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식품 품질관리 영역에도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AI가 김치·깍두기 등 발효식품에 대한 제조 영상, 사진 등을 학습해 품질을 빠르게 확인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는 것. 신제품 개발 시간과 비용을 대폭 절감해줄 수 있을 것으로 보여 식품계의 변화가 예상된다.
세계김치연구소는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이 추진하는 '2022년 인공지능 학습용 데이터 구축 지원사업'의 참여기관으로 선정돼 '전통발효식품 융합 데이터 구축' 과제를 수행한다고 14일 밝혔다. 이 사업은 인공지능 학습용 데이터 구축을 통해 AI 산업을 활성화하고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한 것이다.
광주광역시 남구에 위치한 세계김치연구소는 김치 관련 분야의 연구개발을 종합적으로 수행해 국가기술혁신을 주도하기 위해 설립됐다. 김치연구소는 국내김치산업을 식품산업의 대표적인 성장동력산업으로 육성·발전시키는데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인공지능 전문회사인 에이아이더뉴트리진이 주관하는 이번 사업은 세계김치연구소를 비롯 발효미생물산업진흥원·조선대학교가 공동 추진한다. 이번에 구축하는 AI 학습용 데이터는 배추김치, 깍두기 등 김치 7종을 포함해 고추장, 막걸리 등 발효식품 12종이 대상이다.
발효 과정을 담은 '동영상' 30만 시간, 발효 사진 등 '이미지' 6만 장, 발효 환경 및 품질 관련 '문서' 6만 건을 분석해 오는 12월 말까지 학습용 데이터를 구축할 계획이다. 구축된 데이터는 발효 식품 제조 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는 단계별 예측 인공지능 모델로 개발, 발효 식품 업체에 제공한다.
이를 놓고 '시각적 데이터를 중심으로 학습된 모델이 실효성이 있나'라는 의문의 목소리에 대해 식품업계의 반응은 '효과 클 것이다'라는 반응을 내놓았다. 식품업계에 따르면 김치 맛을 책임지는 가장 중요한 재료는 고춧가루다. 김치에 사용하는 고춧가루의 품질이 좋을수록 감칠맛이 좋아진다고 알려져 있다.
고춧가루를 잘못 사용하면 김치가 익었을 때 빛깔이 멀겋거나 검붉어진다고 한다. 김치맛에 가장 영향을 끼치는 것이 고춧가루이기 때문에 좋은 재료를 사용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좋은 고춧가루는 빛깔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번 연구가 성공적으로 수행될 경우 제품의 품질을 빠르고 정확하게 확인해 신제품 개발 소요 시간 및 비용 절감이 기대된다. 세계김치연구소의 양질의 데이터가 연구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김치연구소는 수출용 김치를 비롯해 국내에 유통되는 김치의 공인시험 분석을 지원하고 있다. 2017년부터 한국인정기구(KOLAS) 시험기관으로 인정을 받아 식품, 미생물 분야 25개 항목에 관한 공인시험 성적 서비스를 기업에 제공 중이다. 국제표준규격(CODEX), 한국산업표준개정 등에 참여해 김치 표준화에 앞장서고 있다.
장해춘 세계김치연구소장은 "본 사업을 통해 개발되는 AI 기반의 발효 품질 예측 모델은 김치 등 발효식품 생산 단계에서 기존 품질관리의 한계성을 극복하고, 생산성 향상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며 "향후 보다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기술을 도입하여 전 세계 발효식품 수요를 견인함과 동시에 식품 시장의 기술 트렌드를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세계김치연구소는 연구소 자체 개발 기술을 여러 산업계와 융합하려는 시도를 지속하고 있다. 이같은 노력을 바탕으로 ‘김치산업 허브 역할’을 하겠다는 포부다. 세계김치연구소는 서울대·건국대 등 국내 교수진과 농촌진흥청·한국식품연구원 등과 함께 LG전자 기술자문단으로 참여하면서 차세대 식품 기술에 대한 연구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AI타임스 유형동 기자 yhd@aitime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