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일 전문위원
정병일 전문위원

미국 작가 어네스트 헤밍웨이는 파산에 대해 '서서히 그러다 갑자기(Gradually and then suddenly)' 진행된다는 통찰을 남겼다.

1926년 발표한 소설 '해는 다시 떠오른다'에서 등장인물 중 한 명인 마이크 캠벨은 어떻게 파산했느냐는 물음에 그렇게 대답한다.

그런데 이 경구는 기술 발전의 패턴을 설명할 때도 잘 적용된다. 기술은 조금씩 지속적으로 진화하다가 어느날 갑자기 비약적으로 발전해 우리가 깜짝 놀랄 결과물을 내놓는다. 요즘 AI 기술이 이런 도약의 시기에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나온 AI 기술 중 대중적으로 주목받은 것은 이미지 생성 AI 모델이다. '달리' '이마젠' '미드저니' '스테이블 디퓨전' 등이다. LG AI연구원의 초거대 AI인 엑사원은 반대로 이미지를 글로 바꿔주기도 한다. 이런 이미지 생성 모델들의 인기는 전세계적으로 대단하다.

앞서 나온 자연어처리 모델 가운데 사상 최고 성능을 보인 'GPT-3'가 글을 글로 바꿔주는 모델이었기 때문에 이들 이미지 생성 AI 도구는 한 단계 진화한 모델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지난 30일 메타는 한 발 더 나가 글을 영상으로 만들어 주는 비디오 생성 AI 모델을 발표했다.

또 지난주에는 구글이 보란 듯이 그동안 개발해 뒀던 비디오 생성 AI 도구를 두 개나 발표했다. 각각의 비디오 생성 모델들이 내놓는 결과물을 보면 구글의 '이마젠 비디오'와 '페나키'가 메타의 메이커비디오를 품질면에서 압도한다. 시나리오 같은 긴 글을 입력하면 AI가 텍스트에 일일이 대응되는 영상을 생성하고 이를 이어 붙여 한 편의 영화처럼 만들어 낸다.

구글은 또 사진 한 장만으로 동영상을 무한히 만들어 낼 수 있는 도구도 내놨다. 첩첩산중의 상공을 드론이 날아가는 장면을 시연했는데, 산 등성이 하나를 넘으면 새롭게 펼쳐지는 풍경을 AI가 예측해서 끝없이 만들어 보여준다.

파이낸셜 타임즈는 7일 AI 기술이 비즈니스에 획기적인 전기를 가져올 시점이 온 것으로 투자회사의 전문가들이 보고 있다는 글을 실었다. 새 AI 기술이 쏟아져 나온데다 스테이블 디퓨전 같은 이미지 생성 AI기술은 오픈소스로 데이터셋까지 공개돼 누구나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이 됐기 때문이다. 이제 막 선보인 비디오 생성 AI도 오픈소스 개발 시도가 뒤따를 공산이 크다.

AI 모델의 훈련비용도 크게 줄었다는 점도 비즈니스 측면에선 고무적이다. 오픈 AI가 만든 변수 1750억개의 초거대 AI, GPT-3는 학습과정에 1000만달러(약 141억원) 정도가 들어갔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다. 그렇지만 공식 발표된 스테이블 디퓨전의 훈련 비용은 60만달러(약 8억5000만원)에 불과하다.

글보다는 사진과 동영상에 더 익숙한 틱톡과 인스타그램, 스냅챗의 세대들을 매혹할 수 있는 혁신적인 애플리케이션이 이런 AI 도구를 이용해 개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AI가 ‘갑자기’ 우리 생활의 변혁을 일으킬 수 있는 또 다른 기술이 있다. 코드생성 AI가 바로 그 기술이다. 코드생성 AI는 명령어를 입력하면 파이선, 자바스크립트 등 다양한 컴퓨터 언어로 코드를 만들어 주는 도구로 오픈AI의 '코덱스', 딥마인드의 '알파코드', 아마존의 '코드휘스퍼러’가 이미 개발돼 있다. 이런 코드생성 AI 역시 오픈소스화가 추진되고 있다.

이 가운데 코덱스라는 도구는 사람이 말로 명령하면 코드를 만들어 주고, 코드 일부만 입력해도 필요한 전체 프로그래밍 코드를 생성해 준다. 사람이 컴퓨터 언어(코딩)를 배워 컴퓨터에게 명령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컴퓨터가 사람의 말을 이해하고 필요한 코드를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앞질러 상상해 보자면 앞으로 일반인들은 코딩을 배우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올 수도 있겠다. 아이폰 등 스마트폰이 등장한 뒤로 우리의 삶이 많은 부분 바뀐 것처럼 이 기술은 일상 생활의 많은 부분을 바꿀 수도 있다.

이런 AI 기술들이 실생활에 응용되는 솔루션들로 어느 날 귀결된다면, 우리는 새로운 세상을 보게 될 것이다. 바야흐로 AI 도약의 바람이 느껴지는 시점에 과연 누가 돌풍의 주역이 될 것인지 자못 궁금해 진다. 기왕이면 국내 스타트업들이면 좋겠다.

정병일 위원 jbi@aitimes.com

저작권자 © AI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