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광역시청 공무원들이 직접 제작한 '캐스퍼와 함께하는 광주여행'. (사진=나우철 주무관 유튜브 채널).
광주광역시청 공무원들이 직접 제작한 '캐스퍼와 함께하는 광주여행'. (사진=나우철 주무관 유튜브 채널).

젊은 청년들이 무등산을 배경으로 안전체험에 나선다. 광주시민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충장로우체국을 지나 케이팝스타의 거리를 거닌다. 이들은 BTS제이홉 친필 사인이 새겨진 곳 앞에서 기념사진도 촬영한다. 유명 빵집에서 허기도 달랜다. 이들 뒤로 광주의 관광 명소들이 스치듯 지나간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과 하늘마당, 전일빌딩을 거쳐, 양림동 펭귄마을을 다니면서 즐겁게 여행하는 모습이다.

언뜻 보면 흔히 볼 수 있는 브이로그(영상일기)로 보이는 이 영상이 최근 화제를 모으고 있다. 영상의 정체는 광주광역시청 공무원들이 광주를 홍보하기 위해 직접 만든 영상콘텐츠다. 유튜브 댓글난에는 "좋은 정보네요. 이 코스로 다녀봐야겠어요" "광주 오면 꼭 가볼 곳들이네요"는 의견도 올라왔다. 고리타분함의 대명사인 공공기관이 어떻게 이런 ‘힙’한 영상을 만들게 됐을까.

그동안 광주광역시가 만든 홍보영상은 예쁘고 좋은 그림을 보여주는 식이었다. 무등산 야경을 보여준 다음 광주의 먹거리, 광주광역시청, 비엔날레 등을 등장시킨다. 충장축제도 단골손님이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 관련 개발자들과 연구단지 등이 나온다. 전형적인 그림이 펼쳐진다. 

 '캐스퍼와 함께하는 광주여행'을 제작한 공무원들. 사진은 팀 결성 당시 모습이다. 왼쪽부터 박수영, 나우철, 민시은, 김보선 주무관. (사진=나우철 주무관 제공).
'캐스퍼와 함께하는 광주여행'을 제작한 공무원들. 사진은 팀 결성 당시 모습이다. 왼쪽부터 박수영, 나우철, 민시은, 김보선 주무관. (사진=나우철 주무관 제공).
이들은 사비를 털어 광주의 명소들을 찾아다니면서 영상을 제작했다고 한다. (사진=나우철 주무관 제공). 
이들은 사비를 털어 광주의 명소들을 찾아다니면서 영상을 제작했다고 한다. (사진=나우철 주무관 제공). 

그러나 이번에 새롭게 제작된 영상은 전형적인 틀을 완전히 깼다. 그것도 공무원들이 말이다. 이번 기획의 감독을 맡은 나우철 안전정책관실 주무관은 "광주는 관광할 곳이 없다는 불평과 하소연만 하는 주변 시민·공무원들의 이야기를 자주 들었다"며 "우리 직원들이 직접 연출하고 출연해 제작해보자고 마음먹었다"고 했다. 

그래서 해당 영상에서는 연예인이나 인플루언서가 일체 출연하지 않는다. 직원들이 일상복을 입고 광주의 명소를 여행하는 모습이 담겼다. 박수영 광주시의회 주무관은 나레이션, 김보선 미래산업정책과 주무관은 편집, 민시은·차주인 에너지산업과 주무관은 촬영을 맡았다. 이들 모두 연기자 역할을 겸했다. 

촬영과 편집은 MZ세대인 김보선 주무관(28)과 민시은 주무관(26)이 전담했다. 임원이나 팀장 같은 상급자에게 사전 보고하는 일도 없고 별다른 지시도 받지 않았다. 젊은 세대가 주로 이용하는 유튜브 플랫폼에 부합하는 영상을 제작하기 위함이었다고 한다. 이들 모두 광주에 대한 애정이 남달라, 개인적인 시간을 할애해 영상 제작에 매진했다는 것이 나 주무관의 설명이다. 

영상을 제작한 공무원들은 장소 선정에도 공을 들였다. 광주를 대표하면서도 관광객들이 와서 즐길 수 있는 곳을 택했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왼쪽부터 박수영, 김보선, 민시은 주무관. (사진=나우철 주무관 제공).
영상을 제작한 공무원들은 장소 선정에도 공을 들였다. 광주를 대표하면서도 관광객들이 와서 즐길 수 있는 곳을 택했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왼쪽부터 박수영, 김보선, 민시은 주무관. (사진=나우철 주무관 제공).
새롭게 제작된 홍보영상 도입부. (사진=나우철 주무관 유튜브 채널).
새롭게 제작된 홍보영상 도입부. (사진=나우철 주무관 유튜브 채널).
촬영과 편집을 담당한 김보선 주무관(28)과 민시은 주무관(26)이 빛고을 국민안전체험관에서 직접 안전체험을 하고 있다. (사진=나우철 주무관 제공).
촬영과 편집을 담당한 김보선 주무관(28)과 민시은 주무관(26)이 빛고을 국민안전체험관에서 직접 안전체험을 하고 있다. (사진=나우철 주무관 제공).
집중호우 발생 시 예방법 및 대처방법을 훈련해보는 호우안전체험을 하고 있는 김보선 주무관. (사진=나우철 주무관 제공).
집중호우 발생 시 예방법 및 대처방법을 훈련해보는 호우안전체험을 하고 있는 김보선 주무관. (사진=나우철 주무관 제공).

나 주무관은 "김 주무관은 편집하느라 한달 동안 데이트도 제대로 못 할 정도로 수고가 많았다"면서 "박 주무관은 수도 없이 나레이션을 녹음했고, 민 주무관도 직접 캐스퍼를 구입해 타고 다니면서 광주의 명소를 돌았다"고 말했다. 이들은 자발적으로 모인 팀이기 때문에 책정된 예산도 없이 사비를 들여 영상을 만들었다고 한다. 뻔한 영상이 아닌 진정 광주를 홍보하는 영상을 만들어보자는 마음에서다. 

'광주는 볼 게 많아요'라는 식의 다듬어진 영상은 뻔하다는 이야기다. 이들은 홍보 영상을 하나의 콘텐츠로 만들 수 있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래서 이들은 최대한 광고 티를 빼기로 했다. 여러가지 방식을 고민하던 중 젊은 층을 공략할 수 있는 브이로그 방식이 낙점됐다. 나 주무관은 "광주에 볼 것이 없고, 즐길 것도 없다는 말을 들었을 때 참 안타까웠다"며 "직접 와서 따라가볼 수 있는 브이로그 방식이 우리의 의도와 맞아 떨어진 것 같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광주의 첫 여행지로 빛고을 국민안전체험관을 택했다. 지난 1년간 광주에서는 학동 붕괴, 화정동 신축아파트 붕괴 라는 가슴 아픈 사고가 있었다. 안전불감증을 불식시키자는 의미에서 첫 장소를 체험관으로 택했다고 한다. 영상에서는 산악안전체험, 호우안전체험을 몸소 느끼는 공무원들의 모습도 담겨있다. 광주 충장로, 케이팝 스타의 거리, 국립아시아문화전당, 하늘마당, 전일빌딩245, 양림동 펭귄마을, 이이남스튜디오, 광주 톨게이트 등이 3분 분량 영상의 주요 배경이다. 

영상 말미에는 차기작을 예고하는 에필로그로 포함돼 있어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나 주무관은 "광주를 위한 일이라는 사명으로 모두가 영상 제작에 열과 성을 다했다"며 "영상이 널리 홍보돼 광주를 찾는 관광객들이 늘어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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