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특금법 개정안 발효, 코인 중개소 단 4개업체만 기준 통과
가상자산 자금세탁 방지 위한 국제적 움직임에 발맞춰
실명확인을 거친 계좌만 사용, 거래소 물적요건 강화, 특정 기준 거래 보고

2021년 9월 25일, 6개월의 유예기간을 끝낸 “특정 금융 거래 정보의 보고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이하 특금법)”의 개정안이 드디어 발효되었다. 이름도 생소한 이 법의 개정안이 발효됨으로 인해 한때 100여개 정도로 난립하던 코인 중개소는 이제 단 4개 업체만 법령이 정한 모둔 기준을 간신히 통과하여 ‘정상적’으로 영업을 유지할 수 있게 되었고, 나머지 업체는 폐업하거나 그 영업행태를 바꾸어 이제 원화가 아닌 “코인으로만” 코인을 거래할 수 있다.

이번 칼럼에서는 특정금융정보법의 개정이 무엇인지에 그 주요 내용에 대해서만 살펴보고, 그 개정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후속 칼럼에서 알아보기로 하자.

2009년 등장한 비트코인을 시작으로 하여 10여년이 흐르는 동안 수많은 잡코인(이를 알트코인AltCoin이라고도 한다.)들까지 쏟아지며, 2021년 10월10일 Coinmarketcap.com의 집계기준으로는 전세계에 무려 12,554개의 코인들이 매매되고 있다. 같은 날짜 기준으로, 매매는 되고 있지 않지만, 유사한 목적으로 이더리움을 이용해 만들어진 소위 ERC-20 토큰 개수는 456,884개에 달하고 ERC-721을 사용해 만든 NFC라는 또 다른 잡코인 역시 19,824개나 된다.

이렇듯 잡코인들이 넘쳐나는 이유는 코인을 만드는 것이 매우 간단하여 별다른 기술이 필요 없기 때문이다. 프로그램에 조금이라도 익숙한 사람은 몇시간이면 충분하며, 그렇지 않은 사람도 단 며칠이면 코인 하나를 너끈히 만들어 낼 수 있다.

이렇게 하루에도 수백개씩 새로 쏟아지는 가상자산들은 기본적으로 모두 자금세탁의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이들 가상자산이 자금세탁의 위험을 내포하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는 가상자산을 주고받는 방식 때문이다.

우리가 은행에서 돈을 이체하며 금전을 주고받을 때는 금융기관이 발급한 계좌번호를 사용하는데, 이 계좌번호는 반드시 실명확인을 거치도록 법령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대한민국 금융기관을 통해 발생한 모든 금융거래는 항상 금전을 주고받은 당사자들이 누구인지 그 신원을 특정할 수 있다.

그러나 가상자산은 기관들이 실명확인을 완료하고 발급한 계좌번호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각 개인이 임의로 (무한대로) 생성한 “가상자산 주소”를 이용해 거래된다. 가상자산 주소는 소위 “지갑”이라 불리는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생성하는데 가상자산 주소에는 소유자의 암호화키 정보가 들어있을 뿐 그 주소가 누구의 것인지 그 신원을 특정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따라서 가상자산 주소끼리의 거래 내역을 들여다봐도 그 거래 당사자를 특정할 방법이 없는 것이다. 이 때문에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은 범죄 수익의 은닉과 함께 자금세탁은 물론 테러리스트들의 자금 조달에도 꾸준히 이용되었고 이는 국제적으로 지속적인 문제를 야기하였다. 몇년전 공분을 일으킨 N번방 사건의 조주빈 일당도 예외없이 가상자산을 이용하여 자신들의 범죄수익을 은닉하였다.

G7 산하에는 자금세탁 방지를 목적으로 1989년에 설립된 국제기구가 있는데, 바로 FATF(Financial Action Task Force)가 그것이다. FATF는 2001년에 테러리스트에게 흘러 들어가는 돈을 막기위한 “공중협박자금 조달방지” 기능도 그 역할에 포함시켰다. 가상자산의 자금세탁 위험이 날로 커짐에 따라 2018년 4월 뉴욕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 회의에서는 FATF에 가상자산의 자금세탁 위험에 대응할 대책마련을 요청하였고, 이에 따라 FATF는 1년 뒤인 2019년 6월에 각국에 가상자산의 자금세탁을 방지할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주었다.

(출처=셔터스톡)
(출처=셔터스톡)

이로 인해 FATF 회원국 35개를 비롯한 여러 국가들은 이 가이드라인을 자국의 법령에 반영하기 위해 새로이 법을 제정하거나 혹은 기존의 법령을 개정하기에 이른 것이며, 유럽연합은 MiCar라는 단일 규정을 제정해 유럽연합 전체가 공통으로 사용할 가상자산의 자금세탁 방지 법안을 마련하기도 한다.

우리나라도 FATF의 회원국으로서 이 가이드라인을 반영해야 하는 상황이었으므로, 새로운 법령을 제정하는 대신 기존에 있는 자금세탁 방지에 관한 법령을 개정하기로 결정했다. 특금법은 자금세탁 방지를 위해 이미 20년전인 2001년에 제정된 법이다. 그러나 특금법은 그 법의 제정 목적을 정의한 제 1조에 “금융거래를 통한” 자금세탁을 방지한다고 명기돼 있어서 “금융거래가 아닌” 방식을 사용한 자금세탁에는 적용되지 못하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었다.

가상자산은 명백히 금융거래가 아니므로 기존의 특금법을 적용할 수 없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 법을 개정하게 되었는데, 우선 법의 목적을 금융거래를 통한 자금세탁 방지가 아닌 금융거래 ‘등을’ 이용한 자금세탁 방지로 개정하여, 금융거래가 아니더라도 자금세탁과 연루되면 동일한 법적용을 하도록 수정하였다. 이와 함께 법령 제2조에 3호를 신설하여 ‘가상자산’에 대한 정의를 새로이 포함시키면서 가상자산도 이 법의 지배하게 두게 된 것이다.

특금법의 개정으로 인해 당장 코인 시장은 크게 세 가지 변화를 보게 된다. 첫째, 이제 코인 중개소에 입금을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은행에서 실명확인을 거친 계좌를 통해야만 한다. 어찌 보면 매우 당연한 이 조건이 그간은 지켜지지 않고 있었다. 100여개 정도 난립한 코인 중개소는 소위 벌집계좌를 운영하며 중개소 명의로 된 하나의 계좌에 타인의 돈을 송금 받아 코인 중개를 운영해오고 있었다. 이 경우 코인 거래를 통한 현금 흐름을 추적하는 것은 복잡해 질 수 밖에 없음은 자명하다.

둘째, 코인 중개소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보안이 강화된 서버 등의 물적요건을 반드시 갖추어야 하는데 ISMS(Information Security Management System)라는 정보보호관리체계를 갖추었는지에 대한 인증을 완료해야 한다.

셋째, 금융분석원이 지정한 특정 조건에 해당하는 거래에 대해 지속적으로 보고해야 할 의무가 발생한다.

이 세 가지 조건 중 대다수의 코인 중개소들이 끝까지 준수하지 못한 조건은 “은행에서 실명확인을 거친 계좌”의 확보였다. 은행입장에서는 계좌를 개설해 주고 예수금을 보관하고 있으면 영업에 적절히 도움이 되므로 계좌를 쉽게 발급해 줄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금융기관은 소위 ‘트래블 룰(Travel Rule)”이라는 규정을 준수해야 하는데, 트래블 룰이란 이는 하나의 금융기관이 다른 금융기관으로 자금을 이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송금인의 신상에 대해 “규정에 정한대로” 송금인 정보를 같이 보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때 A 은행에서 입금된 돈이 중개소를 거쳐 자금세탁이 일어난 다음 B 은행으로 흘러가게 된다면 결론적으로 자금은 (세탁과정을 거쳐) A은행에서 B은행으로 이체되었지만 A은행은 트래블 룰을 준수하지 못한 셈이 된다.

트래블 룰 등을 어겨 자금세탁 방지 의무 등을 위반한 경우 금융사에 주어지는 제재금은 상상을 초월한다. 2014년 프랑스 최대 은행 BNP 파리바는 미국의 이란제재를 어기고 달러결제를 수행해 준 것 때문에 한화로 무려 10조원에 이르는 제재금을 미국으로부터 부과 받았으며, 이듬해에는 스탠다드 차터드 은행도 같은 혐의로 몇 년에 걸쳐 1조원에 해당하는 제재금을 부과받았다.

우리나라의 기업은행도 이란에 달러를 불법으로 송금한 것이 드러나, 2020년 1000억원의 벌금을 받은 바 있다. 이 때문에 금융사는 안전성이 담보되기 전까지는 당연히 실명확인을 꺼릴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병욱 교수는 KAIST에서 전산학을 전공한 금융전문가다. 현재 서울과학종합대학원 디지털금융 주임교수이며 인공지능연구소(AIRI) 부사장으로 재직 중이다.
그의 저서 ‘블록체인 해설서’는 대한민국 학술원이 선정한 2019 교육부 우수학술도서이기도 하다. 
인공지능과 블록체인/가상자산 분야 전문가로, 특히 금융권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관한 다양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으며, 금융위 등 여러 기관에  자문을 해 주고 있다.

이병욱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 justin.lee@ass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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