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재선 LSE 박사 과정
채재선 LSE 박사 과정

지난달 한국에서 개최된 ‘AI 서울 서밋’의 성과를 정리하고 다음 프랑스 정상회의를 준비하는 포럼 행사가 지난 5일 첫 개최지였던 영국 런던에서 열렸다. 이른바 ‘AI 프린지(FRINGE): 서울 서밋’이라는 행사다.

런던의 브리티시 라이브러리에서 개최된 이 행사는 인공지능(AI) 분야의 여러 전문가들은 물론, 관심 있는 시민들도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자유롭게 이뤄졌다. 

여러 패널들과 함께하는 포럼 형식으로 진행, 필자와 같은 연구자들도 다수 참석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고 질의응답에 참여할 수 있었다. 실제로 주최 측에서는 사전 홍보 시, 대중과 시민단체, 특히 소외된(underrepresented) 지역사회에서의 참여를 독려한다고 강조했었다.

참석한 패널들은 영국 AI 생태계의 저명인사들이나 차기 프랑스 정상회의를 준비하는 단체들로 구성됐다. 프랑스의 디지털 담당 대사를 비롯해, 구글 딥마인드, 코히어 등 기업과 케임브리지대학교, 에이다 러브레이스 연구소(Ada Lovelace Institute) 등 연구기관, 언론, 정치계 인사들도 참여했다.

포럼의 큰 주제는 ▲AI 안전성의 현주소 ▲책임감 있는 AI를 위해 마주해야 할 도전과제로, 지난해 영국에서 주도했던 안전성(‘Safety’)의 컨셉트를 희석하지 않으려는 의도가 엿보였다. 

지난해 ‘AI 안전 서밋’이 이번 한국에서는 ‘AI 서울 서밋’으로 안전에 ‘혁신과 포용’의 키워드를 확장해 열린 데다, 차기 주자인 프랑스에서는 ‘AI 행동 서밋(AI Action Summit)이라는 명칭으로 새롭게 개최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안전한 AI’의 중요성이 약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AI와 연관된 폭넓은 주제들을 다루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여정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AI 프린지 서울 서밋' 현장
'AI 프린지 서울 서밋' 현장

AI와 관련해 시민과 민간단체를 어떻게 더 참여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활발한 논의도 진행됐다. 

시민들의 적극적이고 자율적인 참여는 영국 사회의 강점 중 하나다. 어떻게 하면 더 잘 대화하고 의견을 수렴할 수 있을지, 데이터에 대한 자기 결정권을 가질 수 있는지 등에 대한 청중의 질문들이 기폭제가 됐다.

영국 정부 주도행사라고 해서 긍정적인 면만 언급되지도 않았다. 기본적인 AI에 대한 정의도 정립되어 있지 않다는 지적부터 정부 데이터 관리에 대한 신뢰 부족, 최초 정상회의는 물론이고 서울에서도 시민사회단체가 배제된 것에 대한 불만이 표출됐다. 차기 프랑스 정상회의에서는 선언적 측면이 아닌, 구체적인 기술평가와 모니터링 기준 등이 함께 논의돼야 한다는 의견도 강조됐다.

행사의 마지막 세션은 차기 서밋을 준비하는 프랑스 디지털 대사의 연설로 마무리가 됐다. 마크롱 대통령을 중심으로 추진 중인 다양한 핵심 의제들도 인상적이었지만, 강한 프랑스 억양의 영어로 “AI 서밋은 어쩔 수 없이 국가 간, 기업 간에 과도한 파워를 줄이고 조율하기 위한 자리임을 직시하자”라고 언급한 부분이 가장 진솔하게 와 닿았던 것 같다.

그 외에 AI 모델의 오픈 소스에 대한 의견, AI 안전성에 대한 기업의 책임과 한계, 남반구(Global South)와의 상생과 포용 방법, AI 개발에 따른 환경적 영향 등 다양한 이슈들에 대한 토론이 진행됐다.

‘AI 프린지: 서울 서밋’이라는 행사명을 달고도, 한국 측 패널이 없었던 점은 다소 아쉬웠다. 그럼에도 한국에서는 ‘AI 서울 서밋’ 이후 유사한 제목의 AI 컨퍼런스들이 바쁘게 열리는 와중에, 영국에서는 수주가 지난 지금 공동 개최한 회의의 의미를 한 번 더 다지는 노력과 시간이 있었음을 기억하고자 글을 적어본다. 

참고로 본 행사는 공식 촬영, 추후 AI 프린지 유튜브 채널에서도 시청이 가능할 예정이다.

채재선 런던정경대(LSE) ‘인공지능과 사회심리연구’ 박사과정 jaesunchae@gmail.com

채재선씨는 삼성물산 마케팅 부장 출신으로, LSE에서 사회 및 공공 커뮤니케이션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AI의 사회적, 심리적 영향에 대한 연구를 중심으로 박사 과정을 진행 중이다.

 

저작권자 © AI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