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을 윤리적으로 사용하겠다고 동의한 기업에만 엔비디아의 GPU를 판매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각국 정부가 AI 규제에 열을 올리는 가운데 미국이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실질적인 방법을 제시한 셈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1일(현지시간) 무스타파 술레이만 구글 딥마인드 창업자 겸 인플렉션AI CEO가 "미국은 AI 사용에 대해 최소한의 글로벌 윤리 표준을 시행해야하며, 엔비디아 칩의 모든 소비자가 자발적으로 AI 윤리 표준에 따르겠다고 서명하도록 의무화해야 한다”고 주장한 내용을 전했다.
이에 따르면 술레이만 CEO는 “AI의 급격한 발전 추세를 봤을 때, AI 윤리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반도체 판매 제한과 같은 조치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실용적인 방법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미국을 포함, 각국 정부는 지난 5월 EU의 'AI 법' 초안 합의 이후 최근 경쟁적으로 AI 규제안 마련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이해 관계가 엇갈리며 자국 내에서의 합의 도출이 쉽지 않고, 국제적인 합의는 더 어려운 상태다. 당장 법을 마련한다고 해도 실행까지는 수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AI 개발 기업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GPU 통제라고 지적한 셈이다. 이미 미국은 이 방법으로 중국을 통제, 효과를 거두고 있다.
술레이만은 지난 3월 인플렉션AI를 설립, 순식간에 2억2500만달러(약 3000억원)의 시드 펀딩에 성공했으며 지난 6월에는 엔비디아 등으로부터 13억달러(약 1조7000억원)를 모금했다. 또 창업 2개월만에 상호작용에 중점을 두고 사람처럼 대화를 이어가는 감성 챗봇 ‘파이(PI)’를 출시해 화제가 됐다.
그 결과 지난 7월에는 백악관에서 열린 주요 AI 기업의 자발적인 서약안 발표에 마이크로소프트(MS), 오픈AI, 구글 , 메타 등과 함께 참가할 정도로 영향력을 키웠다.
미국은 최근 유럽연합(EU)과 중국 등에 AI 규제에 대한 주도권을 빼앗기고 있다는 위기감 속에 AI 기업들의 자발적 조치를 독려해 왔다.
이에 따라 술레이만은 “미국이 AI 사용에 대해 최소한의 글로벌 표준을 시행해야 하며, 기업은 주요 AI 기업이 백악관에 한 것과 동일한 약속을 준수하는 데 최소한 동의해야 한다”고 언급한 것이다.
나아가 최근 AI 안전을 둘러싼 논의에 대해 “논의의 너무 많은 부분이 인류의 지능을 뛰어넘은 초지능(AGI)에 쏠려 있다”며 “당장은 조만간 등장할 실용적 기능을 규제하는데 논의를 집중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오는 11월 영국에서 열릴 'AI 정상 회담'에서도 GPU 판매를 모니터링하고, 이를 통해 구축하는 슈퍼컴퓨팅의 연산 속도 상한선을 설정하는 안이 다뤄질 것이라는 예상도 나왔다.
박찬 기자 cpark@aitime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