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셔터스톡)
(사진=셔터스톡)

오랜 파트너였던 ARM과 퀄컴 사이에 칩 설계 라이선스를 둘러싼 법적 분쟁이 가열되며 ARM이 '라이선스 취소'라는 강수를 뒀다. 하지만 이 경우 양사가 나란히 큰 손해를 입기 떄문에, 법정 다툼을 두고 기싸움을 벌이려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블룸버그는 22일(현지시간) ARM이 퀄컴에 칩 설계 라이선스 계약을 60일 뒤 취소한다는 통지를 발송했다고 보도했다.

퀄컴은 이 라이선스 계약을 통해 ARM이 소유한 설계자산(IP)을 기반으로 만든 수억 개의 프로세서를 판매해 왔으며, 이 프로세서의 대부분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과 PC에 들어간다. 

라이선스가 취소되면 퀄컴은 연 390억달러(약 54조원)에 달하는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제품 판매를 중단하거나 막대한 손해배상 청구에 직면할 수 있다. 퀄컴의 칩에 의존하는 마이크로소프트(MS), 삼성전자 등 20곳에 달하는 퀄컴 고객사들의 타격도 예상된다.

ARM은 통보와 함께 퀄컴에게 8주간의 시정 기한을 주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에선 퀄컴이 ARM의 요구를 들어줄 가능성이 희박하며, 양사가 또다른 소송전을 시작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있다.

이번 계약 해지 통보는 2022년 ARM이 퀄컴과 자회사 누비아를 상대로 제기한 라이선스 침해 소송의 연장선으로 보인다. 오는 12월 미 델라웨어주 연방법원에서 시작되는 소송을 앞두고 ARM이 퀄컴에 대한 압박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퀄컴은 2021년 애플 엔지니어들이 설립한 반도체 스타트업인 누비아를 인수한 뒤 ARM과 법적 분쟁을 겪어왔다.

ARM은 누비아가 계약을 맺고 설계 라이선스를 활용해왔지만, 퀄컴에 인수된 이후에는 라이선스 계약을 다시 맺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번 라이선스 취소 통보는 전날 퀄컴이 ARM의 IP에서 벗어난 ‘오리온(Oryon)’ 기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스냅드래곤 8 엘리트’를 공개한 직후 이뤄졌다.

오리온을 개발한 업체가 바로 누비아다. ARM은 누비아가 자사 IP를 활용해 설계 자산을 개발한 만큼, 오리온에 대해서도 라이선스를 따져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퀄컴이 ARM기반 모바일 칩셋의 최대 공급사인 만큼, 퀄컴에 라이선스를 종료할 경우 ARM도 막대한 손해를 감당해야한다. 그럼에도 퀄컴의 기술 독립 시도가 성공할 경우 ARM에게 더 큰 위협이 될 것이라 보고 배수진을 친 것으로 풀이된다.

퀄컴 대변인은 "파트너사가 법적 절차를 방해하려는 시도로 보이며, 로열티 올리려는 시도에 불과하다"라며 "해지 주장에는 전혀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도 ARM이 실제로 퀄컴의 라이선스를 해지할 가능성은 극히 낮으며, 이번 분쟁은 특정한 형태의 합의로 끝날 것으로 예상했다.

이를 반영하듯 퀄컴 주가는 이날 최대 3% 하락했으며, ARM은 6.4%까지 하락했다. 이는 투자자들이 양측 모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낸다.

박찬 기자 cpark@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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