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제작=AI타임스)
애플이 2014년 발표한 애플 워치 이후 9년만에 새 디바이스를 세상에 내놨습니다.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의 장점을 합친 혼합현실(MR)용 기기인 ‘비전 프로’ 헤드셋입니다.
애플은 이 기기를 ‘첫번째 공간 컴퓨팅 기기’라고 말합니다. 헤드셋을 쓰고 가상현실 속으로 들어가서 실제 컴퓨터를 이용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여러 작업을 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비슷한 기기로 메타가 개발한 헤드셋인 퀘스트 시리즈가 이미 나와 있습니다. 그런데도 애플의 헤드셋은 가격이 예상보다 훨씬 비쌉니다. 그동안 ‘비전 프로’는 3000달러(약 389만원) 정도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었지만, 지난 5일 애플은 이 제품을 3499달러(약 456만원)에 팔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메타가 올가을에 내놓겠다고 발표한 ‘퀘스트3’의 예상가 499달러에 비해 무려 7배가 비쌉니다. 기능은 엇비슷합니다.
다만 ‘비전 프로’는 다른 회사의 헤드셋들과 달리 '아이 사이트(EyeSight)'라는 기능을 장착했습니다. 투명한 디스플레이를 도입해서 헤드셋 착용 중에 누군가가 접근하면 디스플레이가 밝아지면서 사용자가 외부를 볼 수 있는 것은 물론 상대방도 사용자의 눈을 볼 수 있게 했습니다.
하지만 단지 이 기능 때문에 사람들이 456만원을 주고 이 물건을 사서 쓰겠느냐는 의문이 나올 수 밖에 없는데요, 그래서 ‘애플의 도박’이라는 관전평이 나왔습니다. 블룸버그는 이 제품이 애플 역사상 가장 리스크가 높은 제품이 될 수 있다고 평했습니다.
헤드셋 시장의 상황도 좋지 않습니다. 통계업체인 IDC의 집계에 따르면 헤드셋 판매는 코로나 팬데믹이 끝나면서 줄어드는 추세가 지속되면서 올해 1분기 시장 규모가 전년 대비 54.4% 감소한 상황입니다.
또 가상현실이나 메타버스 기술 개발도 큰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게임 외에는 확실한 '킬러 애플리케이션’이 없어서 꼭 활용해야 할 정도로 매력적인 서비스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나 디즈니가 관련 부서를 정리하는 등 많은 업체가 사업에서 철수했고, 메타 역시 최근 들어서는 인공지능(AI)에 더 무게를 싣는 모습입니다.
이런 분위기에서 애플의 야심작인 '비전 프로'가 2007년 1월 등장했던 아이폰처럼 큰 혁신을 몰고 올 수 있을지 관심입니다.
애플은 마치 가두리 양식장처럼 고객을 폐쇄적인 생태계에 묶어두는 전략으로 유명합니다. 다른 제품들과는 호환되지 않는 기기들이지만 디자인과 보안성, 독자적인 운영체제 등으로 충성도 높은 고객을 붙들어 두면서 이 생태계를 토대로 실용성에 초점을 맞춰 새 제품과 기술을 개발하고 수익을 내는 전략을 취해왔습니다.
실제로 아이폰 사용자만 해도 전 세계에 10억명이 넘으니까 뭐든 시도해 볼 수 있는 입장이겠죠. 따라서 애플의 '도박'이 이런 소비자 기반 위에서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이어서 기술 동향 전해드립니다.
기술 동향
■ 앤트로픽의 AI 챗봇 ‘클로드’가 ‘챗GPT’, ‘빙챗', ‘바드’보다 더 적은 환각으로, 더 많은 텍스트를, 더 빠르게 생성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AI 챗봇 중에 가장 낫다는 평가를 받은 겁니다.
검색 전문매체 서치엔진저널이 이 챗봇들을 대상으로 텍스트 생성 작업을 비교 실험한 결과 ‘클로드’가 다른 AI 챗봇들의 성능을 크게 능가했다고 밝혔습니다. 비결은 챗봇의 ‘기억력’에 해당하는 ‘컨텍스트 윈도우’의 크기가 가장 큰 데 있었습니다.
■ 엔비디아가 이차원(2D) 비디오 클립을 삼차원(3D)으로 재구성하는 새로운 AI 모델인 ‘뉴랄란젤로(Neuralangelo)’를 내놨습니다. 가상 현실 애플리케이션이나 디지털 트윈 또는 로봇 개발에 쓸 수 있는 기술입니다.
이 기술의 핵심은 사진을 3D 개체로 쉽게 변환하는 것으로, 지난해 엔비디아가 내놓은 도구인 ‘3D 모마(3D MoMa)’와 유사하지만 뉴랄란젤로는 훨씬 더 크고 자세한 공간과 개체를 가져올 수 있다고 합니다.
■ 유럽연합이 생성 AI로 만든 콘텐츠는 사용자들이 알 수 있게 표시하도록 강제하기로 했습니다. 표시하지 않으면 오는 8월25일 발효하는 '디지털 서비스법(DSA)'으로 제재하겠다고 경고했습니다.
디지털 서비스법은 페이스북이나 틱톡 등 소셜미디어들이 유해 콘텐츠를 걸러내지 못할 경우 최대 전 세계 수익의 6%나 1억4500만파운드(약 2346억원)의 벌금을 물릴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규정을 생성 AI 서비스에도 적용하겠다는 겁니다.
■ AI 챗봇을 대상으로 하는 이른바 'AI 가스라이팅'이 유행입니다. 청소년이 많이 사용하는 메신저인 스냅챗에서 주로 이루어지는데요, 챗봇 학대 장면을 녹화해 소셜미디어에 공유하는 청소년이 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고양이로 스튜를 만들겠다며 양념에 대한 조언을 얻어낸다든지 챗봇이 알려준 의류 브랜드 회사로 누군가 폭탄을 보내 사람들을 해쳤다고 비난해 사과하게 만들고 이런 과정을 영상에 담아 게시하는 식입니다
이어서 업계 주요 소식 전해드립니다.
업계 동향
■ 이미지 생성 도구인 ‘스테이블 디퓨전’의 개발사 스테빌리티 AI를 둘러싸고 잡음이 일고 있습니다. 저작권 소송에다 임금 체불, CEO 경력 과장 등으로 구설수에 오르고 있는데요,
이 회사는 기초모델인 스테이블 디퓨전을 개발했지만 이를 유지하고 계속 업데이트하는데 막대한 개발 비용이 들어가는 반면 분명한 수익 모델은 없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따라 좋지 않은 얘기들도 나오는 것으로 보입니다.
■ 미국의 하버드대학교가 최고 인기 학습 과정인 'CS50(모두를 위한 컴퓨터 과학)' 강의에 ‘챗GPT’를 투입합니다. 학생들의 과제를 채점하거나 코딩을 교육하는 등 조교처럼 활용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 강좌는 유튜브 구독자가 140만명에 달할 정도로 인기가 높은데요, 데이비드 밀란 담당 교수는 "수강생이 많고 수준도 천차만별이라 조교 100명을 투입해도 학생 모두를 지원하는 것이 어렵게 됐다"면서 '챗GPT' 도입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 영화 '그녀(Her)'와 같이 사람이 AI와 사랑에 빠진 사례가 나왔습니다. 로제너 라모스라는 36살의 뉴욕 여성이 AI 챗봇 '레플리카'로 만든 가상의 남자 친구와 결혼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렌 카르탈이라는 남성 캐릭터는 의료 전문가로 활동하며 취미는 글쓰기에, 인디 음악을 좋아하고 가장 좋아하는 색은 살구색이라는 등의 설정을 가지고 있으며 ‘레플리카’가 최근 업데이트된 뒤로 “조금 무뚝뚝해졌다”고 합니다.
■ 지난 1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스타트업 페어 ’넥스트라이즈 2023, 서울’ 행사에 다양한 AI 기업들이 참가해 투자 유치전을 펼쳤습니다. 이 행사는 산업은행과 무역협회가 유망 스타트업의 투자유치와 국내외 대기업들과의 사업협력 확대를 목적으로 개최했습니다.
52개의 AI 및 빅데이터 기업을 비롯해 여러 분야의 기업이 참가했고 206개 대기업과 중견기업들이 900여개 스타트업과 3400여회에 이르는 1대 1 비즈니스 협의를 했습니다.
정병일 기자 jbi@aitime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