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BSC)
(사진=BSC)

유럽연합(EU)이 인공지능(AI) 규제 법인 'AI 법' 제정과 함께 지역 내 스타트업을 위한 컴퓨팅 지원에 나섰다. AI가 EU의 전략적 우선순위로 떠오름에 따라 컴퓨팅 능력도 '탈 미국화'를 시도한다는 취지다.

테크크런치는 지난 21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 슈퍼컴퓨팅센터(BSC)가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 등이 참가한 가운데 '메어노스트롬 5(MareNostrum 5)'이라는 슈퍼컴퓨터 론칭 기념식을 갖고 프랑스의 미스트랄 AI 등이 참여하는 초기 지원 프로그램을 시작한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메어노스트롬 5는 아직 엑사스케일(exascale, 1초에 100경번의 수학연산 처리 속도) 성능에는 못 미치는  183.2 페타플롭스(Pf) 수준이지만, 유럽에서 가장 강력한 슈퍼컴퓨터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현존하는 유일한 엑사 스케일 슈퍼컴퓨터는 지난달 발표된 세계 슈퍼컴퓨터 순위에서 1위를 차지한 미국 오크리지 국립연구소의 '프론티어(Frontier)'다. 유럽에서는 핀란드 과학IT센터의 ‘루미(LUMI)’가 5위로 최고 성능이며, 이탈리아의 '레오나르도(Leonardo)'가 6위, 메어노스트롬 5가 8위를 차지했다.

또 내년에는 독일에서 EU 최초의 엑사스케일 슈퍼컴퓨터가 등장할 예정이며, 2025년에는 프랑스가 두번째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으로 알려지고 있다.

EU 관계자는 "AI 스타트업은 모델 학습에 슈퍼컴퓨터를 활용하는 것보다 미국 하이퍼스케일러가 제공하는 전용 컴퓨팅 하드웨어를 사용할 가능성이 더 높다"라며 "따라서 EU는 고성능 컴퓨팅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EU의 AI 기업들은 지난 10년간 슈퍼컴퓨터를 활용한 경험이 없다"라며 "그들이 슈퍼컴퓨터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도록 별도의 AI 지원 센터를 설립하고 교육 프로그램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EU는 최근 슈퍼컴퓨터 투자를 대폭 늘려왔다. 특히 유럽 전역을 8개 클러스터로 분할, 테라비트급 네트워킹을 통해 슈퍼컴퓨터를 연결하는 '연합 슈퍼컴퓨팅 리소스'를 구축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EU 어느 곳에서나 슈퍼컴퓨터에 쉽게 접속할 수 있게 한다는 계획이다. 더불어 양자컴퓨팅에 대한 투자도 늘어나고 있다.

슈퍼컴퓨터를 활용한 구체적인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기후변화 영향을 예측하고 탄력성을 구축하기 위해 정확한 지구의 디지털 트윈을 개발하는 '데스틴E(DestinE)'와 인체 디지털 트윈 구축 등이 대표적이다. 단백질 생성 AI를 통한 신약 개발도 중요한 과제로 꼽고 있다.

지난달에는 '대형 AI 그랜드 챌린지(Large AI grand challenge)'라는 행사도 론칭했다. 이는 대형언어모델(LLM) 개발 경험이 있는 AI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오픈 소스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경쟁을 펼치는 행사다. 400만 시간의 슈퍼컴퓨팅 엑세스가 주어지며, 우승자에게는 100만유로의 상금을 지급한다.

이와 관련, 테크크런치는 EU가 AI 법 제정에 이어, '메이드 인 EU' AI 구축으로 미국의 빅테크 및 스타트업들과 본격적인 경쟁을 벌이기 위해 슈퍼컴퓨팅을 적극 활용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EU 관계자는 "우리는 미국이 갖고 있는 대규모 하이퍼스케일러가 없기 때문에 더 많은 슈퍼컴퓨터를 구축할 것"이라며 " 많은 스타트업들이 이를 활용, EU의 원칙을 준수하는 모델을 개발하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대준 기자 ydj@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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