 노안면 금안마을에 위치한 신숙주의 생가는 관리가 안 돼 흉물로 전락했다. 잡풀은 무릎까지 차올랐고, 가옥은 오랫동안 관리 되지 않아 물건들이 나뒹굴고 있었다. 훈민정음 창제와 보급의 지대한 공이 있는 신숙주 선생을 기리고, 역사적 자원을 대하는 지자체의 태도가 무성의하게 그지없다.

앞서 타매체의 언론 보도를 통해 나주시가 생가를 복원하겠다고 나선지 20년이 지나도록 복원사업에는 진척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후손들은 신숙주 생가 복원에 대한 문제제기를 해왔지만 나주시는 예산 부족의 문제로 이를 미루고 있었다. 후손들은 나주시가 문중에 땅만 사면 복원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해 땅을 샀지만 22년째 복원이 안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퇴락된 생가에 걸려 있는 신숙주영정과 언론보도 기사들. (사진=전남 역사이야기).
퇴락된 생가에 걸려 있는 신숙주영정과 언론보도 기사들.  (사진=전남도 역사기행문 전남역사이야기).

오는 10월 9일은 한글 창제와 반포를 기념하는 날이다. 한글이 575번째 돌을 맞았다. 한글 창제를 기념하고 한글의 위대함을 널리 알리기 위해 곳곳에서 한글문화 유산을 산업화 및 관광자원화하고 있다. 경북도는 한글 문화 역량과 콘텐츠를 문화관광산업과 연계해 지역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삼고, AI를 접목해 한글 활용 신성장 AI 산업 육성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AI 휴먼 콘텐츠테크 기업인 아나테이너코리아는 AI 기술로 세종대왕의 모습과 목소리 구현해낸 세종대왕 영상을 제작해 유튜브에 공개했다. (한글날 특집 "세종대왕이 직접 말을 한다"...아나테이너코리아, 자체 AI 기술로 공개) ‘AI 휴먼 시스템 영상 구현 기술을 통해 세종대왕 표준영정 그림 속 세종대왕이 진짜 말하는 것처럼 움직임을 만들고, 현직 아나운서 녹음이 들어간 SOTA(State of the art) 알고리즘 기반 Wav2Lip 립싱크 기술이 적용됐다.

10월 9일은 한글 창제와 반포를 기념하는 한글날이다. (사진=셔터스톡 제공).
10월 9일은 한글 창제와 반포를 기념하는 한글날이다. (사진=셔터스톡 제공).

하지만 ‘AI 중심도시 광주’, ‘청정 블루이코노미 전남도’를 외치고 있는 광주‧전남은 정작 아무런 소식이 들려오지 않는다. 지역에 한글 창제에 지대한 공을 세운 인물이 지역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전혀 보존하거나 관광 자원으로 활용을 못하고 있다. 그러면서 관광 활성화를 위해 메타버스(Metaverse) 산업 육성에는 열을 올리고 있다.

광주광역시와 전남도도 메타버스 콘텐츠 구축을 위한 중‧장기 추진 전략을 수립하고, 지역의 특성을 살려 관광산업 활성화를 꾀하고 있다. 광주시는 AI와 연계된 광주만의 메타버스 산업 육성한다며 TF팀까지 구성했다. 전남도도 메타버스를 활용한 관광콘텐츠로 MZ세대를 겨냥해 미래 관광산업을 선도하겠다고 나섰다. 지역의 관광자원에 대한 호기심과 홍보로 연결돼 실질적인 전남지역 방문 여행까지 이어질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사진=셔터스톡 제공).
메타버스를 활용해 새로운 관광 자원화, 교육 콘텐츠로 구성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진=셔터스톡 제공).

일각에서는 역사적 자원을 메타버스를 활용해 새로운 관광 자원화, 교육 콘텐츠로 구성해야한다는 목소리다. 이시한 성신여대 겸임교수는 최근 열린 '2021 광주관광콘텐츠 활성화 워크숍'에서 “실제 관광지에선 접근할 수 없는 장소나, 과거 역사적 사건 등을 메타버스로 구현해 체험의 기회를 제공해야한다”며 "일부 관광콘텐츠는 아이들을 위한 교육콘텐츠가 될 수도 있다" 말했다.

지자체들이 앞다퉈 메타버스 산업에 공을 들이는 상황에서 세계에서 가장 과학적인 언어인 ‘한글’의 위상을 알리고, 지역의 역사적 인물을 기리는 일에 대한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글날을 맞아 세종대왕과 함께 한글 창제와 보급을 위해 힘쓴 지역의 역사적 인물을 기리는 일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AI타임스 구아현 기자 ahyeon@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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