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본격적인 '딥시크 경계령'이 내려졌다. 기술 거물들은 일제히 딥시크의 인공지능(AI) 모델이 미국을 따라잡았다며 강력한 경고의 목소리를 냈다.
CNBC는 24일(현지시간) 중국의 거의 알려지지 않은 AI 연구실이 성능이 떨어지는 칩을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최고 성능보다 성능이 뛰어난 AI 모델을 출시하면서 실리콘 밸리 전역에 공포가 퍼졌다고 소개했다. 벤처비트도 같은 날, 딥시크가 지난 며칠 동안 실리콘 밸리에서 가장 많이 논의된 회사라고 전했다.
이는 지난 20일 딥시크가 오픈 소스로 출시한 추론 모델 ‘R1’ 시리즈 때문이다. R1은 지난해 12월 출시한 ‘딥시크-V3’를 미세조정한 모델로, 오픈AI의 'o1'과 동일한 성능에 추론 비용은 무려 90% 이상 저렴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허깅페이스에서 일주일도 안 돼 10만건이 넘는 다운로드를 기록 중이다.
또 벤처비트는 앞서 지난해 말 출시된 오픈 소스 사상 최대 규모와 최강 성능을 갖춘 것으로 알려진 '딥시크-V3'는 "세상을 뒤흔든" 모델이라고 소개했다.
이처럼 딥시크가 몇주새 잇달아 놀라운 모델을 출시했다는 사실에 대해 실리콘 밸리를 대표하는 기술 리더들은 놀라움과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서도 가장 뜨거운 이슈였다.
우선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CEO는 “딥시크 모델은 테스트-타임 컴퓨팅을 수행하는 추론 오픈 소스 모델을 실제로 효과적으로 구현한 방식과 슈퍼 컴퓨팅 효율성 측면에서 매우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중국에서의 발전을 매우,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아라빈드 스리니바스 퍼플렉시티 CEO도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며 ”그들은 해결책을 알아내야 했기 때문에 실제로 훨씬 더 효율적인 것을 만들게 됐다”라고 밝혔다. 이는 중국이 미국의 기술 제제로 인해 첨단 AI 칩 접근이 어려워지자, 제약을 뛰어넘기 위해 결국 더 효율적인 모델을 개발했다는 뜻이다.
심지어 알렉산더 왕 스케일 AI CEO는 중국이 미국을 앞질렀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가 분석한 바에 따르면 딥시크의 모델은 가장 성능이 뛰어나거나 미국 최고 모델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라며 "중국이 AI 모델을 훈련하는 칩 분야에서 엔비디아보다 훨씬 더 다양한 기술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다"라고 말했다. 실제 중국은 GPU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지난 해부터 이종의 AI 칩을 연계하고 클러스터를 연결하는 기술 개발에 매달려 왔다.
최초의 인터넷 브라우저 '넷스케이프'의 발명가이자 세계적인 벤처 캐피털 앤드리슨 호로비츠의 공동 창립자 마크 앤드리슨은 X(트위터)를 통해 "딥시크 R1은 내가 본 것 중 가장 놀랍고 인상적인 혁신 중 하나"라며 경례 이모티콘을 붙였다.
물론, 이와는 다른 의견도 있다. 얀 르쿤 메타 수석과학자는 링크드인을 통해 “딥시크의 성과를 보고 중국이 AI에서 미국을 앞지르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며, 정확한 해석은 오픈 소스 모델이 독점 모델을 앞질렀다는 것으로 봐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또 "딥시크는 오픈 리서치와 오픈 소스를 통해 다른 사람들이 이뤄놓은 작업을 기반으로 새로운 아이디어를 더한 것"이라며 "딥시크의 결과는 오픈 소스이기 때문에 누구나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이것이 오픈 소스의 힘”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한 X 사용자는 "오픈AI는 인터넷 전체의 지식을 훔쳐 자신을 위해 사용했고, 딥시크는 인터넷에서 훔친 것을 대중에게 무료로 돌려줬다"라며 오픈AI를 비꼬았다.
특히 딥시크 모델이 가격적인 측면에서 오픈AI보다 경쟁력이 있기 때문에 훨씬 매력적이며 향후에는 더 많이 채택될 것이라는 예측도 등장했다. 샘 알트먼 오픈AI CEO가 전날 'o-3 미니' 모델을 무료로 공개한다고 발표한 것이 이에 대한 대응이라는 분석까지 나왔다.
이처럼 전반적인 분위기는 딥시크는 오픈 소스의 위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며, 미국이 기술 제재로 중국의 AI 발전을 막으려는 것은 헛된 일이라는 평이다.
한편, 일부에서는 딥시크 모델의 성능이 아무리 뛰어나도 이를 채택하는 것은 매우 경계해야 할 일이라는 경고도 나왔다. AI 분석 플랫폼을 운영하는 벤 하일락 던 CEO는 천안문 사태에 대해 질문했더니, R1이 복잡한 루프에 빠지며 답을 내놓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즉, 중국의 모델은 정부의 검열을 받고 있으며, 이를 통해 공산주의 사상을 주입할 가능성이 다분하다는 설명이다.
임대준 기자 ydj@aitime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