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케어 기업은 일반적으로 개인 맞춤형 의료 서비스 등 건강 관리 앱부터 출시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미소정보기술(대표 안동욱)은 헬스케어와는 별 관계없는 빅데이터 기반으로 시작, 이제는 인공지능(AI) 헬스케어의 글로벌 최고를 지향하는 상태에 도달했다.
올해로 창립 17주년을 맞은 미소정보기술은 사업 초기부터 데이터 중심으로 사업을 성장시켜 왔다. 안동욱 미소정보기술 대표는 "우선 병원 내 데이터부터 다뤄보자는 생각으로 의료 데이터 플랫폼으로 본격 사업을 시작했다"며 "클리니털 데이터 웨어하우스(CDW) 영역에 도전, 현재 국내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고 밝혔다.
병원 내 데이터를 수없이 다루다 보니 기존 데이터 문제를 자연스럽게 해결했다. 비정형 정형 데이터는 물론 데이터 크기와 프로그램 운영의 복잡성 등을 처리했다. 이를 바탕으로 의료 환경에서 쓰기 가장 적합한 플랫폼을 만들어보자고 출시한 게 '스마트 빅(smart BIG)'이다.
기존 CDW의 경우 EMR(전자의료기록)에서 CT 데이터와 같은 정형 데이터만 가지고 분석하는 형태다. 하지만 AI 도입으로 학습에 필요한 데이터는 정형, 비정형을 가리지 않고 중요해졌다.
차트 기록지나 판독문 등 글로 된 비정형 데이터는 병원 데이터 중 80%를 차지할 정도로 압도적이다. 그러나 이제까지는 정형과 비정형을 따로 관리, 업무 효율성이 크게 떨어졌다는 지적이다. 안동욱 대표는 "현재 나온 플랫폼 중 비정형과 정형 데이터를 모두 다루는 플랫폼은 미소정보기술이 유일하다"고 강조했다.
스마트빅은 간편하게 AI 개발을 지원하는 노코딩 솔루션인 올인원 엔터프라이즈 ML옵스(MLOps) 플랫폼을 통합한 의료 얼라이언스 플랫폼이다. 병원 내부에 폐쇄형 클라우드 기반 AI 학습 데이터 수집·전처리·가공과 빅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한 보건의료 데이터 임상연구 분석 시스템(smart CDRS) 등을 통합, AI 개발부터 최신 딥러닝 모델의 학습과 개발과 배포, AI 인퍼런스 서비스까지 원클릭으로 가능하게 해준다.
이제까지 등장한 의료 전문 AI 솔루션은 CT나 MRI 이미지를 분석해 주는 것이 상당수인데, 이런 솔루션은 스마트 빅과 결합하면 효율적 운용이 가능하다. 즉 스마트 빅은 의료 데이터 처리의 '포털' 역할을 할 수 있으며, 이를 염두에 두고 사업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스마트빅과 같은 플랫폼은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 인천세종병원(윈장 오병희)에 연말까지 스마트 빅 구축 예정으로, 이 외에도 여러 병원과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이를 기반으로 영역 확장도 나섰다. 비정형 정형 데이터 통합 플랫폼이 필요한 것은 병원만이 아니다. 보안 등을 이유로 기업이 선호하는 폐쇄형 클라우드 환경이라 다양한 산업군에서 활용이 가능하며 실제 니즈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특히 정형 데이터와 더불어 비정형 데이터가 계속 축적되는 산업군이라면 안성맞춤이라는 설명이다. 실제 최근 우주항공 산업과 에너지 산업군과 미소정보기술 플랫폼을 활용한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런 확장세를 기반으로 미소정보기술은 지난 6월 기자간담회에서 2025년 매출 1000억원이라는 목표를 발표했다. 우선 올해 매출 목표 200억원에 대해서는 달성을 확신했다.
기존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스마트 TA'의 확장성이 뒤를 받쳐 주기 때문이다. 스마트빅이 비정형 정형 데이터의 통합 플랫폼이라면, 스마트 TA는 비정형 데이터를 정형화하는 솔루션이다.
AI 기반 판독문 자동 정형화 솔루션으로, 병원 및 의료기관, 기업 내외부의 잠자는 다양한 비정형 텍스트 데이터 및 문서를 분류하고 자연어 처리를 통해 정형화한 데이터로 가공한다. 이는 해당 기관의 데이터 자산화는 물론 인사이트를 추출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또 의료인이 수작업으로 진행하던 의료 판독문 코딩 자동화를 구축해 정확도 95% 이상을 기록, 단순업무를 축소하고 시간을 대폭 줄이는 등 병원 업무효율을 높였다고 전했다.
스마트 TA 역시 다양한 산업군에서 적용이 가능하다. 실제 가공식품 제조업에 적용, 고객의 제품 평가와 불만 파악 등에 활용하고 있다. 건설 현장에서도 위험성 평가에 활용하고 있으며, 자동차, 디스플레이, 반도체, 화학, 유통 등 분야에서도 고객사가 대폭 증가한다고 전했다.
이런 상승세를 기반으로 미소정보기술은 전용 R&D센터까지 문을 열었다. 지난달 대전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신동지구에서 '헬스케어 R&D센터' 착공식을 열고, 최신 헬스케어 기술 개발과 AI 헬스 데이터 구축 및 데이터 분석에 집중하기로 했다. 이를 기반으로 헬스케어 시장 확대 및 글로벌 확장을 노린다는 전략이다.
색다른 도전도 앞두고 있다. 메타버스 분야에 진출, '메타버스 면접'과 '메타버스 보물찾기 게임'을 개발 중인 것.
이에 대해 안동욱 대표는 "메타버스라는 용어가 없었던 시절부터 새로운 형태의 데이터를 수집하는 미소정보기술만의 창구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고안해 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단순한 플랫폼 전략이 아닌, 실질적인 사업 연관성과 수익성을 강조했다. 면접의 경우 "돌발적인 상황과 게임 요소를 제공하는 것이 성격과 진정성을 파악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설명이다.
또 '포캣몬고' 같은 증강현실(AR) 서비스인 보물찾기 서비스에 대해서는 "보물을 찾는 것보다는 숨기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누구한테 찾게 만드느냐에 따라 스토리가 방대해질 수 있는 구조로, 기업과 개인들 모두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가상과 현실을 잇는 연결 구조를 설계해 비즈니스 매출, 수익 구조로 연결할 수밖에 없는 플랫폼 구조가 메타버스 사업의 핵심이라는 설명이다.
무엇보다 안 대표는 '소프트웨어 기업'이라는 말에 힘을 줬다.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 IT산업의 인지도가 많이 올라갔으며 기술력 역시 크게 인정받는 분위기이지만, K-팝이나 K-푸드처럼 'K-소프트웨어'라는 말은 아직 보편화되지 않은 것 같다"며 "미소정보기술의 목표는 바로 글로벌한 K-소프트웨어 기업이 되는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주영 기자 juyoung09@aitime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