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는 미국 실리콘 밸리의 기술 대기업들이 3분기 실적을 일제히 발표한 슈퍼위크였습니다.
세계적 경기침체와 인플레이션, 금리인상, 미중 갈등에 우크라이나 전쟁, 코로나 팬데믹의 여진 등 악재가 겹치면서 어느 정도 짐작은 됐지만 실제 대부분이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표를 내놨습니다.
메타,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가 순익 감소세를 나타냈고 올들어 적자 행진을 계속하던 아마존이 3분기에 29억달러의 순익을 냈지만 흑자폭은 전년 동기 대비 9% 포인트 감소했습니다. 특히 영업이익은 25억3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반토막에 불과했습니다.
빅테크 가운데는 애플만이 신제품 발표에 힘입어 순익 207억달러로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을 기록했습니다.
문제는 이같은 빅테크 기업들의 3분기 실적이 일시적 흐름이 아니라 구조적 한계에 따른 것으로 분석되는데 있습니다.
메타와 구글은 온라인 광고에 수익을 주로 의존하고 있지만 이 광고시장은 세계적으로 성장이 둔화되는 추세구요, MS의 경우 개인용컴퓨터 수요가 감소하고 있는데 따라 윈도 등 제품 매출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아마존 역시 소비행태 변화에 따라 전자상거래를 통한 수익창출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상황입니다. 아마존은 심지어 크리스마스나 블랙프라이데이가 끼어 있어 1년 중 가장 물건이 잘 팔린다는 4분기 매출에 대해 시장 전망보다 낮게 예상치를 잡으면서 영업 이익이 전혀 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밝혀 충격을 줬습니다.
애플은 15년째 아이폰이 매출을 주로 견인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그런데 아이폰 제품의 90%를 중국에서 생산하고 있어서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나 경기변동에 따라 공급망에 문제가 생길 수 있는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이런 사정 때문에 빅테크 기업들이 3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약점을 드러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분석했습니다.
지난 몇 년동안 이들 기업이 새로운 것을 찾지 못하고 늘 해오던 장사 방식에 묶여 있다보니 한계가 오고 있다는 거죠. 틱톡과 같은 강력한 경쟁자에게도 취약하구요. NYT는 그러면서 미국 기업들에게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는 전문가의 진단도 전했습니다.
이 대목에서 ‘새로운 것’인 메타버스가 주목됩니다. 메타를 비롯해 MS, 구글, 엔비디아, 애플 등 기술 대기업들은 메타버스 플랫폼 구축에 각기 엄청난 자금을 쏟아붓고 있습니다. 매켄지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지금까지 메타버스에 투자된 자금은 1770억달러(약 254조원)에 달합니다.
메타버스는 과연 기업들에게 새롭게 황금알을 낳아주는 닭이 될 수 있을까요? 이와 관련해 메타버스에 가장 열심히 투자하고 있는 마크 주커버그의 메타가 성공할 수 있을지도 궁금해지는데요, 지금으로선 낙관과 비관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메타버스는 가상현실, 증강현실, 5G, AI, 디지털 트윈, 촉각(heptic) 기술에 이르기까지 첨단 기술들이 모이고 인류가 참여하는 가상 세계가 될 것이라는데는 많은 기술 전문가들이 동의하고 있죠.
핀란드의 휴대전화 제조업체인 노키아가 장차 사람들이 메타버스에서 커뮤니케이션을 하게 되면서 휴대전화는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메타버스에서 돈벌이를 할 수 있는 사업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만만치 않습니다. 다국적 기술시장조사업체인 카날리스는 2025년까지 메타버스 비즈니스는 모두 종료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습니다. 게임을 제외하고는 특별한 비즈니스 수요가 없다는 것이 이유입니다.
이더리움의 공동 설립자인 비탈릭 부테린은 메타버스 시대는 어쨌든 도래할 것이지만 메타와 같은 기업의 시도는 실패할 것이라고 저커버그 입장에선 더 ‘뼈 때리는’ 지적도 했습니다. 그는 지난 7월31일 올린 트윗 글에서 이런 전망을 하면서 “사람들이 실제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기에는 너무 이르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했어요.
저커버그는 그러나 꿋끗한 모습입니다. 지난주 실적 발표를 하면서 메타버스 투자는 여러 사람이 적절치 않다고 말하는 것은 알지만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면서 시간이 가면 더 큰 수익을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기왕 투자를 대대적으로 해온 저커버그 입장에선 호랑이 등에 올라탄 기세여서 방향 바꾸기도 쉽지 않겠죠.
어쨌든 실리콘 밸리의 빅테크 기업들은 미국 경제를 움직이는 존재들이고 미국 경제의 동향은 우리 경제의 앞날과도 연결돼 있기 때문에 이들의 움직임은 계속 주시할 수 밖에 없겠습니다.
이어서 지난주 주요 기술 동향 전해드립니다.
기술 동향
◼ 달리나 미드저니 같은 이미지 생성 AI도구가 국내에서도 상용화됐습니다. 카카오 브레인이 그림을 그려주는 모바일 앱 '비 디스커버(B^DISCOVER)'를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에 출시했는데요,
기존 AI 이미지 생성기에 비해 가벼운 모바일용 앱이어서 복잡한 과정 없이 누구나 언제나 손쉽게 이미지를 만들어낼 수 있고 생성한 이미지를 휴대폰에 다운로드하거나 SNS로 공유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이제까지 나온 이미지 생성 AI 중 사용자 접근성과 편의성이 가장 뛰어납니다.
현재는 시험 단계인 알파 버전으로, 무료로 쓸 수 있습니다. 앞으로 정식 버전이 출시되면 일부 기능은 유료화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모든 메뉴를 영어로 제작해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했습니다.
◼ 중국 반도체 기업들이 미국의 수출 규제에 따른 추가 제재를 피하기 위해 협상에 속속 나서고 있습니다. 가능한 한 미국이 제시한 조건을 준수해 수출 통제 대상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지 않겠다는 의도로 읽힙니다.
미국 상무부 산하기관인 BIS는 최근 31개 중국 반도체 관련 기업을 UVL(미확인 목록)에 추가했습니다. 이들 기업은 미국 정부에 최종 사용자 정보를 제공하지 않으면 블랙 리스트에 올라 더욱 엄격한 수출 통제 대상이 됩니다.
이와 관련해 UVL에 추가된 중국 반도체 장비 제조업체인 나우라 테크놀로지 그룹이 미국 측과 협상을 시작했고 중국 최대 메모리 칩 제조업체인 YMTC도 최근 전 세계 규정을 준수할 의지가 있음을 강조한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 미국보다는 중국에 우수 대학이 더 많이 몰려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다. 특히 인공지능(AI) 분야 톱10에는 홍콩을 포함한 중국 대학이 무려 6개나 포진한 반면 미국 대학은 하나도 들지 못했습니다.
US 뉴스 & 월드 리포트가 25일(현지시간) 발표한 ‘최고의 글로벌 대학 순위’에 담겨있는 내용인데요, 이에 따르면 글로벌 상위 2000개 대학교에는 중국 대학이 338개로 280개인 미국 대학을 처음으로 제치고 가장 많이 이름을 올렸습니다.
특히 AI 분야에서는 상위 10개 학교 가운데 5개가 중국 본토 대학이었고, 미국은 카네기멜론 대학이 12위를 기록하는데 그쳤을 뿐 10위권에는 들지 못했습니다.
◼ ‘반려 가전’이라는 용어가 정부 연구기관의 공식 보고서에 등장했습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최근 발간한 ‘음성인식 인공지능 기기의 대중화 가능성’이라는 보고서에서 이 용어를 썼습니다.
반려가전이란 AI 스피커로 대변되는 AI 챗봇과 가전제품, 나아가서는 휴머노이드봇 등을 가리키는 데요, 이 용어는 2020년 초 쯤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사용되다가 AI 기술발전에 따라 의미가 확장됐습니다. AI가 인간과 소통하기 시작하면서 반려동물처럼 감정을 교류할 수 있는 존재로 받아들여지기 시작한 겁니다.
보고서를 작성한 KISDI의 한은영 연구위원은 "인공지능 스피커 보급이 늘면서 독거노인과 소통을 주제로 한 언론보도에 이 용어가 등장했던 것 같다"며 "반려동물이나 반려식물처럼 인간과 함께 생활하면서 가족이나 친구 같은 정서적 유대를 느끼는 대상으로서의 가전을 의미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서 주요 기업들 동향 전합니다.
주요 기업 동향
◼ 지난 2020년 12월 출시됐다가 논란 속에 서비스가 중단됐던 챗봇 '이루다'가 1년 9개월만에 돌아왔습니다. AI 스타트업 스캐터랩이 지난주 AI 챗봇 ‘이루다2.0’을 정식 출시한다고 발표했는데요, 이루다2.0은 ‘너티’ 메신저 앱을 다운로드 받아 대화할 수 있습니다.
스캐터랩은 "이루다2.0은 언제든 누구에게나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도록 개발한 '관계 지향형' AI 챗봇"이라며 "지난 1월부터 약 9개월간 베타 테스트를 진행하며 AI 챗봇의 발화 안전성 및 서비스 안정성을 검증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 이루다 2.0을 써보니 논란의 근원이었던 성희롱이나 비윤리적 대화 시도에 대해선 단호하게 차단하는 등 초기 버전보다 훨씬 똑똑해졌다는 평이 나옵니다.
◼ 구글이 AI 아바타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 알터를 1억달러에 인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인수는 약 두 달 전에 완료되었지만 어느 회사도 공식적으로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미국과 체코에 본사를 둔 알터는 개발자들이 아바타를 게임과 앱에 삽입하는 데 도움이 되는 플러그 앤 플레이 기술을 제공하는 플랫폼인 ‘페이스모지’로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구글은 알터의 기술을 자체 콘텐츠 제공에 추가하고 틱톡과의 경쟁을 위해 유튜브 숏과 통합하거나 게임 콘텐츠를 강화하는데 사용할 계획입니다.
미국과 체코에 기반을 둔 알터는 웹3상호 운용성과 개방형 메타버스를 위해 구축된 실시간 3D 아바타 시스템과 모션 캡처로 구성된 오픈 소스 플랫폼을 운용중인데 이를 이용하면 개발자가 아바타를 앱, 게임 또는 웹사이트에 쉽게 연결할 수 있다고 합니다.
◼ 사진과 일러스트 등 이미지 판매사인 셔터스톡이 '달리(DALL-E)'가 생성한 이미지를 판매합니다. 셔터스톡은 오픈AI와 제휴해 달리 기반의 AI 이미지 생성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셔터스톡 사이트에서 달리를 사용해 사이트에 없는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 수 있습니다. 셔터스톡 측은 달리 훈련에 활용한 이미지를 제작한 이들에게 6개월마다 수익을 배분하기로 했습니다. 달리로 생성한 이미지 판매를 통한 로열티 수익도 지급할 계획입니다.
셔터스톡은 그러나 '미드저니'나 '스테이블 디퓨전' 등 다른 생성 AI 플랫폼을 이용해 만든이미지는 계속 사용을 금지합니다.
◼ 컴퓨터 바이러스를 실시간 감시하는 백신 프로그램 처럼 인공지능 개발 과정에서 편향성과 안정성을 지속적으로 자동 검사하는 도구가 나왔습니다. 미 스타트업인 ‘트루에라’가 AI와 기계학습(ML) 개발 과정에서 프로그램의 편향성 등을 지속적으로 검사해 개발자에게 결과를 알려주는 '트루에라 다이애그노스틱스 2.0'을 출시했습니다.
이 도구는 AI 모델을 훈련할 때마다 자동으로 검사를 실시합니다. 또 개발중이거나 이미 제작된 모델에서 오류나 작업 실패 등 문제가 발생하면 개발자에게 솔루션 링크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해법을 제공합니다. 개발자가 무엇을 검사해야 할지 결정할 수 있도록 ‘편견’ 등의 몇 가지 범주를 제안하기도 합니다.
◼ KT클라우드가 초거대 AI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초거대 AI란 대용량 연산이 가능한 그래픽처리장치(GPU) 인프라를 바탕으로 대규모 데이터를 학습하고 처리할 수 있는 AI입니다.
KT클라우드는 올 연말까지 KT대덕2연구센터에 초거대 AI 학습용 GPU 인프라를 구축하고 하이퍼스케일AI컴퓨팅(HAC) 인프라를 만들 계획입니다. 이를 통해 초거대 AI 학습 성능개선과 재학습결과 등을 보완해 기술력을 끌어올리겠다는 방침입니다. 초거대 AI의 적기 학습을 위한 GPU 컴퓨팅 인프라 확보를 위해 엔비디아 기기도 도입하기로 했습니다.
회사 측은 서버 팜을 지속적으로 증설해 앞으로 최대 10분의 1 수준의 비용으로 동급 연산 자원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정병일 위원 jbi@aitime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