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슈퍼컴퓨터 성능이 세계 최고를 기록했다는 발표가 나왔다. 기존의 세계랭킹 1위 슈퍼컴퓨터보다 연산속도가 두 배 빨라 미국이 랭킹 1위를 탈환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31일 보도했다.
그러나 중국의 슈퍼컴퓨터 두 대가 여전히 성능에선 세계 최고라는 비공식적인 관측 결과가 있어서 실제 미국이 다시 챔피언에 등극한 것인지에 대해선 전문가들 사이에 이견이 있다.
미국 오크리지 국립연구소(Oak Ridge National Laboratory)는 ‘프론티어(Frontier)’라고 부르는 슈퍼컴퓨터의 연산능력이 초당 100경(quintillion)번을 달성해 세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고 30일 발표했다. 이 속도는 슈퍼컴퓨터의 순위를 매기는 ‘탑500(Top500, https://www.top500.org)’이 제시하는 테스트 방식에 따라 측정된 것이라고 연구소측은 밝혔다.
슈퍼컴퓨터는 전세계 컴퓨터중 상위 500위 안에 드는 컴퓨터를 지칭한다. 비영리단체인 ‘탑500 ’이 1993년부터 매년 6월과 11월 두 차례씩 순위를 정해 500개의 슈퍼컴퓨터 순위를 발표하고 있다. 탑500은 HPL(High-Performance Linpack Benchmark for Distributed-Memory Computers)이라는 소프트웨어 패키지를 이용해 슈퍼컴퓨터의 성능을 평가한 결과 나온 점수(benchmark score)로 순위를 매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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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500의 랭킹에서는 일본의 슈퍼컴퓨터인 ‘후가쿠(Fugaku, 富岳)’가 지난 2020년 6월부터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순위에서 후가쿠의 ‘HPL 벤치마크 스코어’는 442페타플롭스였다. 페타(Peta)는 10의 15제곱을 가리키는 접두어고 플롭스(Flops)는 컴퓨터 연산능력의 단위다. 1초에 100조 번의 연산을 한다는 의미다. 1페타 플롭스의 1000배, 즉 초당 100경 번의 연산능력은 ‘엑사(Exa, 10의 18제곱인 수에 붙는 접두어)’급으로 불린다.
탑500은 당시 발표에서 후가쿠에 대해 ‘최고 성능’이 1000 페타플롭스까지 나와 최초의 ‘엑사급’ 컴퓨터로 소개된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번에 미 오크리지 국립연구소가 프론티어의 ‘평소 연산능력’이 엑사급으로 나왔다면서 후가쿠보다 두 배이상 빠르다고 발표한 것이다. 미국은 슈퍼컴퓨터 랭킹에서 지난 2018년 6월 중국을 제치고 1위(IBM의 Summit)에 올랐다가 일본에게 다시 밀려났다.
NYT는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이 프론티어가 엑사급 경쟁에서 중국의 슈퍼컴퓨터 2대에게 졌다고 믿는다고 전했다. 중국측은 이들 슈퍼컴퓨터에 대해 HPL 테스트 결과를 탑500에 제출하지 않고 있다. 중국이 미국의 경제 제재를 의식해 공식 발표를 하지 않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측하고 있다.
중국은 이전엔 슈퍼컴퓨터 순위 선정에 참여해 선웨이 타이후라이트(Sunway TaihuLight , 神威太湖之光)가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세계 랭킹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중국은 그러나 미국이 슈퍼컴퓨터 개발에 필요한 칩의 수입을 막자 진행되고 있는 슈퍼컴퓨터 연구결과를 공표하지 않으면서 순위 경쟁에서 한 발 물러선 모양새다.
하지만 중국은 슈퍼컴퓨터에 핵심인 마이크로프로세서 설계에서 의미있는 진전을 이루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아시아 정보기술 프로그램( Asian Technology Information Program)의 데이비드 카하너(David Kahaner) 대표는 지난해 중국 자체의 칩 기술을 사용한 두 대의 엑사급 슈퍼컴퓨터에 대해 한 기술 컨퍼런스에서 자세히 보고했다. 두 대의 슈퍼컴퓨터는 선웨이 타이후라이트의 계승자인 오션라이트(OceanLight)와 티안허 1A의 후속 모델인 티안허3(Tianhe-3)다.
중국이 엑사급의 장벽을 넘었다는 증거는 지난해 11월에도 나왔다. 중국인 연구자 14명이 미국 컴퓨터학회(Association for Computing Machinery)에서 주는 고돈 벨 상(Gordon Bell Prize)을 받았다. 새로운 선웨이 시스템을 엑사급으로 가동해 양자 컴퓨팅 회로를 시험한 공로에 대한 상이었다. 이 연구자들은 기술 보고서에서 미국 오크리지 연구소의 가장 빠른 슈퍼컴퓨터가 1만년 걸릴 연산작업을 중국 컴퓨터 시스템에선 304초가 걸린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하이페리온 리서치의 분석가인 스티브 콘웨이는 “그들이 엑사급 컴퓨터를 가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흘린 것”이라면서 “중국이 미국의 제재를 더 이상 받고 싶지 않아 한다는 게 많은 사람들의 견해”라고 말했다.
AI타임스 정병일 위원 jbi@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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