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과학기술원(지스트·GIST)을 비롯한 국내 연구진이 뇌졸중·심근경색 등과 같은 심뇌혈관질환의 예방과 관리를 위한 혈류 속도의 실시간 측정·분석을 기존보다 400배 이상 빠르게 할 수 있는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사진=지스트 제공).

광주과학기술원(지스트·GIST)을 비롯한 공동 연구팀이 뇌졸중·심근경색 등과 같은 심뇌혈관질환의 예방과 관리를 위한 혈류 속도의 실시간 측정·분석을 기존보다 400배 이상 빠르게 할 수 있는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이번에 새로 개발된 알고리즘이 심뇌혈관질환의 임상에 적용되면 저비용·고효율의 혈류 변화 분석과 치료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심뇌혈관질환은 심장·뇌·혈관계에서 발생하는 모든 질환을 말한다. 협심증이나 심근경색과 같은 허혈성 심질환, 뇌졸중과 같은 뇌혈관 질환, 고혈압, 심부전, 말초혈관질환 등을 포함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심뇌혈관질환의 실질적인 예방과 관리를 위해서는 환자의 혈류를 지속적으로 측정해야 한다.

'확산 상관 분광법'은 조직 내 혈류 속도 변화를 피부 절개나 손상 없이 측정할 수 있는 방법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다른 측정 장비들과 비교해 무표지 측정이 가능하고 상대적으로 시스템의 비용이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또 같은 측정 시간 내 더 많은 데이터를 얻을 수 있는 높은 시간 해상도를 가진다는 점도 특징이다.

※ 확산 상관 분광법(Diffuse Correlation Spectroscopy, DCS) : 근적외선 레이저 광원을 생체 조직에 쏘아 조직 내 혈류 속도의 변화를 측정하는 시스템. 조직에 레이저를 조사하고 혈류 변화로 인한 동적 광산란 정도를 측정‧비교해 생체 조직 내 혈류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형광물질과 같은 표지 없이 무표지 측정이 가능하다.

하지만 확산 상관 분광법을 이용한 혈류 측정·분석은 측정된 신호를 물리적 모델과 비교해(data fitting) 혈류 정보를 얻어내기 때문에 실시간 분석과 관찰이 어렵다는 한계를 지닌다. 분석에 적지 않은 메모리 용량이 필요해 가용 메모리 용량이 작은 저가형 프로세서를 이용한 확산 상관 분광법 개발에 어려움이 있었다는 것.

확산 상관 분광법의 기존 분석 알고리즘(위)과 이번에 새롭게 제시된 알고리즘(아래). 기존 분석 알고리즘은 측정 신호의 자기상관함수(g1,data)와 조직의 물리적 모델 기반 자기상관함수(g1,model) 간의 데이터 피팅이 수반되는 반면, 새로운 알고리즘은 측정 신호의 자기상관함수를 바로 계산에 사용함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지스트 제공).
확산 상관 분광법의 기존 분석 알고리즘(위)과 이번에 새롭게 제시된 알고리즘(아래). 기존 분석 알고리즘은 측정 신호의 자기상관함수(g1,data)와 조직의 물리적 모델 기반 자기상관함수(g1,model) 간의 데이터 피팅이 수반되는 반면, 새로운 알고리즘은 측정 신호의 자기상관함수를 바로 계산에 사용함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지스트 제공).
실제 생체 조직에서 측정된 혈류의 기존 알고리즘 분석 결과(밝은 파란색)와 새로 제시된 알고리즘 결과(주황색, 노란색) 비교 그래프(왼쪽: 팬텀 실험 결과, 오른쪽: 생체 조직 실험 결과). 새로 제시한 알고리즘 중 ‘INISg1’이 기존 결과와 차이가 현저히 작음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지스트 제공).
실제 생체 조직에서 측정된 혈류의 기존 알고리즘 분석 결과(밝은 파란색)와 새로 제시된 알고리즘 결과(주황색, 노란색) 비교 그래프(왼쪽: 팬텀 실험 결과, 오른쪽: 생체 조직 실험 결과). 새로 제시한 알고리즘 중 ‘INISg1’이 기존 결과와 차이가 현저히 작음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지스트 제공).

이에 김재관 지스트 의생명공학과 교수팀과 이기준 대구경북과학기술원(디지스트·DGIST) 교수팀, 성명수 중국 남통대학교 교수팀은 '수치 적분' 기반의 새로운 알고리즘을 개발, 혈류 분석에 필요한 시간과 과정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음을 확인했다. 수치 적분 기반의 알고리즘은 측정된 신호를 바로 수치 적분 기반 식에 적용해 혈류 변화를 측정한다. 따라서 측정 신호를 물리적 모델과 비교하는 과정이 생략돼 빠른 계산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저용량의 램을 가진 저비용 시스템에도 적용이 가능해진다.

연구팀은 개발한 알고리즘의 우수성을 확인하고자 먼저 시뮬레이션을 통해 개발 알고리즘의 유효성을 평가하고 생체 조직 모사 팬텀과 '팔 압박 혈류 조절 실험'의 알고리즘별 혈류 변화 측정 결과를 비교했다. 혈압계를 활용해 팔 위쪽을 220mmHg의 압력으로 혈관 폐색을 일으키는 실험이다. 혈관의 폐색 발생 여부에 따라 혈류 속도가 조절된다. 그 결과 연구팀의 알고리즘은 평균 소요시간이 12.02마이크로초로 기존 알고리즘(평균 소요시간: 4960마이크로초)보다 400배 이상 빠른 계산 속도를 보였다.

공동 연구팀에서 제시한 새로운 알고리즘의 계산 소요 시간이 기존 알고리즘의 소요 시간보다 현저히 적음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지스트 제공).

또 연구팀은 저비용 시스템에서의 알고리즘 적용 가능성도 확인했다. 기존 알고리즘은 고용량의 램(RAM)이 필요해 아두이노 등 마이크로컴퓨터 기반의 저비용 시스템에 적용할 수 없었다. 반면 연구팀의 새로운 알고리즘은 데이터 당 400바이트의 램 용량만을 사용하므로 저비용 시스템에 적용이 가능하다. 이때 최대 606마이크로 초 이하의 짧은 계산 시간이 소요됨을 확인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이번 연구는 정보통신산업진흥원과 보건산업진흥원, 지스트, 디지스트, 중국 남통대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 김재관 지스트 교수와 이기준 디지스트 교수의 주도하에 성명수 중국 남통대 교수와 오윤호 지스트 박사과정 학생(공동 제1저자)이 연구를 수행했다. 해당 연구 성과는 최근 컴퓨터과학 이론 및 방법 분야의 권위적인 학술지('Computer Methods and Programs in Biomedicine')에 온라인으로 게재됐다.

(왼쪽부터) 김재관 지스트 교수, 이기준 디지스트 교수, 성명수 중국 남통대학교 교수, 오윤호 지스트 박사과정생. (사진=지스트 제공).

이번 연구에 참여한 이기준 디지스트 교수는 "새로 개발된 알고리즘은 향후 심뇌혈관질환의 임상 영역에서의 혈류 변화 측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남통대학교 성명수 교수도 "이번 성과를 기반으로 연구를 계속 진행하면 저가형 소형 혈류 측정 장비를 개발하는 사업화도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재관 지스트 교수는 "확산 상관 분광법 시스템에서 측정된 상관 함수를 물리 모델과 비교하는 과정을 통해 혈류 정보를 얻어내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하지만 이번 연구에서는 상관 함수의 수치 적분을 통해 혈류 정보를 얻어내 확산 상관 분광법의 계산 시간과 전체 시스템 비용을 줄일 수 있음을 증명했다"고 말했다.

한편 김재관 지스트 교수는 앞서 지난 3월에는 이건호 조선대학교 교수 연구팀과 함께 복잡한 알츠하이머 치매 진단 과정을 간단한 후각 자극만으로 5분 이내 구분할 수 있는 새로운 치매 진단 기술을 개발한 바 있다. 연구팀은 후각 자극 시 전전두엽에서 측정한 근적외선 신호를 기반으로 정상·인지기능 장애·알츠하이머 치매 단계를 간단하게 구분할 수 있는 진단법을 제시해 주목을 받았다. 

또 지난해 김재관 교수는 이규빈 지스트 융합기술학제학부 교수와 손잡고 인공지능(AI) 광기술을 활용해 소고기의 신선도를 측정하는 기술을 개발하기도 했다. 당시 공동 연구팀은 의생명공학 분야에서 널리 적용되고 있는 확산광 반사 분광기법과 딥러닝을 적용해 소고기의 신선도를 빠르고 손상 없이 측정, 기존 육류 신선도 측정 방법의 한계로 지적돼 온 긴 측정 시간과 측정 과정에서의 육류 손상 등의 문제를 해결했다.  

AI타임스 윤영주 기자 yyj0511@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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