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술업계에 부는 노동조합 결성 바람에 대해 마이크로 소프트(MS)가 구글이나 아마존 등 다른 기술 대기업들과는 달리 적극적인 협조 입장을 취했다. MS의 브래드 스미스(Brad Smith)사장은 2일(현지 시간) 자사의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노동조합을 결성할 수 있는 근로자의 권리를 존중할 것이며 직원들이 노조결성을 선택한다면 노조와 협업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MS는 비디오게임 회사인 액티비전(Activision)과 690억 달러의 인수합병 협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 회사의 계열사인 '레이븐 소프트웨어(Raven Software)'에서 일부 직원이 지난 3월 찬반투표를 통해 노조 결성을 결정했다. 레이븐 소프트웨어 근로자들은 미국 통신노동자연합(Communications Workers of America, CWA) 산하 ‘게임 노동자 연대(Game Workers Alliance)’라는 노조에 소속돼 있다. 노조는 MS의 이날 입장 발표에 대해 “기술 대기업 중에서는 독특하고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고 미 워싱턴포스트(WP)가 전했다.
앞서 엘리자베스 워런(Elizabeth Warren) 매사추세츠 상원의원은 미 연방거래위원회(Federal Trade Commission)에 “기업 합병이 근로자들의 노조결성을 방해하지 않도록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워런 의원은 “앞으로 연방 규제기관과 함께 MS 사장의 말이 기업의 실제 행동과 일치하는지 자세히 지켜볼 것”이라고 WP에 말했다. 이어 “MS와 액티비전의 근로자들은 합병 성사여부에 관계없이 법의 보호아래 자유롭게 모이거나 노조를 결성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의 다른 거대 기술기업들은 직원들이 노조 결성을 단념하도록 공격적으로 나서거나 불법적인 시도를 하기도 해 여론의 주목을 받거나 규제당국인 미국노동관계위원회(National Labor Relations Board, NLRB)와 갈등을 빚기도 했다. NLRB는 아마존이 노조 결성에 연루된 직원들에 대해 불법적으로 제거하거나 보복한 사례를 잇달아 적발했다. 아마존은 위원회가 자사에 대해 편견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구글 역시 노조 결성 때문에 해고 당했다는 근로자들로부터 고발당했다. 애플의 근로자들은 노조 지지로 경영진의 표적이 됐으며 승진 기회와 보상을 잃게 될 것이라는 위협을 당했다고 WP에 말했다. 애플은 당시 판매팀의 가치를 높에 평가하며 후한 보상을 할 것이라고 밝혔었다.
NLRB가 주관하는 노동조합 선거는 긴박하고 시간이 걸리는 공식 절차다. 고용주들은 수고를 덜기 위해 자발적으로 노조를 인정할 수 있다. MS의 근로자들이 노조 결성을 위해 투표를 하게 된다면 이날 발표된 원칙하에 회사측은 ‘건설적이고 우호적인’ 절차를 추구할 것이라고 스미스 사장은 WP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그가 말한 절차는 직원들이 NLRB로 갈 필요 없이 노조를 결성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스미스 사장은 “적어도 우리 회사와 사내 문화에선 비생산적이라고 생각하는 공개적 논쟁을 피하고 직원들이 충분한 정보를 갖고 결정할 수 있는 방법을 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가장 큰 노동단체인 ‘노동연맹–산별노조협의회 (AFL–CIO)’의 리즈 슐러(Liz Shuler) 의장은 성명에서 “마이크로소프트의 협업적 접근법은 우리가 기업에서 실행되기를 원하는 모범 사례”라며 높이 평가했다.
스미스 사장은 1993년부터 MS에 합류해 워싱턴의 재치있는 ‘외교관’으로 명성을 얻었다. 그는 거대 테크 기업들이 직면해야 하는 반독점 감독을 피하기 위해 회사의 입지를 규제 기관의 친구와 파트너로 자리매김하는데 성공해왔다. 이번 노동관계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도 회사의 대중적 이미지를 부드럽게 해주는 그런 전략의 연장일 수 있다. 스미스 사장은 “새로운 일을 배우는 게 불편하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그것은 우리 같은 사업의 성공을 위해 올바른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AI타임스 정병일 위원 jbi@aitimes.com
[관련 기사]애플, 신설되는 매장직원 노조에 어떻게 대응할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