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서방 기술 의존도를 줄이고 기술 자립을 강화하기 위해 오픈 소스 'RISC-V' 칩 사용을 장려하는 정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로이터는 4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정부가 오픈 소스 명령어 집합 아키텍처(ISA)인 RISC-V 칩의 전국적 보급을 촉진하는 정책 가이드를 마련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 가이드는 이달 내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사이버공간관리국, 공업정보화부, 과학기술부, 국가지식재산국 등 8개 정부 기관이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다.
RISC-V는 휴대폰용 저전력 칩부터 인공지능(AI) 서버용 CPU까지 광범위하게 활용되는 오픈 소스 칩 설계 기술로, 기존 x86나 Arm 중심의 반도체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명령어 개수를 줄이고 구조를 단순화한 '축소 명령어 세트 아키텍처(RISC)' 기반으로 설계됐으며, 누구나 라이선스 비용 없이 RISC-V 기반 칩과 소프트웨어를 설계 및 제조, 판매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중국이 RISC-V에 주목하는 이유는 반도체 설계자산(IP) 확보 역량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중국 반도체 산업은 오랫동안 해외 기술에 의존해왔으며, 이로 인해 독자적인 반도체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왔다. 특히 미국과의 무역 갈등이 심화되며 첨단 반도체 기술 확보가 어려워지자, 중국 정부는 RISC-V를 활용한 독자적인 반도체 생태계 조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현재 반도체 IP 시장은 영국 Arm이 약 40%의 점유율로 독점적인 지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미국의 시놉시스와 케이던스가 뒤를 잇고 있다. 컴퓨팅 시장에서 주류인 x86 아키텍처 역시 인텔과 AMD가 장악하고 있어, 중국 반도체 기업들은 필연적으로 해외 기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중국 반도체의 90%가 Arm 기반으로 설계되는 것도 이런 현실을 반영한다.
RISC-V가 x86과 Arm의 시장 점유율을 직접적으로 위협할지는 아직 불확실하지만, 중국의 반도체 독립 전략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중국 내 연구기관과 기업들은 이미 RISC-V 기술을 적극 도입 중이다. 텐센트, 화웨이, 알리바바, ZTE 등 중국의 주요 IT 기업들도 미국의 무역 제재에 대응해 RISC-V 관련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중국의 RISC-V 확산을 경계하고 있다. 2023년 일부 미국 의원들은 바이든 행정부에 미국 기업들의 RISC-V 관련 중국 협력을 제한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현재 중국의 대표적인 RISC-V 기업으로는 알리바바 산하 쉬안티와 스타트업 누클레이 시스템 테크놀로지가 있다. 이들은 중국 내 칩 설계 업체들에게 상업용 RISC-V 프로세서를 공급하고 있으며, 시장 점유율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중국의 RISC-V 전략이 성공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현재 RISC-V 생태계는 x86 및 Arm과 비교했을 때 여전히 미흡한 수준이며,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한편, 지난주 쉬안티가 주최한 RISC-V 관련 행사에서 AI 스타트업 딥시크의 AI 모델이 비교적 저사양의 RISC-V 칩에서도 효과적으로 구동될 수 있다는 것이 확인되며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박찬 기자 cpark@aitimes.com
