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으로 보기에는 먹음직스러운데 과연 속까지 잘 익었을까?'
마트에서 과일을 고르다 보면 겉보기에는 싱싱하나 막상 사서 먹었을 때 맛이 없거나 속에 멍이 들어 배신감을 느끼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런데 최근 인공지능(AI) 기술이 달콤한 과일과 신선한 고기 등을 알아내는 데 한몫하고 있다. 과일 선별 시스템에 접목돼 과일의 당도 등을 측정하는가 하면 소고기의 신선도 파악에 활용되는 등 AI가 밥상에 오를 최상의 식료품 찾기에 도움을 주고 있다.
최근 롯데마트는 과일의 상품성을 높이기 위해 대형마트 최초로 'AI 선별 시스템'을 도입했다. 한층 진화된 이 AI 시스템은 기존 '비파괴 당도 선별기'로는 측정하기 어려웠던 내부 갈변이나 과숙 등의 결함도 귀신같이 선별해낸다. 과일의 중량과 당도뿐 아니라 수분 함량과 후숙도까지 측정할 수 있다.
엑스레이를 촬영하듯 10개의 렌즈에서 근적외선을 쏴 대량의 화상 데이터를 얻어내고 딥러닝 기술로 이미지를 분석하는 방식이다. 다양한 멜론 품종에 따라 투광을 조정하는 것은 물론 복숭아의 꼭지 사이 빈틈으로 과육을 상하게 하는 핵할 검출도 가능하다. 현재 롯데마트는 AI 선별 시스템을 이용해 선별한 황금당도 머스크 멜론과 황금당도 하미과, 천도복숭아 등을 판매하고 있다.
롯데마트 측 관계자는 지속적으로 최첨단 선별 시스템 운영 품목을 늘려나가 더욱 균등한 품질의 상품들을 선보여 신선식품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AI 기술을 통해 종종 과일 맛에 불만을 표했던 고객들에게 당도와 수분 함량, 숙도까지 완벽한 실패 없는 최상의 과일을 내놓겠다는 것이다.
"이 소고기 먹어도 될까?"…고기 신선도 알려주는 AI
인공지능(AI) 광(光)기술을 활용해 소고기의 신선도를 측정할 수 있는 기술도 나왔다. 지난해 광주과학기술원(지스트‧GIST) 융합기술원 이규빈 교수와 의생명공학과 김재관 교수 공동연구진은 쇠고기에서 스펙트럼을 획득한 후 미오글로빈(포유류의 근육 조직에서 발견되는 단백질) 정보를 추출해 소고기 신선도를 빠르고 손상 없이 측정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주목을 받았다.
통상 육류 신선도를 측정하는 데 쓰이는 화학적 분석방법과 미생물학적 분석방법은 시간이 오래 걸리고 측정하는 과정에서 육류가 손상된다는 단점이 있었다. 그런데 지스트 연구진은 의생명공학 분야에서 많이 적용되고 있는 확산광 반사 분광기법과 딥러닝 기술을 적용해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했다.
연구진은 빛 기술을 통해 소고기 저장 기간이 길어질 때 신선도가 저하됨과 동시에 스펙트럼 정보와 미오글로빈 정보가 변화함을 확인했다. 미오글로빈은 산소와 결합하면 붉은색을 띤다는 점에서 착안해 육류가 상했을 때 미오글로빈 함량이 달라져 색이 옅어진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소고기에 분광기를 쪼여 소고기 색에 따른 미오글로빈의 함량과 스펙트럼 정보를 조사함으로써 신선도를 측정할 수 있다는 것.
연구에 참여한 신성호 융합기술원 연구원(논문 공동 제1저자)은 당시 AI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소고기 외 다른 육류에도 적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샘플들을 획득해 학습데이터를 구축하고 상용화 단계까지 연구를 계속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일반 가정에서도 누구나 육류의 신선도를 정확하고 빠르게 알 수 있는 기기 상용화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AI타임스 윤영주 기자 yyj0511@aitime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