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나이가 들수록 하루가 빨리 지나가는 것 같다는 말을 한다. 어쩌면 사람들이 그렇게 느끼는 것은 심리적인 측면이 아니더라도 물리적으로 사실일 수 있다. 과학자들이 지구의 회전속도가 빨라지고 있다고 말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IT전문 매체 엔가젯(engadget)은 지난 4일(현지 시간) 지구의 자전 속도가 점차 빨라지고 있으며, 지난 6월 29일의 경우 1960년대 보다 1.59밀리초 가량 빨랐다고 전했다. 물론 이 정도의 시간은 사람이 감각적으로 인식할 수는 없다.
로모노소프 모스크바 주립대학(Lomonosov Moscow State University)의 연구자 레오니드 조토프(Leonid Zotov)는 미 CBS방송과의 인터뷰에서 “2016년부터 지구가 가속하기 시작했다”며 “올해는 2021년과 2020년보다 더 빠르게 회전한다”고 말했다. 지구 회전이 빨라지는 현상은 일회성 사건이 아니라는 것이다.
원래 지구와 같은 행성은 생성 초기 액체와 고체의 중간 상태에서 빠르게 회전하다가 천천히 식으면서 구의 형태를 완성하며 회전이 점차 느려진다. 지구 역시 그와 같은 과정을 거쳐 형성되었다. 과학자들은 약 14억년 전 지구의 자전은 19시간도 걸리지 않았다고 전했으며 이후로 매년 평균적으로 약 74,000분의 1초씩 하루가 길어졌다고 밝혔다.
따라서 지구가 다시 가속하고 있다는 점은 특이한 현상이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엔가젯은 “과학자들은 지진, 더 강한 바람을 포함하여 지구의 자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여러 요인이 있다고 믿는다”며 “엘니뇨 시기, 녹는 만년설의 해동, 달과 기후 등이 지구 가속 회전의 원인일 수 있다”고 전했다. 또한 “일부에서는 소위 챈들러 흔들림이 회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제안했다”고 덧붙였다.
챈들러 흔들림이란 19세기 중반부터 20세기 초까지 활동한 미국의 천문학자 세스 카르로 챈들러(Seth Carlo Chandler)가 정립한 이론으로 고체 지구에 대한 지구의 자전 지점의 작고 불규칙한 편차이다. 이는 구형의 고체가 회전 할 때 회전축을 중심으로 완전한 구형이 아니기 때문에 생기는 미세한 불규칙성을 말한다.
엔가젯은 지구가 가속함에 따라 ‘음의 윤초’가 생길 수 있다고 전했다. 원래 윤초는 지구의 하루가 점차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생기는 오차를 고려해 가끔 1초를 추가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가장 최근 윤초가 있었던 것은 1972년이다.
그러나 지구의 가속회전이 지속됨에 따라 충분히 시간이 지난 후에는 1초를 빼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고 엔가젯은 이를 두고 ‘음(마이너스)의 윤초’라고 표현한 것이다. 그냥 1초 정도 빼는 것이 무슨 문제가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가질 수 있으나 메타(Meta)의 엔지니어들은 의외로 공포스런 결과를 가져다 줄 수 있다고 경고한다.
메타의 엔지니어 올렉 오브류호프(Oleg Obleukhov)와 아마드 비아고위(Ahmad Byagowi)는 자사 블로그에 "지구의 자전 패턴이 바뀌면서 미래의 어느 시점에서 음의 윤초를 얻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면서 "음의 윤초의 영향은 대규모로 테스트된 적이 없으며 타이머나 스케줄러에 의존하는 소프트웨어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고 주장했다.
음의 윤초가 아니더라도 윤초는 이미 초정밀 시스템에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엔가젯은 “바로 지난주 메타(Meta)에서 윤초 종료를 요청했다”고 밝히며 “지난 10년 동안 레딧(Reddit)과 클라우드플레어(Cloudflare)에서 윤초를 중단했다”고 밝혔다.
AI타임스 이성관 기자 busylife12@aitimes.com
[관련 기사] ‘희귀한 지구 가설’이란?..지적 외계 생명체 존재할 확률 묻지마라
[관련 기사] 달 궤도선 다누리호, 5일 예정대로 발사
[관련 기사] 3D 홀로그램으로 순간이동…‘홀로포트’로 국경 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