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의 새 장을 연 '챗GPT'가 등장한 지 정확하게 1년 됐다. 오픈AI는 지난해 11월30일(현지시간) 공식 블로그를 통해 'GPT-3.5', 즉 챗GPT를 소개하고 초기 데모를 선보였다.
이후 챗GPT는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며 생성 AI의 대명사로 자리 잡았다. 지난 한해 동안 챗GPT와 오픈AI가 어떻게 변해왔는지 정리해 봤다.
■ 2022년 11월30일
당시 미국 뉴올리언스에서는 세계 최대의 머신러닝 학회인 '신경정보처리시스템학회(NeurIPS)'가 열리고 있었고, 개발자 사이에는 'GPT-4'가 나올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했다.
그러나 오픈AI가 내놓은 것은 자연어처리 모델 ‘다빈치-003’와 이를 대화형 모델로 개발한 챗GPT였다. "기존 모델보다 더 복잡한 명령을 처리할 수 있고 더 길고 고품질인 결과물을 생성한다"라는 설명이었다.
전작인 'GPT-3'가 엄청난 반응을 얻었던 만큼 큰 관심이 몰렸으나, 사실 당시만 해도 이후 벌어질 상황을 예측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챗GPT가 본격적으로 떠오르기까지는 채 한주도 걸리지 않았다.
■ 2022년 12월
오픈AI가 챗GPT 출시 첫주에 100만명 이상의 이용자를 모았다고 밝혔다. "앞으로 모든 것이 어떻게 달라질지 희미하게나마 볼 수 있는 기술 중 하나" "지금까지 등장한 챗봇 중 세계 최고" 등 찬사가 이어졌다. 심지어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도 "챗GPT가 무섭게 좋다"며 "위험할 정도로 강력한 AI"라고 트윗했다.
중국에서도 챗GPT 인기가 높아진다는 소식이 나왔고, 챗GPT는 물론 렌사AI 등 생성 AI의 인기가 덩달아 높아졌다. 생성 AI 열풍이 불기 시작한 것이다.
더불어 2023년 출시가 예정된 'GPT-4'에 대한 추측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 2023년 1월
새해가 밝자마자 큰 뉴스가 등장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검색 엔진 '빙'에 챗GPT를 탑재한다고 발표했다. 며칠 뒤에는 오피스 제품에도 통합한다고 밝혔다. MS는 결국 1월24일 오픈AI에 100억달러를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이때부터 챗GPT는 AI 비즈니스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또 이 무렵 미국의 학교들이 챗GPT 사용을 잇달아 금지했으며, 챗GPT가 작성한 글을 탐지하는 도구도 등장하는 등 사회 문제로 확대될 조짐을 보였다.
■ 2023년 2월
구글이 반격에 나섰다. 2월7일 '바드'를 공개하고 검색에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MS와 구글의 '생성 AI' 경쟁은 상반기를 내내 달궜다.
챗GPT의 라이벌이라는 곳들이 속출했다. 지금은 '클로드 2'로 잘 알려진 앤트로픽에 구글로부터 3억달러 투자를 유치했고, 중국에서는 바이두가 챗봇을 내놓겠다고 예고했다. 코히어도 붐을 타고 투자 유치에 나섰다.
■ 2023년 3월
챗GPT 출시 4월 만에 'GPT-4'가 깜짝 등장했다. "더 안전하고 유용한 대응을 하는 가장 진보한 시스템"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이미지 입력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대형언어모델(LLM)의 '멀티모달' 시대를 예고했다.
또 MS는 윈도우 11에 챗GPT를 도입한 '빙 챗'을 선보였고, 이어 기업용 솔루션인 '코파일럿' 출시를 예고했다.
프롬프트 엔지니어 모집이 국내외에서 화제가 된 것도 이 무렵이다.
■ 2023년 4월
챗GPT로 인한 AI 윤리 문제가 본격 등장했다. 일론 머스크 등 3000여명이 공개서한을 통해 첨단 AI 개발을 6개월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탈옥' 문제가 본격적으로 불거졌으며, AI 에이전트인 '오토GPT'가 본격적인 주목을 받았다.
기업들의 챗GPT 도입도 본격화됐다. GPU 부족 사태로 엔비디아의 주가가 무섭게 치솟았다.
■ 2023년 5월
오픈AI는 챗GPT 유료 사용자에게 플러그인을 정식 출시했다. 3월 발표 당시 11개이던 플러그인은 현재 70개 이상으로 늘어났다. 또 iOS용 모바일 앱을 출시했다.
보안 문제도 불거졌다. 국내에서는 삼성전자가 내부 문서 유출 사태로 챗GPT 사용을 금지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이런 문제들로 인해 프라이빗 LLM이나 '라마 2' 같은 오픈 소스 모델에 대한 관심도 증가했다.
■ 2023년 6월
샘 알트먼 오픈AI CEO가 한국을 찾아 '록 스타' 같은 인기를 체감했다. 그는 국내를 비롯해 전 세계 17개 도시를 투어했다.
반면 구글은 개발자 행사를 통해 생성 AI 검색 테스트를 시작한다고 전하며 차세대 모델 '제미니'를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 2023년 7월
챗GPT가 멍청해졌다는 주장이 등장했다. 이는 'MOE(전문가 믹스)'라는 서비스 방식을 도입한 결과로, 오픈AI는 "더 똑똑해졌다"라고 반박했다.
더불어 저작권 침해를 주장하는 고소가 본격화됐다. 여기에는 유명 코미디언인 새러 실버만 등이 포함, 화제가 됐다.
■ 2023년 8월
마침내 기업용 챗GPT를 출시, 본격 상업화에 나섰다. 이는 MS와도 겹치는 부분으로, 불화설까지 나돌았다. 모바일 서비스는 안드로이드로 확대됐다.
방학을 맞아 챗GPT 사용 증가가 주춤한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애플이 자체 LLM을 구축, 챗GPT 추격에 나섰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 2023년 9월
인터넷 검색으로 실시간 지식 문제를 해결하는 브라우징 기능을 추가했다. 또 신규 기능을 유료 서비스에만 추가하는 등 수익에 집중했다. 기업용 챗GPT 서비스로 연간 10억달러를 벌어들일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다.
'달리 3'를 통합한다는 것이 가장 큰 뉴스였다. 더불어 'GPT-4-V'를 공개, 이미지까지 읽고 답하는 멀티모달에서도 선두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 때문에 LMM(대형멀티모달모델)이라는 용어도 등장했다.
■ 2023년 10월
알트먼 CEO가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과 GPT 전용 기기를 만든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또 11월 첫 개발자회의를 연다는 소식에 'GPT-5' 등 갖가지 소문이 등장했다. 서서히 인공일반지능(AGI)에 대한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 2023년 11월
가장 드라마틱한 한달이었다. 누구나 챗봇을 만들 수 있는 도구와 마켓, 'GPT-4 터보'를 공개한 데브데이 행사로 '스타트업 멸망의 날'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이어 난데없는 알트먼 CEO 축출 사태로 전 세계를 시끄럽게 했다. 4일 만에 복귀하긴 했으나, AGI 개발과 AI 안전에 대한 갈등을 재확인하게 됐다.
어쨌거나 일트먼의 복귀로 GPT-5 또는 AGI 개발은 재개됐다. 내년 11월30일에는 챗GPT가 사람처럼 말하는 것을 넘어, 사람만큼 똑똑해져 있을지 주목된다.
임대준 기자 ydj@aitime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