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역사적으로 왜곡된 이미지를 출력하고, 세계적으로 반유대주의가 고조되는 가운데, 영국에서는 AI로 홀로코스트 생존자와 그들의 이야기를 전달하려는 시도가 펼쳐지고 있다.
영국 스카이뉴스와 퍼스펙티브는 20일(현지시간) 홀로코스트 교육 신탁(Holocaust Educational Trust)이 영국 학생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현재 홀로코스트 생존자들은 매년 수천명의 학생들을 만나 경험을 공유하고 있지만, 이들은 이미 80~90대로 머지않아 대면이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때문에 HET는 9개 카메라 장비를 사용한 촬영 기술과 음성-텍스트 인식 AI 기술을 결합, 학생들의 질문 1000개에 답할 수 있는 홀로코스트 생존자의 가상 3D 버전을 만들었다.
AI는 질문을 이해한 후 생존자의 녹음된 답변을 재생, 학생들에게 홀로코스트 생존자와 자연스러운 대화를 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또 가상현실(VR) 헤드셋을 사용해 학생들은 전쟁 전 고향과 그들이 투옥되었던 강제 수용소를 포함, 생존자의 증언과 관련된 주요 장소를 탐색할 수 있다.
카렌 폴락 HET 최고 경영자는 "불행하게도 최근 몇 달 동안 홀로코스트에 대한 부적절한 언급을 포함, 반유대주의의 폭발이 일어났다"라며 "음모론과 잘못된 정보가 소셜 미디어에 계속 퍼지고 있기 때문에 젊은이들이 홀로코스트에 대해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그래서 “아무도 남지 않을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지금 당장 시작하자고 결정했다”라고 덧붙였다.
이번 교육 프로그램에는 슈투트호프 강제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94세의 노인 만프레드 골드버그가 등장한다.
20년 넘게 수백개의 학교에서 증언을 펼친 그는 학생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일생일대의 경험”이었고, 그들의 삶도 바뀌었다고 말했다. "이는 매우 강력한 반응을 일으키며, 내가 이 나이까지 이 일을 계속할 수 있게 해주는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골드버그는 그린 스크린 장비 내에서 특수 캡처 카메라를 사용, 1000개 이상의 질문에 답하는 영상을 촬영하는 데 5일을 보냈다.
그는 “홀로코스트로 암울했던 시절에는 언젠가 나 자신과 내 이야기가 이렇게 불멸의 존재가 될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라며 “수천명의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아마도 이제는 수백만명으로 늘어나게 될 것이다. 이것은 정말 놀라운 유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증언 360(Testimony 360)' 프로그램은 지난주 런던에서 시작됐다. 내년부터는 다른 홀로코스트 생존자 세명의 가상 증언이 추가될 예정이다.
한편, 지난주 유네스코는 악의적인 행위자들이 홀로코스트 주변에 허위 정보와 반유대주의를 심기 위해 생성 AI를 사용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임대준 기자 ydj@aitime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