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혼합현실(MR) 헤드셋 대결을 위해 빅테크가 상대의 전략을 베낀다는 분석이 나왔다. 구글은 애플을, 메타는 구글을 따라 한다는 설명이다.
블룸버그는 28일(현지시간) 애플과 경쟁사들이 헤드셋 시장에서 앞서 나가기 위해 대폭적인 전략 개편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구글은 지난달 순다르 피차이 CEO 취임 이후 가장 대규모의 조직 개편을 실시했다. 조직을 'AI 연구 및 서비스'와 '하드웨어 사업부' 등 크게 두개로 통합한 것이다.
당시에는 데미스 허사비스 딥마인드 CEO에 힘을 실어준 점이 강조됐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릭 오스터로 부사장에게 하드웨어 사업을 총괄하게 한 점에 무게를 실었다. 즉 구글도 애플처럼 제품 판매 중심으로 움직일 것이라는 해석이다.
블룸버그는 "구글은 AI를 제품에 더 빠르고 깊이 통합하려는 방법으로 이러한 변화를 시도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수하지 말라"라며 "이는 애플의 제품 개발 모델을 모방하려는 시도"라고 지적했다.
잘 알려진 대로 애플은 기술보다 제품을 우선하는 기업이다. AI의 경우에는 수년 전부터 관련 기술을 개발했지만, 지난해 말까지는 AI라는 단어조차 입에 올리지 않고 제품 성능 개선만 강조했다.
또 비용이 많이 들고 당장 오픈AI나 구글을 따라잡기 어려운 대형언어모델(LLM) 개발 대신, 아이폰 등에 바로 투입할 수 있는 온디아비스 AI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바로 구글은 이 점을 참고했다는 분석이다. 즉 첨단 AI 성능을 갖춘 구글 픽셀폰 판매를 늘리고, 나아가 삼성전자와 협력해 하반기 출시할 헤드셋에 기술을 집중하겠다는 의도다.
실제로 오스터로 부사장은 하드웨어 총괄이 된 직후 방한, 삼성전자 노태문 사장 등과 안드로이드 생태계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메타도 마찬가지다. 메타는 지난달 22일 MR 헤드셋용 ‘호라이즌 OS(Horizon OS)’를 외부에 오픈 소스로 공개했다.
OS 공개뿐 아니라 아예 에이수스나 레노버 같은 하드웨어 기업과 손잡고 새로운 헤드셋을 개발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자체 헤드셋 퀘스트 3의 판매에는 부정적이지만, OS를 중심으로 한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전략이다. 즉, 구글이 안드로이드를 공개, 앱 마켓과 같은 거대한 생태계를 구축한 것을 따라 한다는 전략이다.
특히 추후 헤드셋 시장에서 구글과 삼성전자가 손잡고 생태계 구축에 나선만큼, 메타 역시 OS를 공개하고 개발자들을 모을 필요가 있다. 애플은 기존의 iOS를, 구글은 안드로이드를 각각 헤드셋과 연결할 수 있지만, 메타는 훨씬 기반이 약하다.
임대준 기자 ydj@aitime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