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셔터스톡)
(사진=셔터스톡)

마이크로소프트(MS)의 ‘챗GPT’ 기반 검색엔진에 초반 승기를 빼앗긴 구글이 검색엔진 개편을 예고하며 반격에 나섰습니다. 인공지능(AI) 검색전쟁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구글은 지난달 10일 I/O 2023 연례 개발자 회의에서 검색엔진 기술 관련 대대적인 개편을 발표했는데요. 구글은 2월에도 MS가 오픈AI의 AI 챗봇 ‘챗GPT’로 구동되는 자체 AI 검색엔진인 ‘빙(Bing)’을 공개하자 AI 챗봇 ‘바드(Bard)’를 급히 내놓은 적이 있습니다. 당시에는 바드가 이벤트에서 오답을 말하는 바람에 망신을 당하기도 했었지요. 

이번 구글 I/O 2023 행사는 구글이 작심하고 준비한 반격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도 MS가 선수를 쳤습니다. 구글 행사 이틀 전에 빙 챗봇의 광고 전략을 발표한 것입니다. 하루 전에는 빙 챗봇을 대기 없이 누구나 쓸 수 있도록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아무튼 이번 구글 발표만 보자면 '메자이 프로젝트(Project Magi)'라고 명명한 구글 검색 경험은 완전히 새로운 AI 기반의 구글 검색 엔진입니다.

이를 위해 차세대 대규모 언어 모델인 ‘팜2(PaLM2)’ 기반의 새로운 AI 챗봇 ‘바드’를 우리나라를 포함해 세계 180개국에 전면 개방했습니다. 몇 년 전 정보에서 멈춘 챗GPT와는 달리 최신 정보를 바로바로 반영해 알려주는 것도 장점입니다.

구글이 추구하는 검색 엔진의 미래는 명확해 보입니다. 검색 엔진에 AI를 접목해 시각적이고 간단하면서도 개인적이고 사용자 친화적인 검색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것입니다.

(사진=구글)
(사진=구글)

이번 검색 엔진은 더 많은 시각적 요소를 가미해 사용자가 원하는 것을 빠르게 찾을 수 있게 한 게 특징인데요. 특히 개인의 선호도에 따라 검색 결과를 맞춤화해 사용자들에게 보다 직관적인 검색 경험을 제공할 것으로 보입니다.

예를 들어 사이트 상단의 구글 검색창에 질문하면 새로운 검색 엔진은 ‘AI 스냅샷(AI Snapshot)’이라고 부르는 AI 생성 결과를 표시합니다. 왼쪽 상단에 검색 결과에 요약과 함께 유용한 정보를 함께 제공하고, 오른쪽에는 요약한 내용이 있는 사이트에 대한 세 개의 링크를 뽑아서 보여주며, 왼쪽 하단으로는 조건에 맞는 검색 결과를 추천해 주는 방식입니다.

검색창에 검색어를 입력하면 사이트에 파란색 링크 결과 항목을 보여주는 전통적인 형식에서는 벗어났다는 평가입니다.

또 다른 특징은 AI 챗봇과 숏폼 같은 동영상을 접목해 검색을 더욱 지능화하고 개인화한 점인데요. 구글이 숏폼을 접목하려는 의도는 정확한 답이 없을 경우 도움을 주는 검색 결과를 산출하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이는 특히 MZ세대를 중심으로 구글 같은 기존 검색엔진을 사용하는 대신 틱톡 또는 인스타그램 같은 플랫폼을 사용해 검색하는 추세를 반영하는 듯합니다.

상품 검색을위한 AI 스냅샷 (사진=구글)
상품 검색을위한 AI 스냅샷 (사진=구글)

한편 새로운 AI 챗봇 기반의 검색엔진을 도입할 때 구글의 관점에서 가장 큰 고민은 광고로 관측됩니다. 구글의 핵심 수익 모델이 광고인데 챗GPT처럼 질의하고 답하는 검색 환경에서는 광고 비즈니스가 작동하기 어렵기 때문이죠. 클릭에 대해 광고주에게 비용을 청구할 수 없다는 말입니다. 혁신의 아이콘으로 주목받는 AI 기반의 검색 엔진이 황금 알을 낳는 거위를 죽이는 소위 자기 잠식 효과를 발생시킬 수 있게 된겁니다.

구글은 검색엔진 결과 페이지에 광고를 계속 표시하면서 질문에 답하는 기능을 추가할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제품 구매나 식당 예약과 같은 금융 거래와 관련된 검색어에는 여전히 검색 광고가 포함되는 식입니다. 경쟁자인 MS도 클릭 가능한 주석으로 챗봇의 응답 내부에 광고를 표시할 계획이라고 하죠.

생성 AI인 챗GPT를 접목한 검색엔진을 장착하고 미래의 검색 시장을 주도하려는 MS와 주도권을 되찾으려는 구글의 싸움은 한 치 앞을 예측하기 어려운 양상입니다.

분명한 것은 검색에서 생성 AI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것입니다. 리즈 라이드 구글 검색 부사장은 “검색의 미래는 최고의 검색과 최고의 생성 AI를 혼합하는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바드와 챗GPT 비교표
바드와 챗GPT 비교표

먼저 변화를 주도하는 주인공은 MS였습니다. MS는 지난 2월 오픈AI의 챗GPT 기반의 자체 AI 검색 엔진인 ‘빙’을 공개를 시작으로 ‘엣지(Edge)’와 ‘빙챗(Bing Chat)’에 대한 대규모 업데이트를 발표하며 시각적이고 직관적인 검색 기능을 강화했었죠.

MS는 챗GPT보다 더 강력하고 검색에 특화된 차세대 오픈AI 언어 모델인 GPT-4를 적용해 ‘빙’의 성능과 사용자 경험을 향상시키고 있습니다. 특히 GPT-4는 ‘빙’ 검색 엔진에 AI 채팅 기능을 적용해 마치 사람과 대화하듯 자연스럽게 질문하고 응답할 수 있도록 해줍니다.

이러한 일련의 움직임에 따라 MS의 ‘빙’은 일일 활성 사용자 수 1억 명 이상, 채팅 건수 1억 건, 월간 페이지 방문도 25% 증가하는 성과를 일궈 내기도 했었죠. MS가 2009년 구글의 아성에 도전하며 ‘빙’을 출시했다 실패했던 상황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빙잉(Binging)’이 ‘구글링’을 대체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물론 구글은 여전히 전 세계 검색 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한 자타 공인 검색 엔진의 절대 강자입니다. 이에 비해 ‘빙’은 수치상으로는 3% 미만의 점유율을 차지합니다. 구글의 일일 활성 사용자 수는 10억 명이 넘지만 ‘빙’은 이제 겨우 1억 명을 넘어섰을 뿐이죠. 구글은 검색 엔진 매출로만 작년에 426억달러(약 57조원)를 거둬 들였는데요. ‘빙’이 구글 대신 애플이나 삼성의 스마트폰 기본 검색으로 들어가지 않는 한 구글의 아성이 무너질 일은 어려워 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글은 급변하는 AI 기반 검색엔진 환경에 뒤쳐질지 모른다는 위기감에 자사 검색엔진 기술에 대한 대대적인 개편을 I/O 2023에서 발표하게 된 겁니다. MS의 ‘빙’ 검색엔진이 챗GPT을 활용하기 시작한 지 3개월이 지나서야 새로운 검색엔진을 발표한 것은 MS에 주도권을 내준 감이 없지 않습니다.

물론 구글이 당초 AI 챗봇은 검색에 적합하지 않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는 점에서 이해가 가는 대목입니다. 실제로 구글렌즈(Google Lens)와 멀티서치(Multisearch) 같이 검색 경험을 개선한 AI 제품을 출시하기도 했지만 AI가 거짓되고 편향된 진술을 생성할 위험이 있다고 판단해 적용을 보류하기도 했었지요. 지난 2월 공개한 바드가 챗GPT나 ‘빙’에 비해 정확도가 떨어지고 수학·정보 검색 등에서 기본적인 실수를 한다는 것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이유이기도 할 것입니다.

하지만 최근 삼성전자가 스마트폰에 기본 탑재된 검색 엔진을 챗GPT를 탑재한 MS의 ‘빙’으로 변경할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구글로 하여금 더 이상 기존 방침을 유지하기 어렵게 한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없던 일이 되었지만 업계 추산으로는 삼성전자가 스마트폰의 기본 검색 엔진을 바꾼다면 구글이 입을 손실을 약 30억달러(약 4조원)로 보고 있습니다.

MS가 ‘빙’의 모멘텀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합니다. 이 회사는 웹 브라우저 ‘파이어폭스(Firefox)’ 및 스마트폰 제조업체 삼성전자와 검색 엔진 권한에 대한 논의를 모색하는 등 구글을 대체할 기회를 노리고 있습니다.

검색은 구글의 황금 거위입니다. 회사 총 연간 수익의 절반 이상을 창출합니다. 구글은 결코 가만히 앉아 MS가 핵심 사업을 방해하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것입니다.

구글은 20년 간의 검색엔진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AI 모델을 훈련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정보 저장소입니다. MS가 먼저 움직였지만 그것이 전쟁에서 이길 것이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사용자는 ‘구글링’ 습관을 쉽게 잃지 않을 것입니다. 

전 세계 데스크톱 검색엔진 시장 점유율(사진=스탯카운터)
전 세계 데스크톱 검색엔진 시장 점유율(사진=스탯카운터)

MS가 구글을 무너뜨릴 수 있는지 여부는 시간이 알려 주겠지만, 실제로 MS는 아직 흐름의 변화를 보여주는 의미있는 시장 점유율 확보하지 못했습니다.

웹 트래픽 분석 사이트인 스탯카운터에 따르면 오히려 MS 빙은 구글에 시장 점유율을 뺏기고 있는 실정입니다. 4월 현재 MS 빙의 전 세계 데스크톱 시장 점유율은 7.14%입니다. 챗GPT 기반의 새로운 빙은 2월에 출시됐습니다. 빙의 시장 점유율은 2022년 10월 9.92%로 정점을 찍었습니다. 그리고 7.14% 수치는 실제로 2022년 4월 8.05%보다 낮습니다.

한편 구글의 데스크톱 검색 시장점유율은 86.71% 입니다. 결과적으로 챗GPT 기반 검색과 함께 제공되는 모든 과대 광고가 MS 빙에 모멘텀을 제공하지 못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전 세계 검색시장 시장 점유율(사진=스탯카운터)
전 세계 검색시장 시장 점유율(사진=스탯카운터)

데스크톱, 모바일, 태블릿 등 모든 장치에서 전 세계 검색엔진 시장 점유율을 보면 MS 빙의 상황은 더욱 암담해집니다. 빙은 2.79%에 불과하지만 구글은 92.63%입니다. 빙의 시장 점유율은 2022년 10월 3.59%로 정점을 찍었습니다. 그리고 2.79% 수치는 실제로 2022년 4월 3.02%보다 낮습니다.

사실상 구글 검색은 MS 빙과 경쟁하지 않습니다. 구글과 빙 간의 AI 검색 경쟁을 논의하는 뉴스 헤드라인은 단순히 현실을 인정하는 대신 경쟁 요소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습니다. 

새로운 빙에 대한 모든 과대 광고와 검색에 대한 모든 투자에도 불구하고 MS는 여전히 구글에서 의미 있는 이익을 얻지 못하고 있습니다.

물론 검색시장 규모가 전부는 아닙니다. MS의 광고 및 검색 수익은 가장 최근 수익 보고서에서 3.4% 증가한 30억달러를 약간 넘었습니다. 따라서 MS 빙은 계속해서 주목해야 할 충분히 큰 플랫폼인 것이 사실입니다.

검색시장은 구글에게는 말 그대로 본진이며, MS로선 밑질 게 별로 없는 도전입니다.

그러나 구글과 MS간의 검색전쟁에서 오래 전에 구글이 이긴 것으로 보입니다.

한편 20년간 국내 검색시장 절대 강자로 군림하던 네이버가 생성형 인공지능(AI)으로 무장한 구글에 점유율을 빼앗기고 있는데요. 챗GPT 등 AI로 속도 경쟁이 붙은 '검색 전쟁'이 국내 시장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는 분석입니다.

웹사이트 분석 업체 인터넷트렌드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검색시장의 네이버 점유율이 55.2%입니다. 이는 지난해 말 64.8%보다 9.6%포인트 감소한 수치입니다. 

반면 2위인 구글의 점유율은 같은 기간 26.8%에서 35.3%로 뛰었는데요. 이제 1위 네이버와 2위 구글 간 격차는 19.9%포인트 입니다. 지난해 말 38%포인트까지 벌어졌던 격차가 절반 수준으로 좁혀졌어요.

한국어에 특화된 AI 검색엔진이 어떻게 발전할지도 변수입니다. 구글 바드는 공식적으로 한국어를 지원하지만 챗GPT 같은 경우엔 한국어로 물을 때와 영어로 물을 때 답변의 질이 다릅니다. 한국어 데이터를 많이 습득하지 못한 탓이죠. 반면 우리나라 기업에는 기회입니다. 네이버가 오는 7월 내놓을 ‘서치GPT’와 카카오가 올해 하반기 내놓을 ‘코챗GPT’가 그런 제품입니다. GPT의 장점을 가지면서 한국어로 된 정보에 더 능통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박찬 기자 cpark@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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