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스포요? 4차 산업혁명 박람회? 순천에서 그런 큰 행사가 열렸단 말입니까?”
“광주에 자리 잡은 AI 기업들 중에 아는 기업이 몇 곳이나 있을까 의문이네요.”
“또 그들만의 잔치였네요.”
허석 순천시장이 역점적으로 추진한 '제1회 NEXPO in 순천' 4차 산업혁명 박람회가 결국 '그들만의 잔치'로 막을 내리게 됐다. 순천시는 당초 지역의 신산업을 발굴하고, 박람회를 통해 시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겠다는 의욕을 내보였다. 그러나 취지가 무색하게 참여 기업 가운데 순천 소재 기업은 달랑 5곳밖에 되지 않아 지역 산업과의 연계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홍보 미흡으로 박람회 개막 여부조차 모르는 관련 전문가들과 시민들도 많았다.
넥스포에 참여한 60여 개 기업 가운데 전남 지역 기업은 11개, 광주 기업은 10여 개, 순천 소재 기업은 고작 5개 기업뿐이었다. 광주·전남 소재 AI·드론·빅데이터 기업들은 넥스포 개최 사실을 몇 군데나 알고 있었을까. 전남 소재 드론 기업 대표 A씨는 “순천 넥스포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며 “알았다고 하더라도 지역에서 열리는 박람회는 수도권 행사보다 규모나 비즈니스 기회가 적어 참가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자체가 이런 기회를 통해 지역에서 어렵게 활동하는 실력 있는 기업들을 주목 받게 해야 한다"면서 "그러나 그런 측면에서 많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상대적으로 비중이 작은 지역 업체들의 비즈니스 기회를 확대할 수 있도록 돕는 지자체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광주 소재 한 AI 기업 대표 B씨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홍보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며 “박람회가 시작하고 나서 개최 사실을 알게 됐다. 해당 박람회에 대해 검토할 기회조차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비대면 온라인 컨퍼런스가 많이 열리고 있고, 올해 서울 코엑스나 일산 킨텍스에서도 주목할 만한 오프라인 AI 행사가 많았다”며 “상대적으로 순천에서 열린다고 했을 때 과연 파트너십을 맺을 만한 기관들이 충분히 참여할지 의구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고 전했다.
아울러 그는 “AI 분야에서 지명도 있는 호스트와 유망 기업들의 주도하에 행사를 기획‧진행함으로써 참여 기업들에게 실질적인 협업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면, 많은 AI 기업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더욱 의미 있는 행사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지역 행사라도 전국에서 발길이 이어지도록 하려면 해외 AI 선도 스타트업 대표 등을 초빙해 강연이나 패널 토론 등 좀 더 글로벌한 관점에서 행사 프로그램이 구성된다면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심지어 박람회가 폐막한 현재까지도 대다수 지역민들은 박람회 개최 사실조차 모르는 실정이다. 순천시민 이 모씨는 “박람회를 대부분 시민들이 모르고 있다”며 “홍보가 부족한 건지, 관람객이 너무 적어 반쪽짜리 행사로 끝난 느낌이 있다”고 말했다.
광주 소재 AI·IoT 전문기업 대표 C씨는 순천에서 열리는 넥스포에 대해 알고는 있었지만 참여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 이유에 대해 그는 “박람회에 참여할 때 기업들이 검토하는 점은 계약 체결 가능성이다”라며 “그래서 기업들은 규모가 큰 수도권의 박람회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오히려 순천 지역기업을 대거 유치했다면 지역만의 특성도 살리고, 대규모 박람회와 차별성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AI 기업 대표 D씨는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기업들은 들러리 역할을 하는 전시회가 많다 보니, 이 같은 측면에서 스타트업의 비중이 작아 전시회 참여에 회의적인 업체들이 많다”며 "그럼에도 지역의 스타트업들을 대거 유치해야 지역만의 4차산업 생태계 조성에 힘이 보태질 것이다. 이를 간과할 시 예산 낭비, 전시성 박람회로 전락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순천 넥스포를 놓고 '알맹이 없는 행사', '단체장의 보여주기식 박람회'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순천지역 정가 관계자는 “지역에서 열리는 이번 박람회가 광역시에서 열리는 박람회와 성격이 크게 다르지 않아 지역 경제에 큰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며 “지방선거를 염두에 둔 전시성 행사로 전락하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특히 “‘생태 도시’의 특색을 살리는 것들이 없다”며 “여타 박람회들과 성격은 비슷하지만 규모와 효과에서 크게 뒤진다”고 말했다.
AI타임스 구아현 기자 ahyeon@aitimes.com / 유형동 기자 YHD@aitimes.com
윤영주 기자 yyj0511@aitime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