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맞춤 와인 추천부터 음식 페어링 제안, 리뷰 작성 등에 이르기까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다양한 기술 및 서비스 개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사진=셔터스톡).
개인 맞춤 와인 추천부터 음식 페어링 제안, 리뷰 작성 등에 이르기까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다양한 기술 및 서비스 개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사진=셔터스톡).

와인에 관한 서비스를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을 ‘소믈리에’라고 한다. 와인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와인의 맛을 감별할 줄 알고 식사자리에서 음식에 잘 어울리는 와인과 취향에 맞는 와인을 추천한다. 와인을 잘 선별해 서비스할 뿐만 아니라 와인의 저장과 판매, 재고 관리도 담당한다. 이 같은 소믈리에의 역할을 인공지능(AI)이 대신할 수 있을까.

최근 미국의 한 연구진이 와인을 마시지 않고도 와인 리뷰를 작성할 수 있는 AI를 개발했다. 또 소믈리에처럼 개인의 기호에 맞는 와인과 음식 페어링을 제안하는 AI 와인셀러도 나왔다. AI가 고객의 취향을 파악한 후 와인을 골라 집으로 배송해주는 AI 기반 추천 구독 서비스 역시 인기다. 이처럼 주류업계에서도 AI를 활용한 서비스와 기술 개발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추세다.

'AI 소믈리에'가 추천해주는 와인, 와인애호가·와린이들 취향 저격

개인 취향에 따른 와인을 추천해주는 'AI 소믈리에'가 주목받고 있다. 예전에는 소주와 맥주에 비해 와인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묵직한 바디감과 타닌이 있는 와인'이 좋다든지 '목넘김이 부드러운 가벼운 와인'이 좋다든지 자신만의 확고한 취향을 갖게 된 와인러버들이 날로 늘어나고 있다. AI 소믈리에는 이들의 주관적인 기호를 반영해 세심하게 와인을 추천해준다.   

지난해 미국 스타트업 '테이스트리'는 수천 종의 와인에 포함된 성분을 분석하고 그 결과를 전문가들의 와인 평가와 함께 AI에 학습시켰다. 설문을 통해 소비자들의 맛 선호도를 파악해 수집한 데이터를 추가 학습시킨 결과 소비자 개개인의 취향에 맞는 맞춤 와인을 제안하는 AI 소믈리에가 탄생했다.

와인 매장의 키오스크나 스마트폰 앱으로 AI 소믈리에의 추천을 받은 소비자들의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AI가 제안한 와인은 소비자들의 기호와 90% 이상 일치했다. 와인 구매 만족도도 45%나 높아졌다는 게 테이스트리 측의 설명이다.  

미국 스타트업 '테이스트리'의 AI 소믈리에가 추천한 와인은 소비자의 기호와 90% 이상 일치했다. (사진=Tastry 홈페이지).
미국 스타트업 '테이스트리'의 AI 소믈리에가 추천한 와인은 소비자의 기호와 90% 이상 일치했다. (사진=Tastry 홈페이지).
'테이스트리'가 제공하고 있는 인공지능(AI) 기반 와인 추천 앱 '보틀버드(BottleBird)'. (영상=BottleBird 앱 캡처).
'테이스트리'가 제공하고 있는 인공지능(AI) 기반 와인 추천 앱 '보틀버드(BottleBird)'. (영상=BottleBird 앱 캡처).

지난 2020년 하반기 미국 스타트업 '와인캡(WineCab)'이 선보인 '와인월(Wine Wall)'은 와인 애호가 사이에서 눈길을 끌었다. AI 소믈리에 기능이 탑재된 와인월은 최적의 와인 보관을 위한 온도·습도 제어는 물론 사용자의 취향에 맞춰 맞춤형으로 와인을 추천하고 검색해준다. 

AI 소믈리에는 60만 개에 달하는 와인 라벨을 읽어낼 수 있어 와인 종류를 파악하고 와인의 위치를 파악해 로봇 팔로 와인을 꺼내 전달해준다. 아울러 저장된 와인들을 기반으로 음식에 어울리는 와인을 매칭해 제안한다. 또 안면인식 기능으로 와인에 대한 접근을 허용·제한할 수 있다. 비싼 와인의 경우 잠금 설정과 모션 센서를 통해 안전하게 보관할 수도 있다.

출시 당시 가격이 2억 원이 넘는 와인월은 선뜻 구매하기가 쉽지는 않다. 게다가 AI 소믈리에라고 해도 아직까진 실제 인간 소믈리에처럼 와인의 맛과 향을 끌어올리는 디켄팅이나 섬세한 서비스는 구현해내지 못한다. 하지만 이 같은 서비스와 제품은 AI 소믈리에의 가능성은 보여준 셈이다.

지난 2020년 하반기 미국 스타트업 '와인캡(WineCab)'은 인공지능(AI) 소믈리에 기능이 탑재된 '와인월(Wine Wall)'을 선보였다. (영상=WineCab 유튜브).
지난 2020년 하반기 미국 스타트업 '와인캡(WineCab)'은 인공지능(AI) 소믈리에 기능이 탑재된 '와인월(Wine Wall)'을 선보였다. (영상=WineCab 유튜브).
'와인월(Wine Wall)'은 60만 개에 달하는 와인 라벨을 읽어낼 수 있어 와인의 종류를 파악하고 와인의 위치를 파악해 로봇 팔로 와인을 꺼내 전달해준다. (영상=WineCab 유튜브).
'와인월(Wine Wall)'은 60만 개에 달하는 와인 라벨을 읽어낼 수 있어 와인의 종류를 파악하고 와인의 위치를 파악해 로봇 팔로 와인을 꺼내 전달해준다. (영상=WineCab 유튜브).

또 나만을 위한 와인을 직접 블렌딩해 만들어주는 AI 소믈리에도 등장했다. 지난 2018년 AI 소믈리에 '빈퓨전(Vinfusion)'은 서울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내 화제가 됐다. 영국의 제품 디자인 컨설팅 기업인 '캠브리지 컨설턴트'에서 개발한 시스템이다. 빈퓨전은 각 와인의 화학적 성질과 고객이 묘사한 풍미 간의 관계를 분석해 와인을 블렌딩해 내놓았다. 

고객이 태블릿 PC에서 가벼운 와인과 바디감이 있는 와인, 부드러운 와인, 달콤한 와인 등 선호하는 바디감과 맛의 강도·당도를 선택하면 대표적인 품종별 와인들을 블렌딩해준다. AI 소믈리에 역할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와인을 시음하는 동안 카메라를 통해 와인을 마시는 사람의 표정을 인식해 만족도를 체크한다. 또 블렌딩한 와인의 맛과 비슷한 다른 와인 브랜드를 추천해주기도 한다. 

지난 2018년 인공지능(AI) 소믈리에 '빈퓨전(Vinfusion)'이 서울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호텔에 등장했다. 영국의 제품 디자인 컨설팅 기업인 '캠브리지 컨설턴트'에서 개발한 시스템이다. (사진=Cambridge Consultants 홈페이지).
지난 2018년 인공지능(AI) 소믈리에 '빈퓨전(Vinfusion)'이 서울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호텔에 등장했다. 영국의 제품 디자인 컨설팅 기업인 '캠브리지 컨설턴트'에서 개발한 시스템이다. (사진=Cambridge Consultants 홈페이지).
AI 소믈리에 '빈퓨전(Vinfusion)'은 선호하는 바디감과 맛의 강도·당도를 선택하면 대표적인 품종별 와인들을 블렌딩해준다. (영상=Cambridge Consultants 유튜브).
AI 소믈리에 '빈퓨전(Vinfusion)'은 선호하는 바디감과 맛의 강도·당도를 선택하면 대표적인 품종별 와인들을 블렌딩해준다. (영상=Cambridge Consultants 유튜브).
영국의 제품 디자인 컨설팅 기업인 '캠브리지 컨설턴트'가 개발한 '빈퓨전(Vinfusion)'은 와인을 직접 블렌딩해 만들어주는 AI 소믈리에다. (영상=Cambridge Consultants 유튜브).
영국의 제품 디자인 컨설팅 기업인 '캠브리지 컨설턴트'가 개발한 '빈퓨전(Vinfusion)'은 와인을 직접 블렌딩해 만들어주는 AI 소믈리에다. (영상=Cambridge Consultants 유튜브).

와인 마시지 않고도 와인 리뷰 뚝딱

와인 애호가와 와린이(와인+어린이, 와인 초심자)가 나날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와인을 구매할 때 와인 리뷰를 참고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 미국 다트머스대학(Dartmouth College)의 연구팀은 와인을 마시지 않고도 와인 리뷰를 작성할 수 있는 AI 시스템을 개발했다. 

연구팀은 와인 전문잡지에 게재된 약 12만 5,000건의 리뷰를 선정했다. 이를 토대로 재배지역과 품종, 제조 연도, 맛·향 표현 등 전문가들의 와인 리뷰 작성 방식을 AI에 학습시켰다. 그 결과 AI는 마치 인간 전문가가 작성한 것과 같은 수준의 리뷰를 생성해냈다. 

최근 미국 다트머스대학(Dartmouth College)의 연구팀은 와인을 마시지 않고도 와인 리뷰를 작성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시스템을 개발했다. (사진=Dartmouth College).

AI의 리뷰 작성 실력은 어떨까? 연구팀은 300가지 종류의 와인에 대해 AI와 사람이 각각 작성한 리뷰를 준비했다. 실험 참가자 대부분은 같은 와인을 두고 AI가 생성한 리뷰와 사람이 쓴 리뷰를 구분해내지 못했다. 그만큼 AI가 실제 소믈리에와 같은 정교한 리뷰를 써낼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 연구팀은 해당 AI 시스템이 소비자는 물론 마케팅 담당자와 전문 리뷰어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최근 미국 다트머스대학(Dartmouth College)의 연구팀은 와인을 마시지 않고도 와인 리뷰를 작성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사진=셔터스톡). 
최근 미국 다트머스대학(Dartmouth College)의 연구팀은 와인을 마시지 않고도 와인 리뷰를 작성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사진=셔터스톡). 

와인은 특별한 날에만?…AI로 맞춤 와인 찾아 매달 집까지 배송

내 입맛에 딱 맞는 '취향저격' 와인이 매달 우리집으로 배송된다면 어떨까. 와인은 좋아하지만 매장을 방문했을 때 국가별 품종별로 진열대를 가득 채우고 있는 와인들에 압도돼 어떤 걸 골라야 할지 망설인 경험이 있다면 집에서 편안하게 내 취향의 와인을 받아볼 수 있는 AI 구독 서비스는 그야말로 구세주다.

와인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는 '퍼플독'은 AI 기술을 활용해 구독자 취향에 맞는 와인을 선별해 정기적으로 보내준다. 그리고 매달 배송된 와인에 대한 피드백을 기반으로 다음 달 보낼 와인을 결정한다. 처음 구독 신청 시 AI가 설문 결과를 토대로 선호하는 바디감·산미·당도·타닌 정도·향 등을 파악해 와인을 잘 모르는 고객도 맞춤형 와인을 즐길 수 있도록 돕는다. 횟수를 거듭할수록 자신도 몰랐던 취향에 딱 맞는 '소울와인'을 찾아낼 수 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인공지능(AI) 기반 와인 추천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는 ‘퍼플독’의 매장 모습. (사진=퍼플독 홈페이지).
인공지능(AI) 기반 와인 추천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는 ‘퍼플독’의 매장 모습. (사진=퍼플독 홈페이지).

실제로 AI 기반 와인 구독 서비스에 대한 고객들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지난 2월 IT조선이 주최한 '대한민국 인공지능 전망 2022' 웨비나에서 최나란 메가존클라우드 AI 센터 팀장은 "AI를 활용한 와인 추천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들의 구독 유지율은 94%에 달했다"고 말했다. AI로 엄선된 와인이 고객들의 입맛을 제대로 사로잡고 있는 셈이다.

AI타임스 윤영주 기자 yyj0511@aitimes.com

[관련기사] 포도밭 관리, 소믈리에, 마케팅까지...와인 산업 혁신 이끄는 AI

[관련기사] [체험기] "메타버스에서 음주가무 즐겨요"…음주 메타버스 플랫폼 관심 집중

저작권자 © AI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