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미국의 반도체 제재를 극복하기 위해 입자가속기를 사용, 자체적으로 리소그래피 장비 개발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5일(현지시각) 중국 칭화대 연구진이 입자가속기를 활용해 광원을 만들어 내는 'SSMB(Steady-State MicroBunching)'라는 기술을 개발해 성과를 거뒀으며, 이를 바탕으로 거대한 반도체 극자외선(EUV) 리소그래피 공장 건설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미국의 중국 수출 규제에 동참하기로 한 네덜란드 정부는 이달 1일부터 ASML 등 자국 기업에 EUV 리소그래피 장비 등을 수출하려면 정부 허가획득을 의무화하도록 조치했다. 사실상 이 장비의 중국 수출을 금지한 것이다.
EUV 리소그래피 장비는 최첨단 장비로, ASML은 이를 보유한 유일한 기업이다. EUV 리소그래피는 극자외선을 이용해 웨이퍼에 회로를 새기는 공정으로, 회로를 미세하게 새길수록 웨이퍼에서 생산할 수 있는 고성능 반도체칩 수가 많아진다.
탕촨샹 칭화대 교수는 “EUV 리소그래피 장비를 독자적으로 개발하려면 아직 갈 길이 멀지만, SSMB 방식으로 만든 EUV 광원이 제재 기술에 대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네덜란드 ASML이 독점 중인 EUV 장비는 수출을 위해 크기를 줄여야 하지만, 칭화대 연구팀이 구상 중인 장비는 규모가 거대해서 공장의 형태를 지닌다.
ASML은 장비가 EUV 광선을 만들어 이를 쏘아 회로도를 그려낸다면, 칭화대 연구팀은 거대한 입자가속기를 활용해 광원을 만들어 내고, 이 광원으로 회로를 그려낸다. 이 때문에 장비가 아닌 공장 형태로 구축해야 한다.
칭화대 연구팀은 이미 당국과 협의해 슝안신구에 지름 100~150m의 입자 가속기 설치부지를 모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농구장 두개 크기에 해당한다.
SCMP는 "이런 공장을 건설하면 ASML의 장비에 비해 대폭 저렴한 가격으로 광원을 만들 수 있으며, 2nm 반도체 공정까지 커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았다.
미국의 반도체 수출 통제가 오히려 중국의 기술 자립을 가속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가운데 중국 과학자들은 새로운 방법으로 ‘반도체 제조의 현지화’를 모색하고 있는 셈이다.
SCMP는 이 프로젝트가 2017년부터 진행됐지만, 최근 화웨이가 미국의 제재를 뚫고 첨단 반도체를 제조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후 관심을 받게 됐다고 전했다.
또 지나친 관심으로 연구에 영향이 미치자, 탕 교수팀은 인터뷰를 거절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찬 기자 cpark@aitime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