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사람을 더 편리하게 만든다’라는 본질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운동과 교육 분야에서 진정한 AI 에이전트를 실현하는 ‘모티베이션 테크’ 기반 서비스를 만들어 내는 게 목표입니다."
김정수 야나두 대표는 AI와 운동 분야로 사업을 확장한 데 대해 "회사의 모토를 그대로 이어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야나두는 성인 영어 교육 콘텐츠를 타깃으로 하던 기업이다. 이후 2020년 카카오키즈와 합병하며 김민철 공동대표 체제로 전환했으며, 본격적인 사업 확장에 나섰다.
교육에 이어 선택한 분야는 의외로 '운동'이었다. 여기에 AI나 메타버스 기술을 접목했다.
그러나 다른 기업과는 달리 유행을 따른 것이 아니다. 김 대표는 "사용자의 ‘자기계발’을 지원한다는 것이 핵심"이라고 밝혔다.
'야, 너두 할 수 있어'라는 메시지를 실현하기 위해 AI 기술을 적극 이용, 운동과 공부 등을 아우르는 ‘비욕망 시장’을 공략한다는 목표다.
비욕망 시장이란 욕망 시장과 반대되는 개념이다.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OTT 플랫폼 같은 경우 대표적인 ‘욕망 시장’에 속한다. ‘재미있는 걸 보고 싶다’라는 욕망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야나두가 초점을 맞춘 스포츠와 에듀 테크는 비욕망 시장에 속한다. 누구나 해야 한다는 걸 알지만, 실천하기는 어려운 삶의 필수 영역이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비욕망하던 영역을 더 편리하고 쉽게 하게 될 때, 비로소 생산적인 AI가 완성된다”라고 말했다. 운동과 교육 분야에서 이를 쉽게 도와주기 위한 수단이 바로 'AI 에이전트'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에이전트는 그냥 만들어낼 수 없다”라며 “사용자를 모으고 유의미한 데이터를 쌓는 것이 핵심”이라고 전했다.
이미 모바일 서비스를 통해 사용자 규모와 데이터 수집을 확대하고 있다. 야나두의 앱은 기존 앱과는 차별점이 확실하다.
서비스는 크게 네 가지다. 운동 영역의 ▲야핏무브 ▲야핏사이클(야핏메타)과 교육 영역의 ▲야나두클래스 ▲야나두스쿨 등이다.
야핏무브는 휴대폰을 들고 다니는 것만으로 이동 거리나 동선 등을 인식, 사용자 맞춤 리포트와 솔루션 및 커머스 등을 제공해 준다.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마일리지도 제공한다. 여기까지는 다른 앱과 비슷하다.
하지만 귀여운 캐릭터 ‘두두’를 적용했다. 두두는 운동 데이터가 적게 쌓였을 때는 캐릭터 육성에 집중하게 만들지만, 이후 충분한 데이터가 쌓이면 이를 바탕으로 '코치'처럼 어드바이스를 한다. 학습할수록 성능이 좋아지는 AI 모델 역할을 한다.
향후 삼성헬스와 협업, 심박수 같은 데이터를 확보, ‘헬스케어’로 확장도 노리고 있다.
야핏사이클은 걷기와 달리기를 담당하는 야핏무브에 이어, 사이클 동작까지 인식하는 서비스다. 야나두에서 제작한 전용 사이클을 구입해 이용할 수 있다. 이미 사이클 장비를 갖춘 경우 추가 센서만 구입하면 된다.
단순한 주행거리만 측정하는 게 아니라, 속도와 활동량까지 계산해 낸다. 빠른 속도로 짧은 거리를 주행한 경우와 느린 속도로 장거리를 주행한 경우, 기존 센서라면 두 경우의 운동량을 상이하게 인식할 확률이 높다. 하지만 야나두 센서를 이용하면 결국 총운동량은 비슷하다는 결과에 도달하게 된다.
하지만 이 앱의 진짜 핵심은 실시간 소통이 가능한 '메타버스 요소'다. 즉 야핏사이클에서 ‘야핏메타’로 진화, 메타버스에 사이클 클럽을 만들어 사용자의 경쟁과 동기 부여가 가능하도록 했다. 이미 만들어진 클럽이 1300개에 달한다.
이제는 사이클을 넘어 러닝 머신이나 로잉머신, 아령, 줄넘기 등 영역을 넓히는 작업 중이다.
야나두의 간판인 교육에도 AI를 더했다. 원어민 AI와 실시간 텍스트 대화를 나눌 수 있는 ‘AI 원어민톡’이 대표적이다. 여기에서는 원어민 AI의 외양은 물론 MBTI, 관심사까지 맞춤형으로 고를 수 있게 했다는 것이 중요하다.
김 대표는 “일반적으로 AI 챗봇은 지식 답변에 그치는 경우가 많지만, 야나두가 구현한 AI 원어민은 성격에 맞춰 대답을 내놓는 데 초점을 맞췄다”라며 “음악에 관심이 있는 캐릭터라면, 관련 주제로 대화를 이끌어가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언어가 서툴러도, 관심 분야에서는 더 원활한 소통과 자신감이 가능하다는 점에 착안했다는 말이다. 이를 원활하게 구현하기 위해 AI를 사용했다.
또 야나두스쿨의 경우 원서접수 및 입시 데이터를 축적, 실질적인 학습 도우미로 자리매김할 계획이다.
이런 노력은 이용자와 매출로 입증되고 있다.
애나두의 지난해 전체 매출은 844억원을 기록, 올해 1000억원을 바라보게 됐다. 또 야핏무브는 최근 론칭 1년이 되지 않은 시점에서 이용자 50만명을 돌파했다.
김정수 대표는 “당장은 표면적인 매출이 두드러질지 몰라도, 더 의미 있는 것은 야나두가 비욕망 시장의 개인화 데이터를 선점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야나두처럼 ‘모티베이션 테크’에 AI 및 메타버스를 접목, 수익화에 성공한 기업은 찾아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만큼 사용자를 모으기도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야나두는 광고 및 마케팅 활동을 통해 인지도를 높여 왔다는 점, 이어 장기 사용자 확보로 안정적인 플랫폼 운영에 성공했다는 점을 토대로 데이터를 쌓을 수 있었다.
또 이는 개인별 맞춤 코칭을 제공할 ‘AI 에이전트’ 구축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로 꼽았다.
에이전트의 실체화를 위해 기술 개발과 함께 운영 측면도 테스트 중이다. 야핏무브를 통해 정기적으로 ‘다이어트 프로그램’ 참여자를 모집, 애플리케이션과 인간 트레이너의 코칭을 연결해 동기 부여를 진행하는 것이 그 예다. 대부분 참가자들이 목표 체중 감량에 도달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서 인간 트레이너의 역할을 AI가 대체하는 것, 이것이 야나두 AI 에이전트의 역할이다.
“야나두는 서비스 사용자 규모와 데이터양 두 측면에서 'AI 킬러 서비스'의 행보를 착실히 밟아가고 있다”라는 주장에는 이런 이유가 있었다.
한편 김 대표는 “이 프로젝트는 장기에 걸쳐 진행해야 하는 것”이라며 “먼 훗날 이야기지만, 궁극적으로는 AI가 내비게이션 역할을 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비게이션은 '어디를 가야 하지, 어떻게 가야 하지'라는 질문에 길잡이가 되는 역할”이라며, AI는 사람의 역할을 빼앗는 것이 아니라, '난 뭘 해야 하지'라는 질문에 선택지를 제시해 주는 낙관적 기술이라고 주장했다.
현재는 AI가 운동과 교육 분야에 한해 '나의 체지방에 맞는 운동 종목은' '나의 문법 진도에 맞는 영어 콘텐츠는' 등의 질문에 도움을 주지만, 앞으로는 '나는 무엇을 해야 하지'라는 근본적인 삶의 질문까지 도와주는 ‘삶의 내비게이션’으로 진화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래서 야나두는 교육보다 스포츠를 더 큰 시장으로 보고 있다. 교육과 달리, 운동은 ‘세계 표준’을 사용해 데이터를 폭넓게 확보할 수 있다는 이유다.
“라이프 내비게이션이 실현된다면, 그것이 AI 르네상스의 가장 낙관적인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장세민 기자 semim99@aitime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