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과학기술원(지스트·GIST) 연구진이 머신러닝(기계학습) 기술을 활용해 코로나19 후유증의 원인을 밝혀냈다. 코로나19 환자들은 완치 후에도 수개월 동안 호흡곤란·기침과 같은 호흡기계 증상뿐만 아니라 기억력 저하, 혈전, 가슴통증, 신장질환, 다기관염증증후군 등 다양한 후유증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고돼 왔다.
박지환 지스트 생명과학부 교수 연구팀은 머신러닝 기술과 단일세포 분석 기술을 이용해 코로나 완치자 상당수가 겪고 있는 후유증의 원인으로 자가면역반응을 제시했다. 단일세포 분석 기술은 한 번의 실험으로 수만 개의 개별 세포 내에서 발현하는 모든 유전자에 관해 분석할 수 있기 때문에 최근 생물학·의학 분야에서 차세대 핵심 기술 가운데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박지환 교수팀은 바이러스 단백질과 구조적으로 유사한 인체 내 단백질을 예측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 자가항체(자신의 체성분에 특이하게 반응하는 항체)가 폐와 신장 등의 조직에서 자가면역반응을 일으켜 후유증을 야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미국 워싱턴대학은 코로나19 후유증이 혈액 내 자가항체의 양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보고한 바 있다. 박 교수팀은 이러한 자가항체의 종류와 생성 기작을 밝혀 치료제 개발 가능성을 제시한 것이다.
※ 자가항체 : 항체는 주로 외부 세균과 바이러스, 독성 물질 등에 대항해 이들을 제거하고자 체내에서 만들어지는 물질을 말한다. 그런데 경우에 따라 면역 체계의 이상으로 자신의 특정 조직이나 신체 기관을 손상시키는 자가항체가 생성될 수 있다. 보통 자신이 가지는 물질에 대해서는 항체를 만들지 않으나 특수한 경우 이 같은 항체를 만들어 각종 질환을 일으키기도 한다.
박지환 교수팀은 오미크론 변이를 포함한 모든 코로나19 바이러스 변이의 단백질과 수만 개의 인간 단백질을 머신러닝 기술을 기반으로 3차원 구조상에서 비교했다. 그 결과 자가면역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후보 단백질들을 발굴했으며 실제로 이러한 단백질들이 코로나19 환자의 폐조직에서 크게 증가한 것을 관찰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과 지스트 항바이러스센터, 세포기계생물학 연구센터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해당 연구 성과는 지난달 28일 국제 저명학술지('Briefings in Bioinformatics')에 게재됐다. 제1저자인 안현수 지스트 학생은 "이러한 분석 기법을 통해 전신 홍반 낭창(루푸스)과 같은 다른 자가면역 질환의 원인도 밝혀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박지환 지스트 교수는 "그동안 임상적인 관찰로만 자가면역반응이 코로나19 후유증 원인으로 제시됐으나 이번 연구로 실제 자가면역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후보 단백질을 발굴하고 후유증과의 인과관계를 제시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 후유증 치료제의 개발뿐만 아니라 향후 다른 바이러스의 백신 개발에도 활용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지환 교수는 지난해 중국 쓰촨대학병원과 함께 단일세포 분석 기술과 빅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미분화 갑상선암으로의 진행을 일으키는 유전자를 발굴해 조기 진단과 치료법 개발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기도 했다.
미분화 갑상선암의 경우 환자의 평균 생존기간이 1년 미만일 정도로 치명적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제대로 연구가 이뤄지지 않았던 만큼 박지환 교수팀의 연구 성과는 주목을 받았다.
당시 박지환 교수는 AI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생물학·의과학 분야에서는 단일세포 분석과 같은 기술을 통해 대용량의 생물학 데이터가 매일같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며 "인류의 영원한 난제일 것만 같았던 단백질 구조 예측도 최근 인공지능(AI)을 통해 현실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AI 관련 전문인력과 기업이 생물학 데이터에 좀 더 관심을 갖고 협업할 수 있다면 향후 개인 맞춤 의학 시대에 더욱 많은 기회가 열릴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AI타임스 윤영주 기자 yyj0511@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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