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빠, 우리 1년 전 여수에서 찍은 사진 아직 가지고 있어?"라는 여자친구의 물음에 A씨는 가슴이 뜨끔했다. 사진을 지웠기 때문이다. A씨는 여자친구의 서운함을 달래주기 위해 여수 여행을 제안했다. 옛 기억을 되살려보고, 새로운 추억을 만들기 위해서다. A씨는 관광지에 도착하자마자 한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했다.
포켓몬GO처럼 현실과 연동되는 3D아바타를 만들어, 해당 장소의 사진을 기록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이다. A씨는 "우리 사진은 아바타가 기억해줄거야"라고 말하며 새로운 사진과 메시지를 저장했다. A씨는 여자친구와 함께 1년 뒤 다시 오동도를 찾아 오늘의 추억을 회상해볼 계획이다.
연인과의 추억을 증강현실(AR) 아바타 속에 보관할 수 있는 서비스가 최근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출생)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사랑을 약속한 연인들이라면 철망에 자물쇠를 걸었던 과거 문화와 달리 보다 재미 있고 특별하게 추억을 남기고 싶은 욕구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연인간의 추억을 저장하는 방법은 다양한 형태로 진화해 왔다. 땅 속에 타임캡슐을 묻거나 철망에 자물쇠를 걸기도 했다. 2000년대 들어 싸이월드, 페이스북, 비트윈 등 온라인 공간에 사진, 메시지 등을 저장하는 문화가 정착됐다. 그러나 기존 플랫폼들의 경우 데이터가 점차 늘어날수록 예전 기록을 다시 찾아보기 쉽지 않은 시스템이다.
이 가운데 전남 소재 IT 기업 아트닝(대표 엄태호)이 AR 아바타로 연인 간 소중한 추억을 특별하게 기록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을 구현해 화제다. 아트닝이 서비스하는 애플리케이션 '씨링(See-ring)'은 과거 인기를 끌었던 포켓몬 GO와 유사한 기술이 적용됐다. 증강현실로 겹쳐지는 3차원 가상 아바타를 연인들이 직접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위치기반 증강현실 기술을 활용해 연인이 방문했던 관광지, 호텔, 음식점 등을 직관적으로 기록한다. 쉽게 말해 연인이 함께 방문한 장소에서 관련된 사진과 메시지를 저장해놓으면, 가상 아바타가 '포켓몬'처럼 그 장소에서 기다리고 있는 셈이다. 기록했던 실제 장소를 다시 방문해 AR 아바타를 찾으면, 그날의 추억을 특별하게 회상할 수 있게 된다.
아트닝은 개발 과정에서 애플리케이션 내 정보의 개방성을 살려, 기존 커플앱과 차별화를 뒀다. 방문 기록, 사진을 공유하는 인스타그램과 유사한 구조이다. 다른 커플들의 방문 기록 역시 살펴볼 수 있어, 장소에 대해 보다 객관적인 정보 검색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새롭고 특별한 방식이 MZ세대들의 관심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씨링'의 증강현실 이모티콘 서비스 기술은 전남정보문화산업진흥원(원장 이준근) 산하 전남VR⋅AR제작거점센터의 지원을 받아 제작됐다. 엄태호 대표는 “1세대 커플앱이 ‘둘만의 폐쇄성’을 제작 동기로 삼았다면 씨링은 ‘커플’이라는 한정적 그룹 내 인증 욕구를 겨냥한 사회적 네트워크 서비스”라고 개발 동기를 밝혔다. 이어 엄 대표는 "MZ세대의 연애 심리 및 라이프스타일을 공유하는 ‘커뮤니티’ 기능을 부각하는 플랫폼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AI타임스 유형동 기자 yhd@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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