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칸 휩쓸었다…AI가 주연상 받을 날 올까 < Art & Living < 기사본문

배우 송강호가 28일(현지시간) 프랑스 칸 팔레 데 페스티벌(Palais des Festivals)에서 열린 '제75회 칸 국제영화제' 폐막식에 참석해 트로피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Festival de Cannes 트위터).

28일(현지시간) 밤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열린 제 75회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 시상식에서 한국 영화 역사상 최초로 '헤어질 결심', '브로커' 두 작품이 함께 수상하는 기염을 토했다. 감독상과 남우주연상 모두 한국 영화인이 수상하게 된 것이다.

이날 한국 배우로서는 첫 남우주연상을 거머쥔 배우 송강호에게 한 남자가 뛰어왔다. 이 남자는 송 배우를 와락 껴안아 세계인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날 감독상을 받은 박찬욱 감독 이야기다. 박 감독은 송강호의 수상에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달려왔다. 송강호는 이날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브로커'로 남우주연상 수상자로 호명됐다.

박 감독은 '헤어질 결심'으로 자신의 세 번째 칸 수상이자 첫 번째 감독상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박 감독과 송 배우는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2000년)에서 감독과 배우로 만났다. 이후 20년 넘는 인연을 이어왔다. 이번 수상을 통해 한국은 역대 칸영화제에서 모든 본상 수상작을 배출한 국가로 자리매김했고, 세계 영화 산업에서 중심에 섰다는 점을 입증한 셈이다.

박찬욱 감독이 28일(현지시간) 프랑스 칸 팔레 데 페스티벌(Palais des Festivals)에서 열린 '제75회 칸 국제영화제' 폐막식에 참석해 트로피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Festival de Cannes 트위터).

윤석열 대통령도 박 감독과 송 배우에게 각각 축전을 보내 축하했다. 윤 대통령은 박 감독에게 "한국 영화의 고유한 독창성과 뛰어난 경쟁력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준 박 감독님과 배우, 제작진이 노고에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번 수상은 지난 2004년 '올드보이', 2009년 '박쥐', 2016년 '아가씨' 등을 통해 쌓인 영화적 재능과 노력이 꽃피운 결과"라고 평가했다.

윤 대통령은 송강호 배우에게도 "영화사에 길이 남을 송 배우님의 뛰어난 연기는 우리 대한민국 문화예술에 대한 자부심을 한 단계 높여줬고 코로나로 지친 국민에게 큰 위로가 됐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번 수상은 '밀양', '박쥐', '기생충' 등 영화를 통해 송 배우님이 쌓아오신 깊이 있는 연기력이 꽃피운 결과"라며 "한국이 낳은 위대한 감독의 영화들도 배우님의 연기가 없었다면 관객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영화 '브로커' 감독과 출연진들이 28일(현지시간) 프랑스 칸 팔레 데 페스티벌(Palais des Festivals)에서 열린 '제75회 칸 국제영화제'에 참석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강동원, 송강호, 이지은(아이유), 이주영,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사진=Festival de Cannes 트위터).

영화 수입국에서 수출국 된 한국…AI도 할 수 있을까?
한국은 30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영화 수입국이었다. 그러나 이제 세계 콘텐츠를 선도하는 수출국으로 돌아섰다. 불과 몇 십년 만이다. 그간 해외 영화제에서 꾸준히 한국영화가 높은 평가를 받았고 감독상 수상이 늘었기 때문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2000년대 들어 칸영화제에서 한국 영화가 두각을 보이기 시작했다. 2002년 '취화선'으로 임권택 감독이 감독상을 수상했다. 세계인에게 제대로 인정받은 첫 해로 기록된다. 2004년에는 영화 '올드보이'를 연출한 박찬욱 감독이 심사위원대상을 거머쥐었다. 2007년 '밀양(감독 이창동)'의 전도연 배우가 최우수여자배우상을 수상했다. 2009년에는 '박쥐'로 박찬욱 감독이 심사위원상을 받았다.

2010년대에 한국영화의 영향력이 더욱 강해졌다. 2010년 '시(감독 이창동)'가 칸 영화제에서 각본상을 받았다. 2019년 '기생충(감독 봉준호)'이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경쟁 부문 외에선 2010년 '하하하(감독 홍상수)', 2011년 '아리랑(감독 김기덕)'이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대상을 각각 수상한 바 있다.

이처럼 20여 년 만에 세계 영화계에서 한국영화가 우뚝 선 셈이다. 그렇다면 이제 막 태동기에 접어든 인공지능(AI) 창작, AI 배우 등도 칸 영화제 무대에 설 수 있을까. AI로 되살아난 AI 휴먼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원작을 토대로 인공지능 휴먼을 제작한 것인데, 실제 영화에 쓰일 수 있는지는 미지수다.

인공지능(AI)으로 탄생한 '트와일라잇' 원작소설 여주인공 벨라 스완(왼쪽)과 영화에서 벨라 스완 역을 맡은 크리스틴 스튜어트(오른쪽). (사진=BuzzFeed).

최근 인기 흥행작 '트와일라잇(Twilight)'의 원작소설 인물들이 실사로 구현됐다. AI 기반 이미지 제작 사이트 '아트브리더(Artbreeder)'를 통해 트와일라잇 원작소설 속 인물들의 실사화된 이미지가 공개된 것이다. '트와일라잇' 시리즈는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골수 팬을 보유한 인기작이다. 원작의 인기에 힘입어 영화화된 작품의 주인공들도 큰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소설을 읽으면서 상상했던 인물들과의 싱크로율에 못내 아쉬워했던 원작 팬들은 AI가 원작 책에서 묘사된 내용을 기반으로 만들어낸 주인공들의 모습에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이처럼 기존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AI가 만들어낸 캐릭터가 인기를 끌고 있다.

인공지능(AI)이 생성한 '트와일라잇' 원작소설의 칼라일 컬렌(왼쪽)과 칼라일 컬렌 역의 피터 파시넬리(오른쪽). (사진=BuzzFeed).

이번에 사용된 AI 프로그램 '아트브리더'는 '생성적 적대 신경망(GAN)' 기술을 기반으로 한다. GAN은 두 개의 인공신경망, 즉 생성기(generator)와 판별기(discriminator)가 상호 경쟁하는 동시에 서로를 훈련시키면서 실제와 가까운 이미지‧영상‧음성 등을 자동으로 만들어내는 AI 기계학습 방법론의 하나다. 이처럼 예술 창작 영역에서도 새로운 영감을 불어넣고자 AI 기술을 접목하려는 시도가 날로 늘어나면서 AI가 만들어 낸 캐릭터가 주연으로 출연하는 영화의 탄생도 머지 않아 보인다.

AI타임스 유형동 기자 yhd@ai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