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에서 챗GPT와 같은 생성 인공지능(AI)의 도입을 반대하는 작가들의 반발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내 최대 규모의 도서 전에서는 생성 AI를 집중 조명하는 행사가 열렸다.
서울 코엑스에서 18일까지 열리는 '서울국제도서전'은 16일 ‘생성형 AI: 인간의 비인간화’라는 주제의 세미나를 마련했다.
이번 도서전의 주제는 ‘비인간, 인간을 넘어 인간으로 넌휴먼(NunHuman)’이다. 즉 기후 변화와 AI의 대두 등 인류의 당면 과제를 조망해 보자는 취지다.
이날에는 고한규 LG전자 인공지능 연구소 책임연구원, 오영진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 전용준 법무법인 린 변호사 등이 연사로 나섰고, 이어 전준 충남대학교 교수의 사회로 토론회를 진행했다.
우선 고한규 LG전자 연구원은 생성 AI가 무엇인지를 소개했다.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서 'AI와 창의성이 양립 가능한 개념이라고 보는가'라는 질문을 받았다.
이에 대해 고 연구원은 “이 세상에 그 누구보다도 많은 문자 정보를 학습한 챗GPT으로부터 답변을 끌어내는 것이기 때문에 이를 통해 끌어낼 수 있는 잠재력은 무한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는 챗GPT가 만들어 내는 조합의 개수가 무한대에 가깝기 때문에 계속 무언가를 새로 만들어 낸다는 착각을 불러올 수 있다"며 "언어 모델 학습에 사용한 입력 범위를 뛰어넘는 결과를 뽑아내는 데에는 반드시 한계가 존재할 것”이라 창의성은 아직 AI의 영역이 아니라는 뜻을 밝혔다.
반면 "사람도 처음 음악이나 운동을 배울 때 잘하는 사람들을 흉내 낸다"며 "이처럼 초기 모방 수준에 해당하는 것도 창의성이라고 볼 수 있다면, 그 정도는 챗GPT 같은 AI 모델도 이미 가지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좀 더 기술적으로 어떤 정도에 도달해야 인간 정도의 창의성을 갖췄다고 판단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내 전공 분야에서 챗GPT가 스스로 논문을 써서 학계의 인정을 얻어 출판될 수준에 도달한다면 그때는 개인적으로는 모방이 아닌 창의라고 부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오영진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생성 AI에 대한 독특한 시각을 선보였다. 그는 우리가 챗GPT를 상대로 던지는 것은 '질문'이 아니라 사실은 '유도'라며, '언어 유도체'라는 개념을 소개했다.
또 챗GPT가 유능하게 대답하는 척은 하는데, 사실은 말하는 내용을 스스로 인지조차 못 하는 텅 빈 발화이며 나아가 잘못된 지식, 즉 환각까지 당연한 듯 만들어 낸다고 지적했다. '텅 빈 발화자'라는 표현은 챗GPT의 약점을 가장 잘 지적하는 말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생성 AI를 작가들이 창의성 도구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오 교수는 학교에서 ‘인공지능 시대의 예술’이라는 수업을 진행하며 학생 40여명에게 챗GPT를 활용해 시를 쓰게한 다음 이를 하나의 시로 통합하는 작업 등 교실에서 챗GPT를 활용한 사례를 소개했다.
오 교수는 “챗GPT가 현재 여러 결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원리를 이해하고 우연한 잠재성을 끌어내면 상당히 재미있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다”며 “인간의 창의성을 끌어내는 데에는 문제없이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전용준 법무법인 린 변호사는 ‘생성형 인공지능과 저작권 쟁점’를 주제로 저작권과 법적 문제를 소개했다. "사람과 사람이 아닌 것은 구분해서 봐야 하는 것이 기본"이라며 "AI 생성물에 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또 “처음 사진기를 발명했을 때 화가들의 반발이 심했다"며 "인간은 늘 무언가의 도전에 맞서왔는데, 이번에 생성 AI라는 또 하나의 도전이 온 것”이라며 현재 발생하는 문제 역시 해결될 것으로 예측했다.
한편 대한출판문화협회가 주최하는 서울국제도서전은 18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이주영 기자 juyoung09@aitime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