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산업 로봇(workplace robot)의 주문량이 지난해부터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다. 미국 기업들이 늘어나는 생산 수요에 맞춰 로봇 도입을 확대하는데 따른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30일 미국의 로봇 거래 단체인 ‘자동화발전협회(the Association for Advancing Automation)’의 통계를 인용해 올 1분기 산업로봇의 주문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 늘었다고 전했다. 이런 로봇 주문량은 1.6억 달러어치(우리돈 약 2조원)로, 그동안 침체되거나 감소했던 주문이 지난 한해 22% 늘어난 뒤 올들어 더욱 가파른 증가 추세를 보인 것이다. 이는 임금상승과 코로나19로 인한 구인난 때문에 제조업자들이 로봇에 대한 태도를 바꾼 때문으로 실무자들은 분석하고 있다고 WSJ는 보도했다.
반도체와 의료기구, 항공부품 패키지를 만드는 ‘델폰산업(Delphon Industries LLC)’의 조 몬타노(Joe Montano) CEO는 “이전에 우리는 좀더 나은 해법을 찾는 대신 직원들에게 문제를 떠넘겼다”고 말했다. 캘리포니아에 있는 델폰에서는 지난 1월 직원들 사이에 코로나 바이러스가 퍼졌을 때 공장 가동일이 40% 줄었다. 작업일 감소는 올 초 이 회사가 3대의 로봇을 추가로 사들였을 때 더 확대됐다고 몬타노는 말했다. 로봇이 인력을 대체하면서 작업일이 오히려 더 줄었다는 것이다.
인력이 풍부하고 임금도 안정적인 미국 제조업체들은 다른 나라들에 비해 로봇 도입이 더디다. 국제 로봇협회(International Federation of Robotics)에 따르면 미국의 근로자 1만 명당 로봇의 수는 전통적으로 한국이나 일본, 독일과 같은 나라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북미의 산업로봇 활용은 제품 조립 라인의 용접과 같이 반복적인 업무를 로봇이 맡는 자동화된 산업에 집중돼 왔다. 자동차 생산업체와 부품업체의 산업로봇 주문량은 2016년 전체의 71%를 차지했으나 지난해엔 42%로 비중이 축소됐다.
반면 식품제조나 소비재, 의약품 등을 포함한 다른 영역에서 로봇 도입이 확대됐다. 실무자들은 로봇의 성능이 개선돼 힘과 영리함을 필요로 하는 좀 더 복잡한 업무에 투입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반도체와 에너지, 항공우주 산업에서 쓰이는 금속 장치들을 만드는 아테나 제조회사(Athena Manufacturing LP)의 존 뉴먼(John Newman) CFO는 제품 주문이 늘어나고 있으나 아테나는 2교대와 주말 업무를 맡을 수 있는 근로자를 충분히 확보하는데만 애써왔다고 말했다.
그러다 이 회사는 지난 1년 반동안 반도체 부품의 철제 지지대를 갈아서 용접점(weld)을 만드는 로봇 등 7대의 로봇을 사들였다. 뉴먼은 로봇 구매에 80만 달러 이상을 썼다면서 이 투자는 비용을 낮추기 보다는 주문량을 감당하기 위해 생산능력을 확대할 목적이었다고 말했다.
용접점을 만드는 일은 보통 한 근로자가 3시간 정도 걸리지만 로봇은 30분안에 해낼 수 있다고 뉴먼은 말했다. 그는 로봇이 연삭기에 사람보다 더 큰 힘을 실을 수 있기 때문에 부드러운 용접점을 만들는데 필요한 시간을 줄일 수있다고 말했다. 로봇은 수주일만에 배송되며 전화 어플리케이션으로 작동될 수 있다.
산업로봇 공급업체인 일본 Fanuc 미국지사의 마이클 키코(Michael Cicco) 대표는 “로봇이 점점 더 쓰기 쉬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매사추세츠 공대 경제학과의 대런 애스모글루 교수는 공장 자동화 확대가 노동력 과잉으로 이어지고 이는 임금하락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동화가 빨리 진행된다면 많은 일자리가 없어질 수 있다”면서 “구인난은 일시적인 것이며 지속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델폰사의 몬타노 CEO는 초기 비용 절감을 위해 4년전에 로봇을 임대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이제 근로자와 함께 일하는 이른바 ‘코봇(cobot)’ 4대를 포함해 10대의 로봇을 가지고 있다.
AI타임스 정병일 위원 jbi@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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