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을 활용한 파킨슨 병 진단은 세계적으로 경쟁이 치열한 분야다. 파킨슨 병은 호흡기질환이나 감염성질환 등으로 인한 사망 위험이 큰 것은 물론 진료비 규모도 크지만, 관련 해결책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연구나 제품 개발 소식도 끊이지 않고 있다.
국내 스타트업이 차별화한 컴퓨터 비전 기술을 앞세워 이 분야 도전에 나섰다. 무엇보다 직관적이고 편리하며 저렴하는 것을 장점으로 내세웠다.
인공지능(AI) 에이트스튜디오(대표 박신기)는 키오스크와 모바일 앱을 통해 '파킨슨 병' 조기 진단에 나선다고 22일 밝혔다.
에이트스튜디오는 2022년 7월 창립, 이제 1년을 갓 넘긴 신생 스타트업이다. 하지만 박신기 대표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을 거쳐 현대모비스에 근무하며 노면 인식 AI를 개발한 비전 AI 전문가다. 수년간의 연구 개발을 통해 자연스럽게 사업 확장 가능성을 발견했다.
바로 '보행 분석'이다. 실제 다수 퇴행성 질환의 증세는 걸음걸이에서 나타난다. 대표적 예가 파킨슨 병이다. 고령화 현상과 맞물려 국내 환자만 12만명을 돌파했다. 500대 질병 중 진료비 규모가 31위에 달해 주요 질환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관련 해결책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다. 알츠하이머(치매) 등 비교적 많이 알려진 퇴행성 질환에 비해 파킨슨 병에 대한 관심은 현저히 낮다. 관련 정보가 미비해 뒤늦게 병원에 방문하는 경우도 많다.
물론 환자 수 증가에 따라 관련 솔루션 및 서비스도 다수 등장하고 있다. 웨어러블 장치가 가장 대표적이다.
하지만 에이트스튜디오는 더 직관적인 방법을 개발 중이다. 지난 1년간 데이터 축적과 솔루션 개발에 집중, 최근 동작인식 AI(Pose Estimation AI) 기반 '파킨센스(ParkinSense)'를 구축했다.
파킨센스는 일종의 '퇴행성 질환 조기 분석' 솔루션이다. 보행 영상 촬영 후 1분간 보행 분석을 진행, 이상 패턴을 발견한 경우 자가문진을 안내하는 방식이다. 필요에 따라 조기에 병원 방문을 유도한다. 접근성을 높이는 데 집중했다.
핵심 기술은 AI 보행 분석이다. 단순히 추상적인 움직임에 그치지 않고 ▲상체 굽음 ▲보행시 팔 흔들림 정도 ▲보폭 감소 ▲회전 시 지체 시간 ▲동결보행 ▲느린 움직임 등 다수 요소를 고려한다. 회전 등 필수 요소를 계산하기 위해 '갔다가 돌아오는' 과정을 포함, 최소 6m 거리를 10초 정도 셀프 촬영해야 한다.
이후 17개 관절좌표를 '스켈레톤 형태'로 추출, 비디오 시퀀스 분석 자동화 알고리즘으로 보행 데이터 분석을 실시한다. 영상 그대로가 아닌 도형과 좌표의 형태로 움직임을 분석하기 때문에 개인정보 유출 문제도 해결했다는 설명이다.
이를 통해 최종적으로 보행 지표를 그래프 형태로 시각화한다. 이상 여부를 발견하면 15문항의 '파킨슨 주요 증상 자가 문진'을 진행, 내원 여부를 확정하는 방식이다.
다른 기술 및 다른 업체와의 차별점은 역시 컴퓨터 비전 기술이다. 실제로 해외 다수 논문에서 '카메라 기반 보행분석'의 정확도는 95% 이상으로 나타나, 신체 일부만 감지하는 모션캡처 수트 착용 등 웨어러블보다 성능이 뛰어나다고 지적했다.
정확한 진단 및 분석을 위한 데이터도 차근차근 구축했다. 분당서울대병원 지원사업으로 자체 저작권을 지닌 '자가 문진 설문 문항'을 완성했다. 아울러 4000건 이상의 보행 영상을 획득해 약 9종의 '이상 보행' 유형을 정리했다. 11월에는 광주테크노파크의 '멀티모달 데이터적용 실증기반조성사업'에 참여, 해외 파킨슨 환자 영상까지 더할 예정이다.
이를 사업으로 적용하는 전략은 두가지다.
우선 키오스크 설치에 나섰다. 현재 시제품 개발을 완료, 본격 설치를 시작했다. 서울창업허브 오픈이노베이션 사업(SK텔레콤) PoC를 통해 대구 노인시설 실증에 들어간다. 이 사업은 '시니어 헬스케어'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목표로, 노화와 함께 찾아오는 파킨슨 병을 체크하는 것도 포함한다.
핵심은 기존 고가의 보행분석 장비를 AI 카메라로 대체한다는 점이다. 키오스크의 가격도 기존 보행검사 장치의 10분의 1 이하다. 이미지 분석에 편향한 의료 AI 시장에서 동영상 분석을 차별점을 내세워, '동적 바이오마커'로 자리 잡겠다는 전략이다.
박신기 에이트스튜디오 대표는 "연말까지 조달청 등록을 목표로 제품 개발 중"이라며 "내년에는 2000만~4000만원대 보행검사 장비 수준의 의료기기 1등급 취득까지 바라보고 있다"라고 밝혔다.
두번째는 모바일 앱 개발 및 출시다. 이달 말 안드로이드 마켓 애플리케이션 출시를 앞두고 있다. 정식 명칭은 'ALPS 산책(알프스 산책)'이다. 1년에 알프스산맥 거리만큼 걸으며 알츠하이머(AL)와 파킨슨병(P)을 예방한다는 의미다.
보행 습관에 초점을 맞춰, 시니어는 물론 전국민 건강 보호로 확대할 수 있다. 키오스크와 달리 휴대폰만 있으면 접근이 가능해, 젊은 층까지 공략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박 대표는 "현재는 파킨슨병에 집중한 상태지만, 향후 보행관련 퇴행성질환을 모두 진단할 수 있도록 확대시킬 예정"이라며 "실제 근감소증과 관절염의 문진까지 확보한 상태"라고 밝혔다.
이어 "걸음의 속도나 비대칭 등 근감소증과 관절염까지 조기 진단, 국민 건강 증진에 도움이 되는 기술로 자리잡겠다"라고 강조했다.
장세민 기자 semim99@aitime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