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일부 사이트에서 ‘희토류’ 가설이라고 번역되어 있는 ‘희귀한 지구(Rare Earth)’ 가설은 우주 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가설은 우주에 생명체가, 특히 지적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생각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IT전문 매체 슬래시기어(Slashgear)는 3일(현지 시간) '희귀한 지구' 가설을 소개하며 “제임스 웹 망원경(James Webb Telescope)이 작동하면서 우리 우주에 대한 완전히 새로운 관점을 확실히 제공할 숨막히는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있기 때문에 ‘우주에서 우리는 혼자인가’ 라는 질문을 피할 수 없게 됐다”고 전했다.
과학자들은 지구가 평범한지 아니면 극히 특별한 지에 대해 논쟁한다. 이 가설에 따르면 “지구에 복잡한 생명체가 생기게 된 천상의 제조법은 드문 일”이며 “모든 것이 적시 적소에, 올바른 재료로 모일 가능성은 그리 자주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 반대편에는 유명한 천문학자 칼 세이건(Carl Sagan)이 있었고 현재는 닐 타이슨(Neil deGrasse Tyson)이 그 뒤를 잇고 있다. 대형 전파 망원경을 통해 외계 지적 생명체를 탐사하는 SETI의 창립자 중 한 명인 프랭크 드레이크(Frank Drake)도 그 중 한 명이다. 1961년 드레이크는 ‘드레이크 방정식(The Drake Equation)’을 고안하여 우리 은하계 내에서 인지 가능한 전자기 신호를 방출할 수 있는 지능적인 외계 문명의 수를 추정하기도 했다.
슬래시기어는 많은 사람들이 ‘페르미의 역설’을 예로 들면서 외계인이 없다고 말하는데 그것은 완전히 잘못됐다고 설명했다. 페르미 역설(The Fermi Paradox)을 말한 엔리코 페르미(Enrico Fermi)는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로 그의 역설이란 “고도의 지적 생명체가 우주에 존재한다면 우리는 그들을 이미 인식하고 있어야 하는데 우리가 지금 모르고 있다는 것은 그런 생명체가 없다는 것을 뜻한다”는 페르미의 말이다.
하지만 페르미는 이 말의 대상을 외계 생명체 일체로 둔 것이 아니라 성간 여행이 수시로 가능할 만큼 고도의 지성, 즉 인간의 과학 수준을 아득히 뛰어 넘는 지성을 가진 생명체로 한정하고 있다. 따라서 외계에 생명체가 없을 것이라는 말과 완전히 다른 말이다. 슬래시 기어는 이에 대해 “페르미의 말이 시간이 친 거미줄을 통해 역설로 변했다”고 표현했다.
하지만 희귀한 지구 가설이 완전히 틀렸다고 주장할 근거는 없다. 이 가설의 핵심은 생명체가 생겨날 수 있는 조건을 다 충족하려면 12가지의 극히 낮은 확률을 뚫어야 하는데 이것이 자주 일어날 리 없다는 것이다.
이 12가지 조건에는 태양과 행성 사이의 적당한 거리, 행성이 온전히 남아 있을 수 있는 올바른 은하계, 액체 상태의 물을 담을 수 있을 만큼 충분한 크기, 완벽한 양의 산소가 포함된 대기, 적당한 기울기의 자전축, 충분히 크고 가까운 달, 온화한 계절, 자기장, 용융된 핵, 판 구조론에 따른 균형 등이 있다. 이것을 각각 확률로 환산한다면 생명은 생길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오기 쉽다.
그 때문에 슬래시기어는 “절대 확률을 말하지 말라”라는 소제목을 기사 중간에 달았다. 왜냐하면 확률 싸움으로는 외계인이 없다는 사람을 설득시키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슬래시기어는 “우리 은하계는 약 400억개의 지구 크기 행성을 포함하고 있고, 심우주를 볼 수 있는 제임스 웹 망원경이 탐색을 게을리 하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지적 생명체를 발견할 수 있는 수학적 확률은 그렇게 나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이는 '희귀한 지구' 가설을 믿는 사람이라도 너무 많은 경우의 수 앞에서는 외계 생명체의 존재를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의미인 동시에 말그대로 우주의 ‘천문학적인 경우의 수’는 ‘희박’이라는 단어를 무색하게 만들 것이라는 확신도 담겨 있다.
한편 희토류란 지구상에 있는 희귀한 광물을 통칭하는 것으로 ‘rare earth’를 학술적으로 직역한 말이다. 이는 2000년에 고생물학자 피터 와드(Peter Ward)와 천문학자 도널드 브론리(Donald Brownlee)의 저서 " Rare Earth: Why Complex Life Is Uncommon in the Universe”가 “희토류: 우주에서 복잡한 생명체가 드문 이유"로 번역되면서 처음 제시되었으나 의미전달이 제대로 되지 않은 오역의 사례로 볼 수 있다.
AI타임스 이성관 기자 busylife12@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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