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MS)가 인터넷 검색 시장에서 '전쟁'과 같은 경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양측 모두 조만간 일반인을 대상으로 채팅과 검색을 결합한 새로운 검색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검색을 하면 관련 링크를 제공할 뿐만아니라 이를 인공지능(AI) 챗봇이 요약해서 채팅 형태로 알려준다. 혁신적이고 매력적인 방식이다.
MS의 검색엔진에 통합되는 ‘챗GPT’나 구글이 새로 선보인 ‘바드’의 기초 모델인 ‘람다’는 지금까지 나온 AI챗봇 가운데 최고 수준으로 평가된다.
챗GPT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경험한 대로 놀라운 성능을 자랑하고 있다. 람다 역시 대중에게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구글 직원이 ‘의식이 있다’고 믿을 만큼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AI 챗봇들이 검색 엔진과 통합돼 곧 인터넷 이용자 손에 들어온다. 그러나 AI챗봇이 사람을 속일 수 있는 능력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이 상황은 매우 위험하기도 하다.
실제 존재하지 않는 사실을 지어내고 이를 토대로 설득력 있게 이야기를 한다. 허위정보를 확산하는 도구로 악용될 가능성이 우려된다.
실제 미국의 미디어 정보회사인 뉴스가드가 챗GPT에 2021년까지 웹에 게재된 잘못된 정보 1131개 가운데 100개와 관련한 글을 쓰도록 지시해 봤다. 이에 챗GPT는 이미 허위로 판명된 정보 가운데 80건에 대해 사실인 것처럼 거짓 주장을 생성했다.
AI 챗봇은 또 전문 지식 없는 사람도 악성 코드를 만들어 내는 도구로 쓸 수 있다. 설득력 있는 피싱 이메일을 생성할 수도 있다. 인종과 성에 대한 편견을 강화해 차별과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
이같은 위험은 이미 AI윤리 전문가들이 지적해 왔다. 하지만 구글과 MS은 검색 경쟁을 시작하면서 챗봇의 이런 위험성에 대한 대책은 딱히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저 AI챗봇은 ‘설득력있는 소설’을 내놓을 수 있다면서 유의해야 한다고 경고하는 선에 그치고 있다. 이 때문에 이들 빅테크가 오발 가능성이 있는 신무기를 들고 성급하게 전장으로 뛰어들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AI챗봇의 부작용에 대한 기술적 대안 마련이 쉽지는 않아 보인다. 챗GPT의 경우 이를 개발한 오픈AI가 워터마크를 만들겠다고 밝혔지만 아직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고, 이 도구가 생성한 콘텐츠를 가려내는 분류기도 고안했지만 정확도는 20%대에 그쳤다.
MS와 구글이 AI 챗봇 배포의 책임이 있는 만큼 해법을 계속 모색해야겠지만 이용자들도 AI챗봇의 위험성에 유념할 필요가 있겠다. 규제기관과 전문가 집단도 감시견(watchdog) 역할에 더욱 집중해야겠다.
AI챗봇과 검색엔진의 결합은 또 다른 문제도 예고한다. 탄소 배출량 증가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인터넷에는 데이터 처리와 저장 등에 엄청난 컴퓨팅 파워와 전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설립된 데이터센터들은 현재 지구 전체의 탄소배출량 가운데 4%를 차지하는 양을 배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AI챗봇이 검색과 결합되면 컴퓨팅 파워는 검색당 최소 4배 내지 5배 더 많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 판단이다. 더 많은 전력이 소요되고 탄소 배출량도 늘어날 수 밖에 없을 전망이다.
구글과 MS 그리고 채팅과 검색을 결합하는 모델을 따라하겠다고 나선 중국의 바이두와 알리바바 등 기술 대기업들은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다.
구글과 MS,애플 등 빅테크와 중국 정부는 지난 2020년 오는 203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들의 약속이 지켜지기 바란다.
정병일 위원 jbi@aitime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