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대중 반도체 수출을 규제하는 가운데, 마이크로소프트(MS)와 구글 등이 해외 데이터센터를 통해 엔비디아 인공지능(AI) 칩을 중국 기업에 서비스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클라우드 컴퓨팅이 제품이 아닌 서비스로 분류, 미국 정부의 반도체 수출 통제 목록에서 빠진 허점을 노렸다는 지적이다.
디 인포메이션은 17일(현지시간)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 MS가 중국 이외 지역에 설립한 데이터센터를 통해 중국 기업에 엔비디아의 최신 AI 칩인 'A100'과 'H100'이 장착된 서버 임대 서비스를 제공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구글도 중국 외 지역에서 엔비디아의 최신 칩이 탑재된 서버를 중국 기업이 이용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구글은 미국의 수출 통제 규정을 준수하고 있다고 항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AI 스타트업들은 구글의 ‘구글 클라우드’나 MS의 ‘애저’의 아시아태평양 서버를 임대하고, 그 곳에 장착된 엔비디아의 A100 또는 H100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예로 지난해 말 중국 선전의 한 AI 스타트업은 MS와 구글에 연락해 해외 데이터센터의 엔비디아 칩을 임대할 수 있느냐 물었고, 양측에서 모두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해당 업체는 "너무 비싸다"는 이유로 서비스를 선택하지는 않았다.
바이든 행정부는 A100과 H100을 포함한 첨단 AI 칩의 대중국 수출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반도체를 중국으로 수출할 필요 없이, 컴퓨팅 리소스만 제공하는 클라우드 서비스에 대한 규제는 미비한 상황이다.
엔비디아 첨단 AI 칩을 수입하지 않아도, 구글이나 MS의 클라우드 서버를 임대하는 방식으로 AI를 훈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정부가 이런 허점을 모르고 있었던 것은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1월 지나 라이몬도 미 상무부 장관은 중국이 미국 클라우드 서비스를 사용해 AI 모델을 훈련하는 것에 대한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미 상무부는 곧바로 미국 클라우드 공급업체에 대한 새로운 규칙을 적용하고, 외국 기업이 AI모델 훈련을 위해 서비스를 사용할 경우 정부에 보고를 하게 한다는 규칙을 도입했다. 하지만 이런 규칙은 외국계 클라우드 업체와 미국 기업의 해외 자회사에는 적용되지 않아 효과가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MS와 구글 등 미국 기업뿐 아니라, 네덜란드나 프랑스, 싱가포르 등 유럽과 아시아의 수많은 클라우드 제공업체도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해 중국 기업이 미국의 수출 통제를 우회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기업에 대한 추가 통제에 나선다 해도, 외국 기업이 중국 기업을 지원하는 것은 어렵다는 것이다.
박찬 기자 cpark@aitime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