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장비 업체 ASML이 지원하는 네덜란드 대학교가 중국 학생 입학을 제한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미국의 중국 기술 제재가 심화하며, 반도체 핵심 기술의 유출을 근본적으로 막겠다는 의도다.
블룸버그는 16일 네덜란드 ASML 본사에서 8km 거리에 위치한 에인트호번 공과대학교가 중국 학생들을 받기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이 학교는 얼마 전 미국대사로부터 "중국 학생이 너무 많다"라는 압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확한 중국인 학생 수는 밝히지 않았으나, 4분의 1 정도가 외국인으로 알려졌다.
아인트호번대학은 ASML이 미래 직원을 키워내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실시한 학교다. 연구 목적의 장치를 기부한 것은 물론, 칩 연구에 필수인 방진 설비를 갖추기 위해 8000만유로(약 1200억원)를 투자했다.
미국은 중국의 첨단 칩 제조 능력을 억제하기 위해 ASML의 첨단 리소그래피 장비 수출을 금지하고 있다. 이 장치는 전기자동차부터 군수용 장비까지 거의 모든 분야에 필수적인 반도체 제작 장치다.
올해 들어 통제의 강도를 강화, 첨단 극자외선(EUV) 리소그래피 장비에 이어 아랫급인 심자외선(DUV) 장비의 중국 수출도 금지했다. 이제는 기존에 수입했던 일부 장비의 수리도 금지하도록 ASML에 압력을 넣고 있다.
네덜란드 정부 역시 중국을 '경제 안보의 위험'으로 지정했다. 중국 직원이 기밀정보를 빼돌렸다고 고소한 뒤 보안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화웨이 신제품 휴대폰에 사용한 칩이 ASML의 기술로 제작됐다는 것이 밝혀지며, 경계가 더 커졌다.
네덜란드는 지난해 반도체와 국방 등 민감한 기술과 관련된 대학 프로그램에서 중국 유학생의 입학을 금지하는 법안을 상정했으나, 아직 투표에 부쳐지지 않았다.
또 최근 대학에서 교환학생 생활을 마치고 칩 회사에서 1년의 인턴 기간을 거칠 예정이었던 일부 중국인 학생들은 이를 거절당했다. 반도체 기술을 연구하는 에인트호번 대학의 한 교수는 중국인 유학생을 모집하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내부에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말이 나왔다.
에포 브루인스 네덜란드 교육부 장관은 이달 초 열린 한 인터뷰에서 "우리는 더 이상 순진할 여유가 없다"라며 "하지만 섬세한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 뛰어난 중국 학생들이 많이 있다"라고 말했다.
로버트-얀 스미츠 에인트호번 공과대학 총장은 일부 제한이 이미 시행되고 있다는 것을 인정했다.
"중국 학생들에게 문을 열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라며 "우리는 왕관의 보석이 도난당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임대준 기자 ydj@aitime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