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법원이 낙태죄를 폐지한 1973년의 '로 대 웨이드(Roe v. Wade)' 판결을 뒤집으면서 여성 건강 어플리케이션(앱)들로 불똥이 튀고 있다. 낙태죄가 부활되는 지역에서 여성 건강앱에 축적된 데이터가 수사에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네이처 사이클(Nature Cycle), 플로(Flo), 클루(Clue), 애플 등 여성건강 앱을 운영하는 회사들이 이용자 데이터 익명화에 더욱 주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 앱들은 가임 주기를 알려주기 때문에 임신을 계획하거나 피하려는 여성들 수백만 명이 사용중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8일 여성 건강앱을 운영중인 회사들이 우선 이용자들에 대해 전혀 정보를 갖고 있지 않다는 점을 확신시키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 식품의약국(FDA)이 처음 허가한 여성건강 앱인 네이처 사이클의 라울 쉘위츨( Raoul Scherwitzl) 공동 대표는 “확실한 익명 이용 경험”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목표는 아무도, 심지어 네이처 사이클측도 이용자를 특정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라면서 이는 기술적으로는 '도전'이라고 덧붙였다. 플로 측은 곧 “익명 모드”라고 부르는 기능을 선보일 것이라고 발표했다. 플로 계정에서 이용자가 개인 정보를 제거할 수 있는 옵션을 주는 기능이다.
법 전문가들에 따르면 네이처 사이클과 같은 주기 관찰 앱(period tracker)으로부터 영장을 발부받아 제공받을 수 있는 정보를 포함해 여러 형태의 디지털 흔적을 종합하면 이용자의 상세한 프로필을 만들어낼 수 있다. 전화와 앱의 데이터는 종종 광고 목적으로 공유되고 판매돼 왔다.
그리고 건강 앱들의 경우 이용자와 건강관리자 사이에 공유된 데이터외에는 대개 미국내 관련 법(Health Insurance Portability and Accountability Act, HIPAA)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미국 대법원의 '로 대 웨이드(Roe v. Wade)' 판결 번복 이전에도 생리 데이터는 정부기관의 조사에 활용돼 왔다고 휴스턴 대학 보건 법 및 정책 연구소장 리 파울러(Leah Fowler) 교수는 WSJ에 말했다. 2019년 청문회에서 미주리 주 보건부는 가족계획에 따른 낙태자들의 자료를 보관하고 있다고 인정했다. 여기엔 낙태수술 환자들의 마지막 생리주기 날짜가 포함돼 있었다.
이용자들이 가장 안전한 주기 관찰 앱을 선택하려면 앱의 프라이버시 정책을 봐야 한다. 만일 고객의 정보를 공유하거나 판매한다면 어떤 절차를 밟는지 그리고 정부의 (정보 제공) 요청에는 어떻게 대응하는지에 대해 꼼꼼하게 살펴야 한다. 애플의 경우는 건강 앱에 축적되는 데이터는 단말기에서 암호화가 되기 때문에 공유되거나 판매될 수 없다고 말한다.
대법원 판결이 나온 뒤 많은 소셜 미디어들이 주기 관찰 앱들을 삭제하라고 권하고 있지만 이렇게 하는 것은 즉각적인 해법이 아니다. 파울러 교수는 “당신이 전화기에서 앱을 삭제하는 것이 다른 곳에 있는 당신의 데이터도 삭제하는 것을 항상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축적된 데이터가 개발자 측에서도 확실히 지워지도록 하기 위해 앱의 고객서비스지원팀을 직접 접촉해야 할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용자들은 프라이버시 정책에서 정보 삭제 방법을 확인할 수 있다. 클루와 플로는 데이터 삭제를 요구할 때 연락할 이메일 주소를 제공한다. 네이처 사이클 이용자들은 이 회사 웹사이트에 있는 링크를 통해 지원팀에게 데이터 삭제를 요청할 수 있다. 일부 앱 회사들은 데이터 삭제까지 한 달이 걸릴 수도 있다.
AI타임스 정병일 위원 jbi@aitime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