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컬리가 내놓은 '설 상차림용 간편식'. (사진=마켓컬리 제공).
마켓컬리가 내놓은 '설 상차림용 간편식'. (사진=마켓컬리 제공).

#1 30대 부부 기훈씨와 연주씨는 올해 명절을 앞두고 스마트폰 하나로 선물세트와 차례상 준비를 모두 마쳤다. 굴비부터 한우, 전 등 조리과정이 복잡한 음식들도 모두 구입했다. 장 보기부터 음식 장만까지 편하게 끝낼 수 있게 됐다. 기훈씨와 연주씨 부부는 올 명절에 가족 간에 얼굴 붉히는 일이 없을 것 같아 홀가분하다고 전했다. 

#2 고등학생 민주씨는 올 설 연휴를 앞두고 가족과 친척들을 만날 생각에 들떴다고 한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해 어르신들을 찾아뵙지 못하게 돼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는 민주씨. 그러던 중 이모가 카카오페이로 용돈을 보내왔다고 한다. 직접 얼굴을 보지 못해 비대면으로 세뱃돈을 보내온 것이다. 민주씨는 곧바로 이모에게 영상통화를 걸어 아쉬운 마음을 달랬다. 

정보통신(IT) 기술의 눈부신 발전으로 설 명절 풍경이 바뀌고 있다. 배달 플랫폼 기술이 확산되면서 간편식 제품 또는 배달 음식으로 차례 음식을 대신하는 가정이 늘어나고 있다. 은행에서 새 돈을 교환해 나눠주던 세뱃돈도 이제는 모바일을 통해 송금하는 이들도 부쩍 늘었다. 

"동태전, 힘들게 부치지 마세요"…명절 선물도, 음식도 간편하게 모바일로

배달 플랫폼 기술이 확산돼 설 명절 선물세트나 음식을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주문하는 등 달라진 명절 풍속도가 연출되고 있다. 이에 차례 음식을 간편식 제품 또는 배달 음식으로 대신하는 가정도 늘고 있다. 우후죽순 생겨난 관련 서비스들로 명절증후군을 극복할 수 있고 상차림도 간소화돼 젊은 부부들로부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마켓컬리가 지난해 12월 31일부터 1월 24일까지 25일간 설 선물세트 예약배송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올해 설 선물 판매량 1위는 '양념 왕갈비 세트'로 나타났다. 몇 년 전까지 설 명절에 가장 많이 팔린 정육 상품은 9만9,000원의 실속 상품이었지만 이번에 청탁금지법상 선물 한도가 20만원까지 늘면서 19만 5천원의 정육이 인기를 끌었다. (사진=마켓컬리 제공).
마켓컬리가 지난해 12월 31일부터 1월 24일까지 25일간 설 선물세트 예약배송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올해 설 선물 판매량 1위는 '양념 왕갈비 세트'로 나타났다. 몇 년 전까지 설 명절에 가장 많이 팔린 정육 상품은 9만9,000원의 실속 상품이었지만 이번에 청탁금지법상 선물 한도가 20만원까지 늘면서 19만 5천원의 정육이 인기를 끌었다. (사진=마켓컬리 제공).

장보기 어플리케이션 마켓컬리에 따르면 지난 9일부터 18일까지 전류 판매량이 전주 대비(1일~8일) 대비 28%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대표 명절 음식으로 꼽히는 동태전의 판매량이 321% 늘었고 녹두전, 꼬치전은 각각 156%, 116% 증가했다. 인기 전을 모은 모둠전이 89% 증가하며 뒤를 이었고 고추전과 깻잎전도 62%, 52% 늘었다.

전을 만들기 위해서는 각종 재료 준비부터 밑간, 반죽 단계를 거쳐 오랫동안 부쳐야 하는 만큼 간편하게 데우기만 하면 되는 완제품의 선호도가 높아진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마켓컬리 관계자는 "소가족 단위로 간소하게 명절을 보내려는 분위기가 자리 잡은 데다 전년 대비 장보기 물가가 많이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준비 부담이 적은 간편식을 찾는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CU가 이번 설 명절을 맞아 내놓은 자체 도시락인 '복 많이 도시락'. (사진=CU 제공).
CU가 이번 설 명절을 맞아 내놓은 자체 도시락인 '복 많이 도시락'. (사진=CU 제공).

코로나19 장기화로 성장세에 날개를 단 편의점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편의점에서 선물세트를 주문할 시 집 앞, 고향집 인근 점포 등 편하게 제품 수령 장소를 결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배달이 지연되는 명절 당일에도 손쉽게 선물을 준비할 수 있다. 과일, 식용유, 굴비, 한우 등 기존 편의점에서 취급하지 않았던 품목까지 고를 수 있다. 

실제 편의점에서 선물세트나 음식을 주문하는 소비자들이 크게 늘었다. GS25에 따르면 지난해 설 선물세트 매출이 전년 대비 34.1% 증가했고, 5만원이상 상품 판매량 비중은 같은 기간 40.3%에서 58.6%까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GS25 관계자는 “1~2인 가구를 중심으로 동네 편의점에서 명절 선물을 구매하는 MZ세대가 늘고 있다”면서 “소형가전, 홈 트레이닝 기구, 화장품, 명품 잡화는 물론 130만원이 넘는 고가 와인도 잘 나간다”고 말했다.

이마트24는 올 1월 3~19일까지 설 선물세트 매출이 지난해 설대목(1월18~2월3일)에 비해 26%이상 늘었다. 특히 처음 선보인 유명 정육 맛집 먹거리 선물세트가 호응을 얻으면서 10만~30만원대 정육 매출이 30% 이상 증가했다. 이마트24 관계자는 “한국금거래소와 손잡고 호랑이 문양 골드바 선물세트를 준비했는데 2억원 이상 매출을 올렸다”면서 “200만원대 안마의자와 10만~30만원대 안마기도 이미 80여개 넘게 나갔다”고 말했다.

"세뱃돈도 앱으로 받아요"…언택트 송금부터 주식 선물까지

전염병 확산 방지를 위해 ‘비대면 설’을 준비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신권 교환 건수를 비교해 보면 이를 가늠해 볼 수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월 28일부터 2월 10일(영업일 기준) 시민들이 한은 발권국 창구에서 지폐를 새 돈으로 바꿔간 건수는 약 3천879건으로 2020년 같은 기간 교환실적(7천90건)의 54.7%로 조사됐다. 변이 바이러스까지 유행하고 있는 올해의 경우 이 같은 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페이의 설날 송금봉투'는 세뱃돈이나 현금 선물을 정갈한 봉투에 넣어 건네는 문화를 모바일 환경에 맞게 반영한 서비스다. (사진=카카오페이 제공).
'카카오페이의 설날 송금봉투'는 세뱃돈이나 현금 선물을 정갈한 봉투에 넣어 건네는 문화를 모바일 환경에 맞게 반영한 서비스다. (사진=카카오페이 제공).

계좌번호 없이 휴대폰 번호만 알면 돈을 송금할 수 있는 서비스가 각광받고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등 간편결제 서비스를 비롯해 핀테크 앱(응용 프로그램), 신용카드 등을 이용하면 세뱃돈을 편리하게 주고받을 수 있다. 카카오페이의 경우 몇 년전 송금봉투 기능에 설날 메시지가 담긴 기능을 추가했다. 송금 방식도 간편하게 구축했다. 카카오톡 채팅방 또는 더보기에서 '송금'을 선택한 후 보낼 금액을 입력하고 봉투를 지정하면 된다. 

이어 송금봉투를 확인하면 붉은색 복주머니가 쏟아지는 효과가 나타나는 식이다. 가족, 친지에게 세뱃돈이나 현금 선물을 정갈한 봉투에 넣어 건네는 문화를 모바일 환경에 반영했다는 게 카카오페이 측의 설명이다. 간편송금으로 세뱃돈을 전달하는 등 모바일 서비스 수요가 늘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고령층을 위한 교육콘텐츠도 내놓았다. '내 손 안에 디지털배움터: 비대면 설 보내기'에는 카카오·은행 애플리케이션으로 용돈 주고받기 등 교육 내용도 담겼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고령층 대상 교육 콘텐츠 '내 손 안에 디지털배움터: 비대면 설 보내기'. 해당 콘텐츠에는 설 명절 비대면 용돈 주기 등 프로그램도 포함돼 있다. (사진=과기정통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고령층 대상 교육 콘텐츠 '내 손 안에 디지털배움터: 비대면 설 보내기'. 해당 콘텐츠에는 설 명절 비대면 용돈 주기 등 프로그램도 포함돼 있다. (사진=과기정통부). 

전 국민 주식 열풍이 세뱃돈 풍경도 바꿔놓고 있다. 지난해 설날 이후 각종 커뮤니티 등에는 ‘세뱃돈으로 아이들 주식 통장 만들었다’는 인증 글이 줄을 잇기도 했다. 자녀들에게 현금 세뱃돈 대신 ‘주식 세뱃돈’을 주거나 모은 세뱃돈을 주식 계좌에 넣어주려는 부모들이 늘고 있는 셈이다. 주부 유 모씨(35·여)는 4세 아들 앞으로 들어올 세뱃돈을 증권계좌에 차곡차곡 넣을 계획이다. 유 씨는 “아들이 어르신들에게 받은 세뱃돈으로 삼성전자·SK하이닉스·카카오 등 주식을 사서 넣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간편송금으로 세뱃돈을 전달하는 이용자가 늘자, 업계도 관련 이벤트를 준비하는 데 여념이 없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1~2월 두 달간 모바일 플랫폼으로 송금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이 크게 늘 것"이라며 "코로나19를 비롯 전염병이 종식되더라도, 간편송금 등 플랫폼들은 유행이 아닌 하나의 풍속으로 자리 잡을 것 같다"고 말했다. 

AI타임스 유형동 기자 yhd@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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