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가 내년부터 인공지능(AI) 칩 생산량을 크게 늘릴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생성 AI 개발 붐으로 품귀 현상을 빚고 있는 AI 칩 부족 문제가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3일(현지시간) 엔비디아가 내년에 'H100' GPU 생산을 올해보다 최소 3배, 최대 4배까지 확대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H100는 대형언어모델(LLM)과 같은 생성 AI 학습에 필요한 엔비디아의 최고 성능 GPU로, 전 세계적으로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AI 칩이다.
엔비디아는 2024년에 H100 GPU를 150만~200만대 출하할 계획이다. 올해 목표 출하량은 50만대였다.
그러나 2024년 생산분도 이미 예약이 끝난 것으로 알려졌다. 전 세계 IT기업들이 물량 확보를 위해 선제적으로 주문을 넣은 데 따른 것으로, 단기간에 주문량이 크게 늘어 엔비디아가 대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H100의 공급량 확대는 위탁생산을 전담하는 TSMC의 패키징 능력에 달려있기 때문에, 일각에서는 TSM의 생산설비 확충이 어려워지면 H100 공급 부족은 여전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엔비디아가 공격적 출하 목표를 세운 것은 이런 문제를 미리 반영, 최대한 공급량을 짜내 보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 계획대로면 대당 4만달러(약 5400만원)에 달하는 H100 단일 제품군에서만 올해 200억달러(약 27조원)에서 내년 최대 800억달러(약 107조원)까지 매출을 올리게 된다.
한편 엔비디아는 이날 2분기 실적 발표에서 135억1000만달러(약 18조원)의 매출과 주당순이익 2.70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01%, 429% 증가한 수치다. 월스트리트 추정치인 매출 112억2000만달러, 주당 순이익 2.09달러를 훌쩍 웃돌았다. 특히 이 기간 순이익은 61억9000만달러(약 9조원)를 기록해 전년 동기의 9배나 됐다.
LLM 학습을 담당하는 데이터센터 부문 매출은 전년 대비 171% 상승한 103억2000만달러(약 13조7000억원)를 기록했다. 이는 시장 전망치 80억3000만달러를 25% 이상 뛰어넘은 것으로, 시장에 놀라움을 줬다. 특히 수익성이 높은 데이터센터 부문이 매출을 주도하며 총이익률은 전년 동기 대비 25.3% 상승한 71.2%까지 치솟았다.
전통 주력 분야인 게임 부문도 2분기 매출이 22% 상승한 24억9000만달러(약 3조2900억원)를 기록, 시장 전망치 23억8000만달러를 크게 상회했다. 또 엔비디아의 신사업인 자율주행 차량 부문 매출도 전년 대비 15% 상승한 2억5300만달러(약 3340억원)를 기록했다.
향후 전망도 밝다. 엔비디아는 3분기 매출액으로 월가 예상치 126억1000만달러보다 훨씬 높은 160억달러(약 21조1200억원)를 제시했다. 연간기준으로 매출이 지난해보다 170%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전 세계 기업이 생성 AI로 전환하고 있다. 지난 분기 동안 주요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들은 대규모의 엔비디아 H100 AI 인프라 확충을 발표했으며, 주요 IT 기업들도 엔비디아의 AI 기술을 적용하기 위한 파트너십을 체결했다"며 "생성 AI를 채택하기 위한 본격적인 경쟁이 이제 시작됐다”고 강조했다.
박찬 기자 cpark@aitime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